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쩐’으로 새 장르에 도전한 배우 문채원이 경험과 보람을 모두 손에 쥐었다.
SBS 금토드라마 ‘법쩐’은 지난 11일 11.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법과 쩐의 카르텔을 박살 내고 정의를 바로 세운 엔딩은 복수극의 짜릿함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SBS 금토드라마의 성공 신화를 잇는 성적이었다. 종영을 앞두고 만난 문채원은 시청률에 관해서 “기대보다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솔직하게 답하며 “작품을 ‘재밌게’ 찍어본 경험이 많지는 않다. 잘 해야한다는 부담감에 숙제하듯 연기하는데, 이번 작품은 생각한 대로 표현하고 방송에 잘 나온 부분들이 보람있었다”고 했다.
문채원은 극 중 전직 검사이자 법무관 육군 소령 박준경으로 분했다. 정의로운 검사를 꿈꾸던 준경은 황기석(박훈)의 음모에 휘말려 엄마를 잃었고, ‘우리 편’과 함께 괴물들을 상대로 싸움을 시작했다.
‘법쩐’은 문채원에게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다만 주로 받아온 대본과는 달랐고, 읽으면서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다. ‘이 기회를 잡으면 다음 번엔 더 편하게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전했고, 보람을 느꼈다. 그는 “로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등을 위주로 한 대본을 많이 받았다. 그런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내 편’, 가족에 대한 마음, 그리고 약간은 메말라 보이는 인물이익숙하진 않았다. 그래도 제작사, 감독님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믿어주시고 용기를 주셔서 힘을 받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검사에서 법무관으로, 그리고 변호사로. 직업적인 변화는 컸지만 준경을 연기하며 분명한 감정은 하나였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엄마를 향한 마음이다. 문채원은 “딱히 법정에 선다거나 직업에 관한 설정은 안 나와서 어렵진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7년 간 검사를 했다고 하니 그 모습이 내 얼굴이나 모습에 어울렸으면 했다”면서 “엄마와의 과거 신이 많이 나오진 않았다. 설명이 충분할까 걱정도 되고 그 마음을 계속 가져가려다 보니 무거워지더라. 큰 변화는 없이 일관성 있는 인물로 가져가고 싶었다”고 해석했다.

인물과 자신의 비슷한 점을 생각하며 연기했다. “너무 다르다고 생각하면 어려워서 못할 것 같다”고 웃어보인 문채원은 “평가를 받는 직업이니 너무 안 어울린다고 해도 안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준경이와의 싱크로율에 MBTI를 꺼내들었다. “준경이는 현실적이라 생각했다. 배우인 나는 감성적인 면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현실주의자더라. 비슷한 면이 있었다”고 했다.
문채원은 조곤조곤 답변을 이어갔다. 극 중 준경이 그러했듯 차분한 모습이었다. 어딜가도 단정한 모습으로 보이고자 했다. 흔한 악세서리도 최대한 하지 않으려 했다. 엄마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복수를 꿈꾸는 준경에게 웃음은 사라졌다. 그래서일까. 문채원의 팬들은 극 중 준경이 보여주는 찰나의 웃음에도 기뻐했다고 전했다.
‘법쩐’은 제목 그대로 ‘법’과 ‘쩐’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복수극이다. 준경은 ‘법’을 담당하는 법률기술자로 활약했다. 존경하고 닮고싶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캐릭터가 바로 준경이다. 문채원은 “현실에선 어려우니 작품에서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울릴지 궁금했고, 어울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출발점을 돌아봤다.
영화 ‘악인전’, ‘대장 김창수’ 등 이원태 감독의 전작은 문채원이 ‘법쩐’에 출연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컬러감이 비슷한 작품이니 어울리게 연출해주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만났을 때 너무 유쾌하고 포용력 넓은 분이어서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언급하며 “평소 워낙 좋아하던 이선균 선배님도 작품 선택에 영향을 줬다. 선배가 한다고 했으니 좋은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팬심을 드러냈다.

초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같은 복수심에 불 탔다면, 은용과 태춘(강유석)을 만나 공조하며 현실적인 복수에 나섰다. 정의 구현을 위해 은용(이선균)과 손을 맞잡았지만 매 순간이 정의롭진 않았다. 은용은 정의를 위해 ‘쩐’으로 할 수 있는 불법적인 일을 감행했고, 준경은 은용을 살리기 위해 이진호(원현준)의 죽음을 눈 감았다. 이와 관련해 문채원은 “나도 고민한 지점이었다.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사와 검사로 복귀하지 못하는 결정이 준경을 보여준 것 같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인물이었고, 자신에게도 잣대를 대는 사람이었지만 연기하며 조금 불편하기는 했다”고 솔직히 답했다.
결말에 관해서는 “상황이 지배할지라도 좋은 사람 하나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제의식을 보여주신 것 같다. 작가님이 복수심 속에 휴머니즘을 녹이려 하시더라”면서 “주요 인물들이 각자의 목표를 끝맺음 했다고 생각한다. 준경이 원하는 복수도 했다. 상대에게 가장 소중한 걸 뺐었으니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 같다. ‘이게 진짜 마무리’라는 생각을 했다”고 해석했다.
은용과 준경은 서로를 ‘우리 편’이라 생각했다. 같은 편이었고, 가족이었다. 문채원은 “은용은 즉흥적이고 큰 수를 둔다. 그래서 준경과 호흡이 맞는 것 같았다. 작가님이 캐릭터를 만드실 때 고려하지 않으셨을까”라고 추측했다. 십 수 년의 세월을 의지해온 두 사람이지만 철저히 ‘복수극’에 초점을 맞춘 ‘법쩐’은 그 흔한 러브라인조차 없었다. 문채원도 ‘아무것도 없는’ 관계를 의심했지만 작가는 ‘둘은 진짜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를 의지한다. 그런 마음을 원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고. 문채원은 “그래서 더 깔끔해졌다”고 받아들였다.
‘법쩐’을 준비하며 고민을 털어놓은 몇몇 선배 배우들은 “최대한 분석해보라”는 조언을 건넸다. 어쩌면 무뚝뚝하고 건조한, 그럼에도 일관성 있는 준경 캐릭터를 깊게 분석할수록 현장에서 덜 어색할 거란 의미였다.

“차분한 캐릭터가 어렵진 않았어요.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의 밝음이나 웃음이 더 어렵죠. 누구에게나 차분함은 있으니까요.”
작품을 선택함에 있어서 대본을 보고, 인물을 접하면서 ‘이해’할 수 없다면 선택하지 않으려 한다. 문채원은 “내가 (연기)하며 당황할 수 있다. 이해하지 못한다면 즐겁게 연기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예를 들면 이해할 수 없는 밝음 같은 거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다 보면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아직 확정한 차기작은 없다. 올해 계획을 묻자 문채원은 “좋은 작품이 있으면 만나고 싶다”며 “촬영을 마친 영화 ‘노키즈(가제)’가 올해 안에 개봉 했으면 좋겠다. 준경이와는 다른 모습의 역할이라 재밌을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못 했던 영화 홍보 활동도 재밌게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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