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각자도생하는 데이터를 모두 합친다면 어떨까.
1954년 개발된 스피드건이 야구계에 접목되기까진 20년이 필요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도 1975년이 되어서야 시범 운용하기 시작했다. 전 구장 전광판에 스피드건으로 측정한 구속이 표기된 건 또 20년이 지난 1999년이다. 개발부터 상용화까지만 약 45년이 걸렸다. 그럼에도 스피드건 설치와 구속 표기가 야구팬들의 이목을 자극했다. 팬들은 인간의 한계였던 100마일의 문이 열린 것에 열광했다.
2006년엔 PITCH f/x가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투구 궤적, 속도, 회전, 브레이크 및 위치 등을 함수값을 활용해 측정하고 표기했다. 선수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더욱 세분화된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한계로 여겨졌던 요소들이 점차 일반적인 지표로 자리했고 분석의 질도 향상됐다. 다양한 한계점을 수정-보완한 스탯캐스트 데이터는 2017년부터 MLB 공식 데이터로 인정받았다. 다양한 지표 생산과 공유는 물론 빅리그 ’뜬공혁명‘을 유도했고 분석 전문가 등 일자리까지 창출했다.
반면 KBO리그의 데이터 활용은 어떨까. 현재 KBO리그 공식 데이터는 PTS(Pitch Tracking System)이다. PITCH f/x와 거의 동일한 방식의 카메라 기반 측정 시스템인데 트래킹 레이더 장치와는 다른 방식의 데이터를 활용한다. 카메라 기반 산출 데이터를 보완하기 위해 트래킹 레이더 장치가 설치되어 있지만 기존 트랙맨 장치의 정확성과 활용도 문제가 최근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최근 기존 트래킹 장비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트래킹 데이터의 통합 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만약 트래킹 데이터 통합이 이뤄지고 대중에게 KBO만의 통합 데이터가 공개된다면 어떨까. 적어도 야구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와 논쟁거리를 안겨줄 수 있다. 인기 급감의 울타리에 갇힌 한국프로야구 상황을 고려하면 분명 야구 문화 발전과 흥행까지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항상 똑같은 방법만 추구한다면, 변화에 능동적이지 않다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는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데이터 통합과 공유가 이뤄진다면 다시 한 번 야구 붐을 기대할 수도 있다. KBO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플라이트 스코프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