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아파도 달려야죠.”
‘캡틴’ 구자욱(삼성)이 투혼을 발휘했다. 경기 중 모습만 보면 부상 여파를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다. KT와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도 마찬가지. 5경기서 타율 0.500(20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을 책임졌다. 이 기간 4경기가 멀티히트였다. 특히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된 8일 5차전에선 3안타를 몰아쳤다.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 97표 중 72표를 독식했다(득표율 74.2%). 구자욱은 “우승에 목말라 있었다”면서 “우승 주장이 돼 기쁘다”고 웃었다.
구자욱은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정상급 타자다. 1군 통산 타율이 0.322에 달한다. 올 시즌 역시 뜨겁게 타올랐다. 정규리그 114경기서 타율 0.371(420타수 156아타) 15홈런 102타점 등을 기록, 펄펄 날았다. OPS(출루율+장타율) 1.039. 생애 처음으로 타격왕에까지 올랐다. 시즌 막판 크나큰 악재를 마주했다. 왼쪽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을 다친 것. 당장 포스트시즌(PS)에 나설 수 있을 지조차 미지수였다. 각고의 노력 끝에 복귀했지만, 수비나 주루에선 일정 부분 핸디캡이 있었다.
어쩔 수 없는 공백, 공격서 최대한 메우고자 했다. KS 5경기를 치르는 동안 꼬박꼬박 안타를 마크했다. 그 가운데 장타도 있었다. 2루타, 심지어 3루타도 때려냈다. 지난 6일 진행된 3차전서 구자욱은 상대 선발투수 소형준의 커터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맞히는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어떻게든 내달려 3루까지 안착하는 모습에 동료들은 뭉클함을 느꼈다. 구자욱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부상을 안고 뛰고 있다. 나 역시 동료들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고 자세를 낮췄다.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바꾼 주인공이기도 하다. KS 1차전이었다. 삼성은 0-8까지 밀리며 어려움에 봉착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구자욱은 7회 초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사자군단을 깨웠다. 결과적으로 경기를 내주긴 했지만 선수단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포인트다. 구자욱은 “사실 0-8까지 벌어졌을 땐 힘들겠다 생각하기도 했다. 끈질기게 따라붙으면서 어떤 힘이 생긴 것 같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은 2차전부터 연승 행진을 달렸다.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여전히 구자욱의 몸 상태는 100%가 아니다. 붕대 등으로 다리를 강하게 압박하고 경기에 나섰다. 테이프 때문에 정상적으로 뛰는 게 불가능하다. 무리하면 더 크게 다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자신도 모르게 뛰고 또 뛰었다. 마음고생도 있었을 터. 구자욱은 “전체 12주 진단이 나왔는데, 믿지 않았다. 무조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간절했다”며 “이상하게 빨리 호전돼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물심양면으로 트레이너가 치료해준 덕분이다”고 진심을 내비쳤다.
대구=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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