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인도 진출 30년 만에 누적 판매 10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998년 경차 쌍트로로 현지 시장에 진입한 현대차는 소형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사업 구조를 바꿔왔다. 최근에는 생산시설 확충과 수출 확대를 통해 인도를 글로벌 전략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누적 판매 1000만대 눈앞
11일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1998년 인도 판매를 시작한 이후 올해 9월까지 누적 988만4960대를 판매했다. 1000만대까지 남은 물량은 11만5040대로, 최근 판매 추세를 고려하면 연내 돌파가 유력하다. 현대차는 2007년 누적 판매 100만대, 2017년 500만대를 넘어선 데 이어 새로운 이정표를 앞두고 있다.
현대차 인도 사업의 출발점은 1996년 현지 법인 설립이다. 1998년 첸나이공장에서 첫 생산차인 쌍트로를 출시하며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쌍트로는 넓은 실내공간과 실용성을 앞세워 현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현대차는 이후 i10, i20, 베르나 등 경·소형차를 잇달아 선보이며 판매 기반을 넓혔다.
◆SUV 비중 70% 육박…전기차·고급차로 확대
사업의 전환점은 2015년 현지 전략 SUV인 크레타 출시였다. 현대차는 대가족 중심의 생활문화와 도로 여건 등을 고려해 넓은 실내공간과 높은 최저지상고 등을 적용했다. 크레타는 출시 첫해 4만대 이상 판매됐으며 ‘2016 인도 올해의 차(ICOTY)’에 선정됐다.
현대차는 이후 2019년 베뉴, 2021년 알카자르, 2023년 엑스터 등을 추가하며 SUV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재편했다. 엑스터는 출시 6개월 만에 4만7000대 이상 판매되며 ‘2024 인도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2025년에는 현지 생산 전기차인 크레타 EV를 출시하며 전동화 시장에도 진입했다.
SUV 확대는 판매 실적에도 반영됐다. 현대차의 인도 연간 판매량은 크레타 출시 이듬해인 2016년 처음 50만대를 넘어섰다. 2020년에는 시장점유율 17.4%를 기록했고 2024년에는 60만5433대를 판매해 역대 최대 연간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SUV 판매량은 39만8937대로 전체 판매의 약 70%에 달했다. 이 가운데 엑스터와 크레타, 알카자르 등 현지 전략 SUV 3종이 28만2666대를 차지했다. 올해 3분기까지 판매된 47만1724대 중에서도 SUV가 31만6026대로 약 67%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SUV 중심의 사업 구조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8월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인도 판매 중 SUV 비중을 80%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전기차와 고급차 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현대차는 올해 4분기 현지 시장에 맞춰 개발한 신규 전기 SUV를 선보일 계획이다. 인도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레벨2 운전자 보조 기능 등을 적용한다. 소형 SUV 베이온도 지난달부터 현지 사전계약을 시작했다.
아울러 2030년까지 신차와 부분변경 모델을 포함해 26종을 출시하고 다목적차량(MPV)과 오프로드 SUV 등으로 제품군을 넓힐 예정이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인도 진출도 2027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기존 소형차·대중 SUV 중심의 사업을 전기차와 고급차까지 확대하는 전략이다.
◆연산 110만대 추진…글로벌 수출기지로 도약
생산과 수출 부문에서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는 기존 첸나이 1·2공장에 푸네공장을 추가해 인도에서 연간 100만대 수준의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푸네공장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30년에는 인도 전체 생산능력을 연간 110만대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지 부품 조달 비율도 2030년까지 90%로 높인다.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현지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생산한 차량의 수출 비중을 2030년까지 약 30%로 확대하고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으로 수출시장을 넓힐 방침이다.
수출 확대 움직임은 최근 판매 실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 9월 내수 5만7166대와 수출 2만750대를 합쳐 총 7만7916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10.8% 증가한 수치로, 현지법인 설립 이후 월간 기준 최대 실적이다. 수출 물량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4% 늘었다.
현대차의 인도 사업은 지난 30년간 경·소형차를 통한 시장 진입에서 SUV 중심의 판매 확대, 전기차와 고급차를 통한 제품군 다변화로 진화했다. 여기에 생산능력 증설과 수출 확대가 더해지면서 인도의 역할도 단순 내수시장에서 글로벌 생산·수출 거점으로 확대되고 있다. 누적 판매 1000만대 달성을 앞둔 현대차가 향후 제품 고급화와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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