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무는 주로 조커였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할 때 교체 투입되곤 했다. 코트에 서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부담감도 커졌다. 떨쳐내기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극복했다. 더 높은 곳을 보고 목표를 세우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여자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레프트 전새얀(26)은 “이제 더는 두렵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어제의 나는 안녕
2014~2015시즌 1라운드 5순위로 IBK기업은행 지명을 받았다. 2016년 6월 트레이드로 도로공사에 둥지를 틀었다. 꾸준히 경기 경험을 쌓았다. 문정원의 뒤를 받치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전새얀은 “지난 시즌 매 경기 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무조건 잘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압박감이 컸다”며 “주로 세트 중후반에 투입돼 긴장도 많이 했다. 즐기면서 하지 못해 배구가 더 안 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올 시즌 입지가 더욱 커졌다. 문정원과 출전 시간을 양분하고 있다. 때로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미소 짓는 날이 늘었다. 자신감을 충전했다. 전새얀은 “비교적 여유가 생긴 듯하다.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보며 코트에 들어가면 어떻게 플레이해야 할지 미리 그려보곤 한다”며 “이제는 떨리지 않는다. 더 침착하게, 철저히 준비하려 한다. 득점을 내면 자연스레 긴장감이 사라지더라”고 밝혔다.
스트레스의 주원인이었던 리시브와의 싸움에서도 버텨내고 있다. 리시브 점유율 23.26%, 효율 25.97%로 기록은 만족스럽지 않으나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전새얀은 “지난 시즌에는 리시브만 신경 쓰느라 내가 잘할 수 있는 플레이까지 놓쳤다. 여전히 리시브가 우선이지만 얽매이거나 동요하지 않으려 한다”며 “리시브 실패를 줄이고, 흔들리더라도 어떻게든 공을 띄워놔 내가 해결하자는 생각으로 임한다”고 설명했다. 한층 단단해졌다.

◆내일의 나를 기대해
개인 기록 면에서 달성하고 싶은 수치가 있다. 한 시즌 ‘250득점’이다. 전새얀은 4일 현재 19경기서 133득점(공격성공률 39.10%)을 쌓았다. 종전 최고치인 지난 시즌의 140득점(30경기 출전·공격성공률 31.09%)을 뛰어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250번째 점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는 “꾸준히 잘해야 이룰 수 있다. 이번 시즌 개막 전부터 생각해놓은 목표다”며 “처음엔 너무 많이 잡은 것 같아 걱정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꼭 해내려 마음먹었다”고 강조했다.
공격은 물론 블로킹으로도 득점을 보태고 있다. 27개를 성공시키며 세트당 0.391개를 선보였다. 데뷔 후 최고 기록이다. 팀 내에서도 센터 정대영과 배유나, 외인 켈시 등 주축 선수들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전새얀은 “언니들이 레프트 중 제일 많이 잡았다고 칭찬해주셔서 알게 됐다.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며 “(김종민) 감독님께선 내가 블로킹을 기록할 때마다 ‘공격할 때도 그렇게 점프 좀 해라’고 하신다. 칭찬으로 알아듣고 있다”고 웃었다.
새해 소원도 조금 달라졌다. 전새얀은 “그동안은 대부분 경기에 많이 출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는 팀 우승에 더 기여하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전했다. 앞서 2014~2015시즌 기업은행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 2017~2018시즌 도로공사에서 통합우승을 경험했다. 그러나 두 차례 모두 전새얀은 코트 밖에 있었다. 그는 “내가 조금이라도 뛰고, 한 점이라도 더 보태 우승했으면 좋겠다. 정말 진심으로 간절하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우승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전새얀은 “감독님께서 내게 거는 기대가 크셨는데 매번 주춤했다. 그럼에도 항상 믿어주셨다”며 “잘할 수 있도록 가장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다. 덕분에 이만큼 성장했으니 이번에는 꼭 보답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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