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해봤는데도 안 되더라고요.”
프로야구 NC 투수 송명기(22)는 지난 2020시즌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이었다. 불펜 계투조로 시작해 후반기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는데 페이스가 엄청났다. 순식간에 8승을 쌓았다. 10월 한 달 동안 5차례 등판서 모두 선발승을 따냈다. 왕의 자리는 놓쳤어도 팀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좌완 에이스 구창모와 팀의 10년을 책임질 원투펀치로도 손꼽혔다. KT 소형준, LG 이민호 등과 함께 KBO리그를 이끌 ‘차세대 우완 트리오’로 여겨졌다.
이후 일 년이 넘도록 송명기는 외줄을 탔다. 송명기는 “나도 잘하고 싶었는데 내 마음 같지 않았다”고 했다. 잘 던지다가도 한 차례 무너지고, 나아가다가 다시 멈추는 일을 반복했다. 지난해 8승을 거두고도 평균자책점은 5.91이었다. 올해는 더 힘들었다. 지난 4월 29일 창원 한화전 이후 약 넉 달 동안 승운이 없었다.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한 일도 다수지만 결과적으로 들쑥날쑥한 경기력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이동욱 전 감독, 강인권 감독대행의 지적 역시 기복, 송명기가 생존을 위해 바로잡아야 하는 일도 결국 일관성이었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125일 동안 몸부림을 쳤다. 송명기는 “별짓을 다 했다”고 말했다. 등판 사이 루틴을 바꾸는 일부터 훈련량과 강도를 조절하는 일까지 경험했다. 그래도 일관성을 찾지 못했을 때는 아예 공을 쥐지 않고 쉰 다음 마운드에 오르기도 했다. 시즌 중 1군서 말소됐을 때는 기본 훈련인 캐치볼부터 방법을 바꿔보기도 했다. 송명기는 “기술적인 부분도 바꿔보고 했는데 잘 안 됐다. 잘해야만 한다는 마음이 크다 보니 더 꼬였던 것 같다”며 “꾸준히, 조금씩 바꿔봤어야 했는데 급하게 하려고 했다. 팀에 더 도움이 되고 싶은데 그게 안 돼서 정말 많이 답답했다”고 했다.
돌고 돌아 맞닿은 고지는 장점 극대화다. 풀리지 않은 실타래에 얽매이기보다 다 풀어놓은 실을 다시 정리하는 일에 매진하기로 했다. ‘스피드를 생각하지 말고 정확하게 던져보라’라는 임정호의 조언이 주효했다. 양의지, 이용찬 등이 건넨 ‘포수 마스크를 보고 던져라’라는 말에도 정신을 차렸다. 송명기는 “안 되는 걸 하는 것보다 잘하는 걸 하는 게 낫다는 걸 알았다”며 “여태까지 승보다 패가 더 많았다. 좀 더 집중해서 남은 경기 잘하겠다”고 말했다.
사진=NC다이노스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