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설국열차’의 히든 카드로 통하는 앨리슨 필과 블라드 이바노프가 개봉 후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받고 있는 것.
국내외 연기파 배우들이 호흡을 맞춘 ‘설국열차’의 앙상블 캐스팅 속 화려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인상적 조연으로 교실칸 여교사 역의 앨리슨 필이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교실칸에서 앞쪽칸 아이들을 대상으로 윌포드 찬양 교육을 시키는 만삭의 여교사로 출연,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아론 소킨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HBO 시리즈 ‘뉴스 룸’과 거장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와 ‘로마 위드 러브’에 연이어 출연,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한 앨리슨 필의 모습은 ‘설국열차’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크리스 에반스부터 틸다 스윈튼까지 전작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신을 시킨 봉준호 감독은 여교사가 임산부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고아성의 제안을 받아들여, 앨리슨 필을 만삭으로 설정하고, 60년대 미국 영화에서나 볼 것 같은 고전적인 꽃무늬 임부복에 접어 신은 양말 등으로 동그란 얼굴에 어울리는 귀여운 외양을 만들었다. 하지만 광신도의 열정으로 아이들과 함께 “엔진은 영원하다! 덜컹덜컹 칙칙폭폭 윌포드!윌포드! 만세~!”라며 윌포드 찬가를 부르다가 눈을 까뒤집는 몰입을 선 보이고, 증오에 찬 표정으로 윌포드에 반항한 무리를 바라보는 앨리슨 필의 연기는 최고의 반전 연기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 ‘설국열차’에서 가장 인상적인 악역을 꼽으라면 단연 메이슨의 친위부대로, 말 한마디 없이 살인기계처럼 움직이는 프랑코 형제다. 거대한 덩치, 두려움을 모르는 생선 눈깔 같은 텅 빈 눈동자까지. 둘이 한 몸이자 목숨까지 하나로 연결된 샴쌍둥이처럼, 꼭 닮은 형과 동생으로, 총과 칼에도 끄떡하지 않는, 비인간적인 맷집과 살상 능력으로 커티스 일행을 끝까지 괴롭히는 이들 중, 형 프랑코 역의 블라드 이바노프는 2007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루마니아 영화 ‘4개월, 3주…그리고 2일’에서 불법 낙태를 시술하러 오는 악당 역으로 깊은 인상을 새긴 배우로 봉준호 감독에 의하자면 루마니아의 송강호에 해당하는 중견 배우다.

명배우답게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지만,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살인기계의 무시무시함을 완성해 낸 블라드 이바노프는 크랭크 업 소감을 통해 “이 작품을 만난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봉준호 감독님을 포함 최고의 스태프들, 최고의 사람들과 함께 했다. 함께해서 행복했고, 촬영이 끝나서 너무 슬프다”며 프랑코와 작별하는 것을 섭섭해 했다.
크리스 에반스,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이완 브렘너 등 영미권을 대표하는 연기파 군단을 캐스팅한 ‘설국열차’. 하지만 블라드 이바노프 같은 숨겨진 명배우의 존재로 인해 ‘설국열차’의 앙상블 캐스팅은 더욱 빛을 발한다는 평이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