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이 흐려졌다. 붉어진 눈시울에선 끝내 눈물이 흘러내렸다. 생애 첫 가을야구를 마친 외야수 안현민(KT)은 좀처럼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자신을 향한 실망감이 그만큼 컸다.
안현민은 8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서 열린 삼성과의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5차전 패배 후 취재진과 만났다. KT는 시리즈 전적 1승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경기 뒤 만난 그는 “많이 아쉬운 것 같다”고 짧게 운을 뗐다. 그러면서도 “사실 왜 눈물이 나는지 잘 모르겠다”며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벼랑 끝에 몰렸던 경기였다. 시리즈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순간, 동료들과 그라운드에서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도 컸다. 안현민은 이날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강철 KT 감독이 수비 안정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선수 본인도 팀의 승리가 우선인 만큼 충분히 납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기가 끝을 향할수록 그라운드에 서지 못한 아쉬움이 커졌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전날의 수비 실수가 마음을 짓눌렀다. 4차전 1회말 김도환의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3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안현민은 “내가 잡았다면 분명히 흐름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당시 햇빛이나 바람의 영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변명하지 않았다. “햇빛은 없었다. 그냥 내가 놓친 거다. 바람이 있었지만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고 자책했다.
첫판에서 홈런을 터뜨리며 출발했지만 시리즈 4경기 성적은 타율 0.133(15타수 2안타)에 그쳤다. 주변에서는 성장의 과정이라고 위로했지만 정작 자신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그런 성장을 할지언정 실수는 시즌 중에 나왔어야 했다. 가을야구에서는 분명히 나오지 않았어야 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아픔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을까. 질문을 받은 안현민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 사실…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이 강하게 든다”며 이 감정을 얼마나 잘 떨쳐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지금의 눈물이 훗날 다른 의미로 남을 수도 있다. 2년 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머물렀던 삼성 선수들도 아쉬움과 함께 뜨거운 눈물을 펑펑 흘렸다. 절치부심한 끝에 다시 오른 가을 무대에서 이번엔 정상의 기쁨을 누렸다.
안현민은 아직 첫 가을의 상처를 성장이라 부르지 못했다. 다만 지금의 아픔이 끝은 아니다. 2년 전 사자들의 눈물이 그랬듯, 언젠가 다시 찾아올 가을에는 안현민도 오늘을 다른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을지 모른다.
대구=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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