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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이상하게 흘러가는 싸이의 병특비리의혹 사건

입력 : 2007-06-22 16:02:00 수정 : 2007-06-22 16: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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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특례비리 의혹에 연루된 가수 싸이의 향방이 병무청의 결정에 따라 바뀌게 됐다. 그동안 여론은 싸이를 비난하며 폭발적으로 들끓었고, 싸이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의 뜻을 담담히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사건이 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 싸이는 병역특례제도를 알게 됐고, 허가를 받았고, 아무 탈 없이 제대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근무 당시 지정해준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했다고 해서 싸이가 병역특례비리를 저지른 게 돼버린 것이다.
사실 따지고보면 싸이는 제도를 이용했을 뿐이다. 싸이는 근무 당시 산업기능요원 제도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고, 대중의 주목을 받는 연예인의 신분이었으므로 오히려 더욱 강도높은 감시를 받았다. 싸이가 근무했던 업체의 한 관계자는 병무청에서 1년에 네번 이상씩 찾아와 출퇴근 기록과 관련 서류를 복사해갔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리고 싸이는 그 어떤 제재도 받지 않은 채 제대할 수 있었다.
그러니 가요계에서 산업기능요원은 ‘괜찮은 군복무 방법’으로 알려질 수 밖에…. 음악인의 재능을 살려 게임 업체의 음악을 만들어주고, 회사가 시키는 다른 일들을 하는 것이 일종의 ‘산업기능요원’으로서 하는 일로 해석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병무청에서 문제삼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일단 사건이 터지자 욕을 먹는 일은 오롯이 싸이의 몫이 됐다. 병무청이 지정해준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당시엔 병무청은 출퇴근 기록만 살피느라 싸이가 어떤 일을 했는지까지는 챙길 여력이 없었던 것인지 의문이다. 싸이가 어떤 자격증을 땄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텐데도 말이다.
물론 누구나 형평성에 어긋남이 없이 군복무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멀쩡하게 있는 제도를 통해 군복무를 하고, ‘그런데 국가가 왜 이리 가수들의 편의를 봐주는거죠?’라고 문제 삼지 않은 것이 도덕성과 직결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더욱이 허점 많은 제도가 아닌, 그 제도를 이용한 개인에게만 포커스를 맞추는 지금의 양상도 어딘가 이상하다. 수백, 수천만의 시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것은 ‘한 개인’에 대한 엄벌이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시민들의 속을 갑갑하게 만든 제도이기 때문이다. ‘한 놈만 패서 기강을 바로잡는다’는 전근대적 태도는 아닐 것이라 믿고 싶지만, 과연 기자회견을 통해 고개를 숙여야 할 당사자가 싸이 한명에 불과한 것인지 궁금하다.
이혜린 기자 rinny@sportsworldi.com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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