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스포츠

검색

[K리그를 만드는 사람들] E11 - 울산현대, 정상헌 경호업체 대표

입력 : 2022-10-14 08:28:00 수정 : 2022-10-12 13:34:53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프로축구 K리그를 위해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리는 이들도 많다. K리그1 12개 구단별로 1명씩, 총 12명의 K리그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난다. 순서는 2021시즌 성적 역순, 승격팀 김천상무로 시작해 디펜딩챔피언 전북현대의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K리그를 만드는 사람들’은 매 라운드에 맞춰 연재한다.

 

 ‘왜 나오지 않는가’라는 물음표가 따랐을 역할이 드디어 등장한다. 열한 번째 에피소드에서 마침내 만났다. 울산현대 경기장 경호를 담당하고 있는 정상헌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

 

 ◆ 경호, 너는 내 운명

 ‘경호’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직업으론 다소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정상헌 대표에겐 운명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정 대표는 “막연하게 미래에 대해 생각하던 어린 시절, 콘서트 같은 행사에서 경호원을 동경하게 됐다. 활동적인 내 성향과 잘 맞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학도 경호학과로 진학했다”며 “군대 시기를 제외하곤 현장과 학업을 병행했다. 각 현장에 배치되는 프리랜서로 일을 했다. 일이 좋고 잘 맞아서 졸업과 동시에 경호업체에 취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호라는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싶고 프로의식에 전문성까지 갖췄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경호학 관련 석사까지 취득했고 20대 후반에 지금의 회사를 차리게 됐다. 프리랜서 시절 연을 맺었던 울산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울산뿐 아니라 남자프로농구 현대모비스, 대한양궁협회 등 스포츠 관련 전문 경호를 맡고 있다. 업체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경운대학교, 대구과학대학교 등에서 경호 관련 수업도 하고 있다. 꾸준하게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학업을 더해 더 특별한 경호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홈경기 날은 하루를 경기장에서

 이전 에피소드들을 통해 홈경기 관계자들은 주로 2∼3시간 전에 경기장을 찾는다는 걸 소개했다. 홈경기 경호업체는 무려 두 시간이나 빠른 5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한다.

 

 정 대표는 “경기장에 오면 인원, 장비 등을 점검한다. 무전기가 100개 정도 돼 확인해야 한다. 울산에서는 경호뿐 아니라 진행 스태프 운영도 같이 하고 있다. 무전기 관련 교육, 구단의 전반적인 안내 사항 등을 전달한다. 특이사항이 있으면 짚고 넘어가기도 한다”며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각 배치 지역으로 인원들을 보낸다. 전체적인 교육을 이미 진행한 상태지만 근무지역 별로 세부 교육을 통해 다시 한 번 점검을 한다. 이후 난 각 구역을 직접 체크한다. 그렇게 눈으로 본 뒤 구단에 최종 확인을 받은 후 입장게이트를 연다”고 하루 시작을 설명했다.

 

 문을 연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정 대표는 “각 구역을 계속 돌면서 확인한다. 이 넓은 경기장 각 파트별로 무전을 갖고 있다 보니 애로사항이나 의료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대응이 가장 빠르다”며 “경기가 시작되면 경기장 내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해 더 신경 쓴다. 가장 힘든 건 경기 종료 이후다. 경기 결과에 따라 경기장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각 팀 팬분들이 예민해지실 수 있다. 예를 들어 원정팀이나 홈팀 팬분들이 심판 판정에 불만을 갖는 분위기가 되면 해당 지역에 인원을 더 배치하고 심판들이 퇴장할 때 보다 많은 인력이 붙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단적인 예일 뿐, 변수가 너무 많아 끝나는 시점에 더 긴장한다”고 설명했다.

 

 선수단이 버스에 탑승하고 출발한 후, 팬들까지 경기장을 모두 나가야 일과가 완전히 끝난다. 경기장을 가득 채웠던 인원들이 빠지면 그때 정 대표와 직원들은 장비, 구조물 등을 정리하고 하루를 마친다. 

 

 ◆ 조금만 더 이해해주세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 만큼 육체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크다. 정 대표는 “팬분들과 감정적으로 부딪칠 때가 많다. 팬들의 안전을 위해 제지하는 것인데 팬들 입장에선 ‘그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실 수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때는 더 심했다. 선수들을 보고 싶은 팬들의 마음, 팬들에게 사인 한 번 더 해주고픈 선수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경호원으로서 이를 제지할 수밖에 없다. 특별한 개인적인 감정을 갖고 하는 행동이 아닌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 구단 지침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팬분들이 이런 우리의 행동을 조금 더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고백했다.

 

 이전과 달리 성숙한 서포터스 문화에 정 대표는 힘을 얻기도 한다. 정 대표는 “아르바이트 식으로 울산에 처음 왔을 때를 생각하면 벌써 10년 정도가 흘렀다. 그때와는 팬분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엔 욕설도 많이 하시고 물건을 경기장으러 투척하는 등의 불미스러운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서포터분들이 자체적으로 이걸 막는다. 그리곤 경호원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준다. 서포터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게 느껴진다. 경호원으로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분들이랑 자주 부딪치다 보니 어느 덧 미운정 고운정이 많이 든 상태다. (서포터스 문화가 성숙되면서)내 입장을 이해주시는 팬분들이 많아졌다. 또 끝나고 집에 갈 때 고생하신다며 인사해주는 분들도 계시다. 감사하다”며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팬분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다. 협조, 부탁드릴 때 기분 상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잘 협조해주신다면 모두가 즐거운 홈경기장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사진=김진엽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