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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 작품성이냐 선정성이냐…'아저씨'와 비교

입력 : 2011-01-03 14:22:19 수정 : 2011-01-03 14: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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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의 한 장면(왼쪽)과 '아저씨'의 엔딩 장면.
배우 김윤석·하정우 주연의 영화 ‘황해’(나홍진 감독)가 극장가에서 논란이다.

바로 잔혹한 일부 장면을 놓고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작품성과 선정성으로 ‘황해’를 평가하면서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국내 극장가에 스릴러 열풍을 일으킨 ‘추격자’의 연출자인 나홍진 감독과 연쇄살인범 역의 하정우, 전직 형사 출신 안마시술소 사장 역의 김윤석이 다시 뭉친 작품으로 이미 기대를 모았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근 개봉과 동시에 흥행 중인 ‘황해’는 잿빛 우울함과 함께 피 튀기는 장면들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러한 잔혹한 장면들이 ‘과도하고 불필요한 장면들’과 ‘현 사회를 반영한 작품성 높은 선택’으로 평가가 엇갈리면서 논란이다.

‘황해’는 조선족 청년 구남(하정우)의 이야기다. 아내를 한국으로 일하러 보낸 연길시 택시기사 구남은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빚더미에 택시로 번 돈을 모두 저당잡힌다. 그러던 어느날 조선족 조직폭력배 면가(김윤석)에게 달콤한 제안을 받는다. 한국에 가서 사람을 죽이면 빚을 모두 탕감해주겠다는 것. 결국 구남은 생전 처음 살인을 위해 황해를 건너 한국으로 향한다. 하지만 일은 꼬이고 만다. 강남구 논현동 한 건물 꼭대기 층에 사는 김승현 교수를 죽이기 위해 동선 파악, 살인 방법 등을 연구하면서 연락이 끊긴 아내를 찾기 위해 안산 등 조선족들이 거주하는 곳을 찾아다니던 구남. 중국으로 다시 떠날 배 시간에 맞춰 일단, 사람부터 죽이자고 결심한 후 도착한 논현동 건물에 이상한 남자 둘이서 서성거리는 모습을 포착한다. 김승현 교수의 운전자까지 포함해 3명의 남자들이 김승현 교수를 살해하는 모습을 확인하게 된 구남은 경찰에 범인으로 쫓기게 된다. 그래도 목적을 달성했으니 약속된 출국 장소로 향한다. 그러나 그곳은 이미 개발로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고 모든 게 자신을 속이기 위한 면가의 음모였음을 깨닫게 된다.

◇‘아저씨’는 되고 ‘황해’는 안된다?

이제 한국도 다국적·다문화 사회다. 주요 대도시에 아시아인들로 넘쳐난 한국에는 이들의 집단 주거지가 형성되고 있으며 범죄의 온상이 됐다. 2010년 여름 최고의 흥행을 거둔 영화 ‘아저씨’도 이러한 점에 주목했다. 외국인 범죄조직원이 나오고 국제적인 장기 및 마약 밀매 조직이 등장한다. ‘아저씨’는 전직 특수요원 태식(원빈)이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한 소녀를 돕기 위해 이들 어둠의 세력과 맞서 싸운다는 내용. ‘황해’ 역시 국제적인 밀입국 브로커, 다른 외국인들과 함께 한국사회 최하층에 위치한 조선족들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구남이 아내를 구하고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이들 어둠의 세력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결말을 논외로 하면 두 영화 모두 한국 사회의 가장 잔인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 요즘 신문 사회면이나 방송 뉴스에 간간히 등장하는 소식들이 ‘황해’와 ‘아저씨’가 보여주는 현실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저씨’와 ‘황해’ 모두 이처럼 섬뜩한 현실을 반영했을뿐이다. 대신 ‘아저씨’는 주인공이 멋지게 이들 어둠의 세력을 처치한다는 비현실적 엔딩으로 호응도를 높였다. ‘황해’도 그러한 장치 마련은 가능했을 것이다.

◇일반적 흥행 코드로는 설명 불가!

이처럼 ‘아저씨’와 비교하면 ‘황해’는 훨씬 잔인한 현실 반영을 선택했다. ‘아저씨’의 태식이 모든 것을 물리치면서 통쾌함을 안겨준데 반해 ‘황해’는 결국 비극으로 치닫는 불편한 진실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이 부분에 주목한 이들은 ‘리얼리즘의 극치’라고 호평을 내리는 반면, 영화의 잔인한 장면들이 내포한 불편한 현실에 눈감고 싶어하는 이들은 혹평을 내렸다. 잔인한 복수극도 해피엔딩에 주인공이 꽃미남이라면 잔인함은 어느 정도 희석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황해’는 역시 그러한 일반적 흥행 코드를 벗어났다. 전작인 ‘추격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황해’보다 짧은 러닝타임이었지만 잔인한 장면들을 강렬하게 드러내면서 신선한 자극을 줬다. 500만 명의 관객동원수로 성공한 ‘추격자’는 새로운 흥행 코드를 썼다. 이후 극장가에 스릴러물이 봇물을 이뤘다. 이번 ‘황해’는 각각의 소제목을 단 서사극 형식으로 다소 긴 러닝타임이 특징이다. 두 조선족을 연기한 배우들의 잔인한 동작은 지금까지 연쇄살인마나 범죄조직들과 또다르다. 섬뜩한 현실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나홍진 감독과 두 배우들만이 할 수 있는 장면들이다. 일반 관객들의 눈높이에는 다소 어렵고 지루할 수 있다. 그러나 ‘추격자’가 그랬듯 ‘황해’도 일반적인 흥행 코드에 전혀 해당사항이 없음에도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는 가능하다.

한준호 기자 tongil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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