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강아지의 매력이요? 아무래도 눈을 더 자세히 보게 되는데 그렇게 눈망울이 맑을 수 없어요!”
10월 1일 ‘세계 검은 개의 날’을 기념한 행사 ‘블랙도그데이(Black Dog Day)’가 당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반려동물 동반 카페 ‘망깍지’에서 열렸다. 블랙 포메라니안 ‘달콩이’와 함께 방문한 보호자는 “달콩이도, 그동안 만난 다른 검은 강아지들도 하나 같이 눈빛이 촉촉했다”며 “또 다른 장점은 까만 옷을 입어도 강아지 털이 붙은 티가 덜 난다는 것”이라고 웃었다.
세계 검은 개의 날은 미국의 동물복지·행동 전문가 콜린 페이지에 의해 제정된 날로, 검은 털을 지닌 개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을 주요 목표로 한다. 많은 문화권에서 검은색은 불길함과 공포의 이미지를 품고 있는데 그로 인해 검은 개는 다른 색깔의 개와 비교해 입양률이 낮은 편이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프리랜서 행사 연출가 김수은 씨도 검은 개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는 “반려인은 아니지만 친구네 검은 중형견을 잠시 돌본 시기가 있는데 함께 다녀보니 적지 않은 분들이 불편해하시더라”며 “실제로는 너무 착하고 귀여운 검은 개들이 오해 받는 현실이 마음 아팠다”고 돌아봤다.
세계 검은 개의 날이 있다는 것, 다만 우리나라에 그 날을 기념하는 행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은 씨는 직업적 능력을 살리기로 했다. 대학 후배, 사회 친구, 반려인 지인 등과 손잡고 검은 개의 매력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검은 개의 날을 알릴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장소 섭외는 물론 참가자들에게 전달된 스카프·핀배지·스티커·네임태그·풉백(배설물 수거 봉투) 등 기념굿즈 제작, 검은 개 종이접기와 검은 개 그림 그리기, 참가 시간별로 컵 속 간식을 찾는 ‘강아지 야바위’, 간식 등 유혹(?)에도 인내심을 발휘하는 강아지를 ‘기다리개 챌린지’ 같은 프로그램과 이벤트, SNS 운영, 포스터 제작 등이 자체적으로 이뤄졌다.
이 같은 행사 준비 비용이 입장권 등 수익보다 더 많이 들었음에도 검은 개들을 위한 진심으로 블랙도그데이를 열었다. 그 진심이 통한 것인지 이날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타임별로 모집한 총 80명 참가인과 24마리 반려견 입장권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깜돌이, 흑당이, 깜미, 먹구 등 이름만 들어도 알 것 같은 검은 강아지와 그 보호자가 다수였고, 래브라도 리트리버, 포메라니안, 보스턴테리어, 말티푸(몰티즈 푸들 믹스), 진도믹스, 비글 등 견종도 다양했다.
이날 블랙 진도믹스 깜돌이와 방문한 박지수 씨는 “검은 개를 위한 행사는 처음 와 본다”며 “털이 검고 몸이 크다고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기선 서로 환영하고 예뻐해줘서 너무 좋다”고 엄지를 세웠다.
검은 믹스견 산이를 3개월째 임시보호(임보) 중인 보호자는 “어딜 가도 검은 강아지를 만나기 어려웠는데 여긴 너무 많아서 색다른 기분”이라며 “그동안 반려견과 임보견을 통틀어 검은 강아지는 처음인데 살짝 살짝 보이는 흰색 눈자위가 매력”이라고 웃었다.
남다른 동질감 아래 참가자들은 서로 강아지들의 이름을 묻고 간식 정보도 공유하는 등 금세 친해지는 모습이었다.
특별한 재능기부자도 있었다. 캐리커처 작가인 양이중 도토리캐리커쳐 대표, 박은지 작가가 직접 강아지들의 그림을 그려서 참가자들에게 선물했다.
양 대표는 “까만 강아지와 고양이를 반려한 경험이 있고 지금도 검은 믹스견 ‘보름이’를 임보 중인데다 망원동 주민이기도 해서 의미 있는 봉사를 하고 싶었다. 많은 분들이 좋은 추억이 됐다고 기뻐해주셔서 뿌듯했다”며 “검은 개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길 바란다. 그림을 그려보면 검은 개가 가장 멋지고 세련됐다”고 말했다.
이날 검은 색이 아닌 강아지와 반려인, 그리고 비반려인 참가자도 꽤 있었다. 두 20대 방문객은 “강아지를 키우진 않지만 서로 강아지 릴스를 주고받는 사이”라며 “강아지들을 실제로 보고 또 머리도 쓰다듬어보니 다들 너무 사랑스럽다. 입양한다면 꼭 검은 강아지를 데려오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이날 행사는 약 7시간 동안 사고 없이 잘 마무리 됐다. 김수은 씨는 “검은 강아지를 향한 애정 하나로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했다.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너무 행복했다’ ‘선물 같은 하루였다’ ‘이런 날이 또 있으면 좋겠다’는 참가자 분들의 반응에 힘을 얻었다”며 “내년에도 행사를 할 수 있다면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한강공원 같은 야외에서 하고 싶다. 또 유기견 보호소와 연계해서 수익금 기부 및 입양 연계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블랙도그데이 함께해 영광… 망깍지는 모두의 아지트”
블랙도그데이가 열린 망깍지는 망원시장 인근에 위치한 반려동물 동반 카페로, ‘망원동 콩깍지’라는 뜻을 담은 상호로 약 3개월 전 문을 열었다. 박보경 대표의 반려견이자 카페의 마스코트 ‘에띵이’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행사 주최 측도 접근성이 좋고 펫프렌들리한 공간을 찾던 중 이곳을 알게 돼 섭외 요청을 했다고.
박 대표는 “사람은 물론 반려견, 반려묘까지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는 동아리방, 아지트 같은 공간을 지향하고, 반려인으로서 행사의 취지에도 공감해 섭외 연락이 왔을 때 고민 않고 수락했다”고 말했다.
이날 안전 등을 고려해 일반 손님은 테이크아웃 주문만 받은 망깍지는 행사 콘셉트에 맞게 참가인에게 콜드브루 커피 혹은 초코라테를 제공했다. 반려견 손님에게는 ‘멍푸치노’를 전했는데, 평소에도 무료 서비스를 한다고.
박 대표는 “뜻깊은 행사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앞으로도 누구든 편하게 올 수 있는 모두의 아지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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