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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치이카와는 어떻게 대중의 마음을 훔쳤나

입력 : 2026-10-19 07:00:00 수정 : 2026-10-18 20: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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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카와 열풍’ 한가운데다. 지난달 30일 국내 개봉한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이하 ‘극장판 치이카와’)’을 둘러싸고서다. 일단 ‘극장판 치이카와’는 개봉 18일차인 10월17일까지 누적 관객 168만2631명을 기록했다. 토요일인 17일 하루 동안 17만4754명을 동원한 점 등으로 미뤄 누적 200만 돌파는 기정사실화된 상황. 그러면 거기까지만 해도 일본 애니메이션의 국내 개봉 성적으로 역대 10위권에 안착하게 된다. 현재까지 국내 200만 관객을 넘어선 일본 애니메이션은 단 9편뿐이다. 그런데 거기서 그칠 것 같지도 않다.

 

언급한 17일의 17만4754명 관객은 엄밀히 반등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바로 전 주 토요일 13만5787명을 가볍게 뛰어넘었고, 개봉 18일 동안 ‘극장판 치이카와’의 일일 관객 수 기록 중에서도 10월3일자에 이어 2번째 높은 수치다. 즉 ‘극장판 치이카와’는 현시점 ‘입소문 흥행’ 단계, 이른바 ‘인기 있기에 더욱 인기가 생기는’ 국면이라 봐야 한단 것. 최종 관객 수는 모두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도 높다.

 

‘극장판 치이카와’는, 많이 보도됐다시피,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노가 2017년 처음 캐릭터를 창안하고 2020년부터 그 캐릭터들 일화를 X에 연재하기 시작한 만화 원작이다. 캐릭터가 먼저 호응을 얻고, 그 캐릭터들에 서사를 입힌 만화가 등장하며 캐릭터 상품 대박으로 이어지고, 영상화돼 TV 애니메이션으로,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미디어믹스가 진행됐단 점이 국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역방향적인 이상 현상이란 것. 일본뿐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극장판 열풍 2년 전인 2024년 12월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치이카와 팝업스토어에서도 일찌감치 10일 동안 3만 여명이 몰리는 대성황이 목격되기도 했다.

 

일단 상황을 점검해 보자. 캐릭터 인기로 시작된 미디어믹스 진행은 엄밀히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비교적 근래 흐름인 것도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캐릭터 중 하나인 ‘헬로키티’만 해도 그를 주인공 삼은 OVA(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와 극장판 애니메이션 미디어믹스는 198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바 있다. 인기가 없어 널리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나마 호응이 좋았던 근래 미디어믹스론 산엑스에서 2012년 발매를 시작한 캐릭터 브랜드 스미코구라시를 들 수 있다. 만화와 노래 등으로 미디어믹스되다 2019년 개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영화 스미코구라시: 튀어나오는 그림책과 비밀의 아이’가 일본에서 14억8000만 엔을 벌어들이는 준수한 흥행을 기록하면서 계속 극장판을 더 내놓았다. 그러나 갈수록 인기가 떨어졌고 한국에선 2편 이후 개봉조차 못하는 처지. 반짝 인기였던 셈이다.

 

이런 점에서 미디어믹스 진행 방향 자체에 관심 기울여야 할 이유는 딱히 없다고 봐야 한다. 30~40년 전부터 ‘이미 해오던’ 오랜 방식이기 때문이다. 정작 치이카와에 주목해야 하는 건 동일 미디어믹스 전개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아니 기존 사례들과는 비교 자체가 힘들 정도로 메인스트림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단 점일 테다. 이유도 사실 간명하다. 지금과 같은 열풍의 중심에 있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너무나도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한국 일간 흥행 추이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전 예매율 1위부터 시작해 개봉 초반의 대단한 기세는 물론 치이카와의 기존 팬층, 주로 만화와 TV 애니메이션 등으로 쌓인 팬층이 일으킨 현상이 맞다. 그러나 그대로 점차 사그라지며 개봉 2주차를 맞이하다 다시 반등에 성공한 건 다른 얘기다. 단순히 트렌드란 점에 끌려 영화를 관람한 이들에게서 매우 좋은 반응을 얻어내고 그를 기반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재점화된 흥행 열기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다른 한 편으로 주목해 볼 만한 부분은 극장, 영화 상영관의 기능 차원이다. ‘극장판 치이카와’는 사실 원작 만화 내용에 상당히 충실한 영상화라서다. 만화에서 이미 선보인 세계관과 철학, 에피소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정작 만화는 ‘극장판 치이카와’ 개봉 전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정도 마니아 아이템이었다가 극장으로 들어서며 갑자기 ‘대중템’으로 거듭났단 것. 결국 극장이란 일견 모든 것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유통되는 온라인 플랫폼에 비해 문턱이 높은 듯 여겨지기도 하지만, 어떤 의미에선 ‘극장을 찾아 영화를 관람한다’는 행위, 그 여가 소비패턴 자체를 즐기는 이들에 노출될 기회를 마련하기도 한단 것이다. 그렇게 언뜻 마니아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각종 IP가 사전 성립된 팬층을 떠나 비로소 대중과 만나게 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단 얘기.

 

끝으로, 저 모든 문화 현상 핵심이 된 ‘치이카와’란 이름의 세계관과 그 철학에 대해 되짚어 보자. 사실 이 부분은 아직 치이카와가 이렇다 할 국내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던 2023년 무렵에도 국내 언론미디어를 통해 해외 동향으로서 기사화된 바 있는 오랜 화두다. 지금과 해석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기사는 일본 온라인 미디어 마구믹스 평가를 빌려 “세계관이 놀라울 정도로 가혹하지만 그런 세계에서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고 독자들의 마음이 어딘가 훈훈해진다” “SNS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이 친구들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나도 힘내야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등 감상평으로 그 인기 비결을 점검했었다.

 

그런데 그 외에도 짚어볼 만한 콘텐츠 자체 매력은 많다. 가장 영리한 지점으로 꼽히는 게, 이른바 ‘잔혹동화’란 식으로 성인들 현실과 취향을 다소 과격하게 동화적 설정에 반영해 충격을 주는 냉소적 콘텐츠는 그간 주로 할리우드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치이카와처럼 성인이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아동이 봐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고 매력을 찾을 수 있을 정도 아슬아슬한 균형을 찾은 콘텐츠를 찾기란 어려웠단 점이다.

 

무작정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다크 판타지라서, 혹은 귀여운 캐릭터들이 암울한 현실을 산다는 언밸런스 감각 하나로 호응을 얻은 건 아니란 얘기다. 어느 방향이든 미디어믹스 방향의 문제보다 콘텐트 자체의 대중적 어필 지점에서 답을 찾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더욱 한국의 척박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창작 환경에서 주목해야 할 콘텐트일 수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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