누구나 기억에 남는 인생의 순간이 있다. 누군가에겐 그것이 전성기이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슬럼프이기도 하다. 대중에게 작업물을 보여주는 배우, 뮤지션, 감독 등이 스스로 꼽아본 ‘그 순간’은 언제일까. 고민과 걱정, 기대와 뿌듯함으로 기억된 각자의 작업물을 공유해본다.
◆아이유의 ‘전환점’
아이유는 2011년 드라마 ‘드림 하이’로 연기를 시작한 13년차 배우다. 출연작만큼 다양한 캐릭터로 시청자와 만났다.
아이유는 “제 연기인생의 전환점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이다. 새로운 캐릭터였다. 그 작품을 기점으로 저에게 주시는 작품들도 조금 달라졌다. 이번 영화 ‘드림’의 소민이를 기점으로는 밝은 역할 제안이 많이 주어지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출연한 작품들의 성격이 하나하나 다르고 성과도 다르지만 똑같이 기억에 남는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역할이어도 저에겐 중요한 역할이었다. 그게 ‘예쁜 남자‘의 보통이 역할이다”라며 “보통이는 4차원에 엄청 밝은 성격의 인물이다. 이번에 소민를 연기 하면서 ’맞아, 이전에 한 번 했었지‘라는 마음으로 내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들이 있더라. 많은 분들이 ‘나의 아저씨’의 지안이나, ‘호텔 델루나’의 만월이를 사랑해 주시지만, 저에겐 보통이 역할도 소중하게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유는 최근 영화 ‘드림’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가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스윗소로우의 ‘새 시도’
보컬 그룹 전성시대가 된 요즘. 이들의 원조격인 스윗소로우는 2005년에 데뷔해 쉼없이 새로운 음악과 화음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이소라, 아이유, 미노이 등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과 협업하며 신선한 결과물을 음원 차트에 올리고 있는 것. 수 많은 작업물 속 현재 인호진과 김영우, 송우진이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일까.
스윗소로우의 리더 인호진은 “쑥스럽지만(웃음), 이번 앨범 중 ‘헤어지지 말자 그럴걸’ 마지막 고음 부분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 저도 좋아한다. (김)영우가 곡을 썼는데 금방 나왔다고 하더라”라며 “그리고 ‘사랑이었던거야’도 그렇다. 가사도 참 좋은데 부를수록 좋아지는 노래다. 맛있는 노래라고 해야할까. (송)우진이는 이 곡을 듣자마자 제가 반드시 좋아할 노래라고 생각했단다”라고 밝혔다.
송우진은 “저도 이번 앨범에 있다. ‘등대‘에서 애드리브를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고, 특히 제가 스윗소로우 앨범에서 고음의 애드리브를 하게 되다니. 생각도 못했다”라며 웃는다.
그는 “처음 작업을 할 땐 준비를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예전의 우리였으면 할 생각도 못했을 거다. 우리가 갖고 있던 또 하나 껍질이 깨졌구나 싶어서 좋았다. 그걸 생각하면 혼자 재밌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영우는 정규 2.5집의 ‘간지럽게’를 언급했다. 그는 “이 노래의 목소리는 제가 1집 때 단 한 번도 내지 않은 소리다”라며 “제 목소리에 콤플렉스가 있었다. ‘간지럽게’의 이 소리는 이제 트레이드 마크가 됐지만, 그 전엔 마치 레고 블록에서 쓰지 않는, 떼놓은 블록이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 노래를 만나 피스가 맞는 무언를 찾게 되면서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전체 곡의 스윗한 부분이 넓어지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어 “그 때는 스스로 이게 매력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는데(웃음). 이 소리의 시작이 ‘간지럽게’였다. 다른 분들이 좋아해주시면서 ‘사랑해’도 나올 수 있었다. 지나보니 이 순간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라고 돌아봤다.
스윗소로우는 5집 파트2 앨범 ‘네버더레스(Nevertheless)’를 발매하고 활동중이다. 오는 25일에는 ‘2023 아침음악나들이 2’ 스윗소로우 편을 통해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시민과 만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이 음악’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 역대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 톱3에 이름을 올렸다. 여고생 스즈메가 의자로 변해버린 청년 소타와 함께 재난을 부르는 문을 닫기 위해 나서는 모험에 관한 이야기다. 누적관객수 510만을 훌쩍 넘겼는데, 올해 개봉작 중 500만을 넘은 작품은 이 영화가 유일하다.
신카이 감독은 내한 인터뷰에서 “저는 스토리보드에 소리의 리듬을 넣고 그에 맞춰 작업을 한다. 스토리보드 단계에서 대사를 녹음해서 소리를 넣고 그 리듬에 맞춰서 그림을 넣는다”라며 “저는 영화를 2시간의 긴 곡이라 생각한다. 한 영화 속에서 템포가 빠른 부분도 있고 느린 부분도 있는데 2시간이라는 긴 멜로디를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지를 고민한다”라고 다른 애니메이션과 작업 과정에서 차별점을 말했다.
신카이 감독은 “차 안에서의 선곡은 일본인들이 대부분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유명한 곡들을 넣었다. 영화와 현실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세계에도 대지진이 있었고 현실에서도 대지진이 있었다는 설정을 똑같이 두고 이어진다고 생각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유명한 가요를 넣었다”라는 말으로 N차관람을 독려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