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없는 주인공의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역설적인 서사시다.
영화 ‘미스 좀비’는 애완용으로 길러진 좀비 사라의 이야기다. 좀비를 애완용으로 기른다는 설정도 독특하지만 그 만큼 비인간적인 일들이 난무하는 일본 사회를 투사하는 작품처럼 보여 매력적인 소재다.
영화의 시작은 누군가가 2∼3일만 좀비를 맡아달라는 전화를 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좀비를 사육하는 곳으로 보이는 이 공간에서 뭔가 다급한 듯 부탁하는 이 남자의 목에는 어느새 뭔가에 물린 듯한 상처와 피가 철철 흘러넘치고 있다. 의사인 데라모토 가족에게 배달된 좀비 사라. 절대 고기를 먹이지 말고 야채와 과일만 주라는 사육설명서와 함께 도착한 사라는 데라모토 가족의 잡일을 하는 하녀 좀비가 된다. 사람을 해치지 않는 좀비지만 아이들은 지나가는 사라에게 돌을 던지고 거리의 청년들은 사라의 어깨에 흉기를 꽂고는 웃음을 터뜨린다. 더구나 데라모토뿐만 아니라 집안에서 일하는 남자들의 시선이 점점 음흉해진다. 그러다 데라모토 가의 어린 아들 겐이치가 익사 사고를 당하고 엄마인 시즈코는 사라에게 아들을 좀비로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한다.
‘일본의 쿠엔틴 타란티노’라 불리는 다나카 히로유키 감독의 작품으로 사라 역을 맡은 코마츠 아야카의 대사는 없지만 진한 감성 연기가 돋보인다. 여기에 흑백 위주의 화면이 주는 영상미학도 탁월하다. 좀비는 요 근래 전세계적인 핫한 문화 콘텐츠다. 이제는 좀비처럼 살아가는 인류에 대한 문제적 시각에 기괴한 상상력이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이다. 오는 16일 개봉.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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