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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위 역사 전쟁] 역사 영화, 팩트의 의무는 어디까지인가

입력 : 2026-10-12 02:22:16 수정 : 2026-10-12 02: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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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영화 암살자(들)을 관람한 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영화에서 당시 중앙정보부가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다룬 것이 궁금해서다. 관련 기사와 역사 자료를 찾아보니 영화 속 내용과 실제 확인된 사실에는 차이가 있었다. 이씨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영화적 상상력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물을 만들고 기록에 없는 대사를 넣는 일은 역사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창작 방식이다. 그러나 허구가 실존 인물의 행적이나 사건의 성격까지 바꾼다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는 어디까지 사실에 충실해야 할까.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도 여기서 출발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작품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다. 당시 재일교포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총을 발사했고, 육 여사가 총에 맞아 숨졌다. 영화는 사건과 중앙정보부의 연관성을 추적한다. 이를 두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처럼 묘사했다는 비판과 역사적 사건을 영화적으로 재해석했다는 반론이 맞섰다.

 

뉴시스
뉴시스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 사이

 

 역사영화는 다큐멘터리와 다르다. 모든 장면을 기록에 맞춰 재현할 의무는 없으며 기록에 없는 대화나 상황을 상상력으로 채울 수도 있다. 다만 영화적 상상력이 실제 사건의 원인이나 실존 인물의 행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역사적 근거를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하다.

 

 역사학자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영화가 암시한 박 전 대통령의 사건 개입 가능성을 비판했다. 그는 “왜 박정희가 자기 아내를 죽여야만 했는지, 그것이 한일유착관계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전혀 논리적이지도 실증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영화가 제시한 가정을 뒷받침할 역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허 감독은 개봉전 인터뷰를 통해 암살자(들)이 특정한 결론을 내리려는 영화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요 방송사의 관련 다큐멘터리와 1970년대를 다룬 서적, 일본 측 기록과 시선, 당시 수사기록 등 팩트를 기반했다. 다만 ‘왜 그랬고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가정을 더했다”고 밝혔다.

 

 결국 쟁점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적 가정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느냐다. 감독은 여러 가능성을 제시하려 했지만, 관객은 영화 속 의혹을 실제 사건에 대한 사실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역사 왜곡 비판과 창작의 자유, 양립할 수 있나

 

 역사적 근거를 둘러싼 논란과 별개로 영화의 창작 자유는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역사적 사건에 새로운 의문을 제기하는 것 역시 예술의 영역이라는 주장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미 역사학계에서도 계속 문제 제기를 했던 부분을 음모론으로 일축하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존의 역사적 해석과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영화의 역사적 근거를 비판했던 심 소장 역시 정치적 공방에는 거리를 뒀다. 그는 “영화는 영화로 즐기고, 그것에 대한 보다 깊은 정보는 역사책을 뒤지면 될 노릇이다”라며 “이 영화를 두고 정치 논쟁이 벌어지는 것 같은데, 서로 잘 모르는 얘기 가지고, 또한 딱히 싸울 주제도 아닌데 흥분만 하는 것 같아서 보기에 민망하다”고 지적했다.

 

 역사적 사실과 다른 해석이 반드시 왜곡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창작의 자유를 이유로 모든 해석을 받아들일 수도 없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는 어디에 그어야 할까. 역사영화가 반복해서 마주하는 논쟁이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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