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장애인분들이 운동을 시작할 때 날 롤모델로 삼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아시안패러게임 첫 금메달을 목에 건 김현욱(31·경기도장애인체육회)이 미소 지었다.
김현욱은 20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스카이홀 도요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탁구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CLASS 1) 4번째 경기에서 라칸 알살미(사우디아라비아)를 게임스코어 3-0(11-2 11-2 11-7)으로 제압했다. 풀리그로 치러진 이 종목에서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4전 전승을 거두며 처음 출전한 아시안패러게임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경기 후 만난 김현욱은 “열심히 한 만큼 보답이 나온 거라 생각한다”며 “남은 경기가 있어서 그런지 다음 경기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단식과 남자 복식(MD4), 혼합 복식(XD4)까지 3관왕을 노린다.
위협이 된 상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없었다”는 그는 “한국에서 CLASS 1은 비장애인 스포츠로 치면 양궁 같은 느낌이다. 국내 경기가 더 힘들었다”고 전했다. 김현욱은 2021년 도쿄 패럴림픽에서 이 종목 은메달을 획득했는데, 결승에서 한국의 주영대(53·경남장애인체육회)에게 패했다.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 떠오른 얼굴은 가족과 여자친구였다. “형식적인 말을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사실 집에 있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여자친구를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 여자친구가 (경기장으로) 오고 있다”고 웃었다.
김현욱이 장애를 갖게 된 건 2012년이었다. 밤 9시만 되면 불이 다 꺼지는 작은 동네라 친구들과 놀 곳은 놀이터 한 곳뿐이었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놀이터에서 놀던 중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성 모양 미끄럼틀 위로 장난삼아 올라가다 발을 헛디뎌 뒤로 떨어졌다.
처음엔 수술만 받으면 나을 줄 알았다. 그는 “워낙 활동적인 사람이라 다치고 일주일 뒤에 축구 대회도 신청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두 달 반쯤 지나 “앞으로 걷기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좌절할 법한 순간이었지만 그는 곧바로 퇴원했다.
다치기 전 꿈이던 사회복지사를 떠올렸다. 그는 “얼른 사회복지를 공부해서 내가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직접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병원에 있어도 달라질 게 없겠다 싶어 겨울방학이 끝나자 다시 학교에 다녔다”고 했다. 탁구 라켓을 처음 잡은 건 다친 지 1년도 안 된 2014년 무렵이었다.
그는 대한장애인체육회 사전 인터뷰에서 자기 이름 앞에 붙었으면 하는 수식어로 ‘만들어진 영웅’이라고 적었다. 이유를 묻자 “운동으로 이뤄 놓은 것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편”이라며 “중도 장애를 입었거나 선천적인 장애가 있는 분들이 운동을 시작할 때 저를 롤모델로 삼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썼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를 보고 운동을 시작한 친구도 몇 명 있다고 했다.
사회복지사를 꿈꿨던 그는 이제 탁구대 위에서 다른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동기를 주고 있다. 그는 “그런 쪽의 일을 좋아하나 보다”라며 “운동을 망설이는 분들이 목표를 이뤘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꼭 한 번 느껴 보고, 삶의 동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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