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나만의 치킨 요리·화성행궁 산책… 수원을 맛보고 즐기다

입력 : 2026-09-27 18:26:41 수정 : 2026-09-27 18:26:40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치킨과 함께하는 수원 미식여행

농업박물관서 농·축산 설명 듣고
수원왕갈비통닭 요리 시연·강의
10개 점포 치킨 한 점씩 맛보니
같은 골목서 나와도 맛의 결 달라
궁중음식 해설과 걷는 화성행궁
11월 1일까지 야간 개장 이어져

한국인의 소울 푸드, 치킨을 좋아한다면 올 가을 수원 여행을 계획해보자. 팔달문 인근 수원천을 따라 걷다 보면 통닭집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가마솥에서 갓 튀겨낸 프라이드부터 양념·간장 통닭, 영화 ‘극한직업’으로 익숙해진 왕갈비통닭까지. 어느 집에 들어갈지 고르는 것부터 여행의 시작이다.

오랜 시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 이 골목에 체험과 역사 이야기가 더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추진하는 ‘2026 K-치킨벨트’ 사업에 수원이 포함되면서다.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은 통닭거리에서 치킨을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들고 수원의 역사·문화를 경험한 뒤 다시 골목에서 소비하는 ‘치킨과 함께하는 수원 K-헤리티지 미식여행’을 선보였다.

참가자들이 수원 왕갈비통닭을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수원 왕갈비통닭을 만드는 체험을 하고 있다.

치킨 한 마리에 2만원 안팎인 시대. 3만원으로 치킨을 직접 만들고, 국궁을 쏘고, 수원 화성행궁을 거닐고, 통닭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까지 고를 수 있다.

◆가마솥에서 튀긴 치킨… 50년 넘게 이어진 수원 통닭거리

수원 통닭거리는 팔달문 인근 수원천을 따라 형성됐다. 1970년대 매향통닭을 시작으로 통닭집이 하나둘 문을 열었다. 1980~1990년대 진미통닭과 용성통닭, 장안통닭 등이 뒤를 이었다. 닭을 통째로 튀겨 팔던 시절의 흔적은 통닭거리라는 이름에 남아 있다.

한 노신사가 수원 통닭거리의 가게들 앞을 지나고 있다.
한 노신사가 수원 통닭거리의 가게들 앞을 지나고 있다.

골목을 대표하는 풍경은 커다란 가마솥에서 닭을 튀기는 모습이다. 프라이드부터 양념·간장 통닭까지 가게마다 반죽과 양념, 조리법도 다르다. 김경재 남문통닭 대표에 따르면 현재 거리에서 영업하는 통닭집이 15곳 안팎이다. 그는 “(이 골목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들어오면 잘 되지 않는다”며 각 점포가 지켜온 비법과 개성이 골목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수원에서 통닭만큼 이름난 음식은 왕갈비다. 화성 축성 이후 팔달문 주변에 시장이 성장했고, 소 거래가 활발했던 우시장은 수원갈비가 자리 잡는 토대가 됐다. 두 음식은 훗날 ‘수원 왕갈비통닭’이라는 이름으로 만났다. 김 대표가 개발한 레시피다.

김 대표는 이를 한 가게의 발명품으로 내세우지 않고 “시대가 만들어낸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갈비로 이름난 수원에 통닭거리가 자리 잡았으니 두 맛을 잇는 발상이 나올 만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관련 특허와 상표권을 갖고 있지만 다른 통닭집에도 노하우를 전했다. 왕갈비통닭이 특정 가게의 메뉴에 머물기보다 수원을 알리는 음식으로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마음에서다.

◆양념 입힌 뒤 다시 굽는다… ‘왕갈비통닭 만들기’

여행의 첫 목적지는 국립농업박물관이다. 식재료의 기반이 되는 농업과 축산에 관한 해설을 들은 뒤 교육 공간에서 앞치마를 두른다. 김 대표와 함께 ‘나만의 치킨 만들기’ 강의에서 수원 왕갈비통닭을 만들어본다.

이하은 국립농업박물관 해설사가 전시물을 소개하고 있다.
이하은 국립농업박물관 해설사가 전시물을 소개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재준 남문통닭 매니저가 매장에서 사용하는 큰 뼈닭을 가져와 손질하고 튀김 과정을 시연했다. 두꺼운 닭다리에 칼집을 내 속까지 익히고, 치킨 파우더와 물을 섞은 반죽을 고루 입힌다. 김 대표는 “남문통닭에서는 12호 이상의 큰 닭을 쓴다”며 “여러 사람이 한 마리를 푸짐하게 나눠 먹던 통닭 문화가 지금의 조리 방식에도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준 남문통닭 매니저가 수원 왕갈비통닭 조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재준 남문통닭 매니저가 수원 왕갈비통닭 조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대형 무쇠 가마솥을 고집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차가운 닭을 여러 마리 넣어도 열이 쉽게 떨어지지 않고 온도가 빠르게 회복돼 겉을 바삭하게 튀기는 데 유리하다. 그는 “그냥 멋은 아니다”며 “매커니즘이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핵심은 소스를 입힌 치킨을 철판에 펼쳐 오븐에 다시 넣는 과정이었다. 김 대표는 “갈비라는 음식 자체가 구워 먹지 않나”라며 이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념을 버무린 뒤 다시 열을 가하자 달고 짭조름한 소스에 구운 향이 더해졌다.

◆수원 통닭거리의 열 가지 맛…한 상에 모였다

왕갈비통닭을 맛본 뒤 통닭거리로 향한다. 어느 가게에 들어갈지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이날 가스트로 투어에서는 10개 점포 치킨을 한자리에 모은 샘플러가 마련됐다. 점포와 메뉴가 적힌 테이스팅 노트를 보며 번호를 따라 한 점씩 먹어볼 수 있었다.

수원 통닭거리 여러 점포의 치킨이 한자리에 진열돼 있다.
수원 통닭거리 여러 점포의 치킨이 한자리에 진열돼 있다.

수원 시민이라도 열 집의 치킨을 한 번에 비교할 기회는 흔치 않다. 프라이드와 양념, 간장 계열부터 왕갈비통닭까지 같은 골목에서 나온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맛의 결이 다르다. 진미통닭은 오뚜기와 협업해 화제가 된 ‘진짬뽕 통닭’을 내놨다. 현장을 찾은 박민정 진미통닭 대표는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니 너무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통닭거리를 많이 찾아달라”고 인사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민선 오미요리연구소 연구소장은 “향후 가이드와 함께 골목을 걸으며 각 점포 앞에서 치킨을 한 점씩 맛보는 거리 투어도 구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민선 오미요리연구소 연구소장이 매향통닭 인근에서 거리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김민선 오미요리연구소 연구소장이 매향통닭 인근에서 거리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통닭 다음은 정조의 밥상… 화성행궁까지 산책

치킨을 맛본 뒤에는 화성행궁으로 향했다. 통닭거리에서 걸어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김보성 수원화성 문화관광해설사의 도움말로 왕실의 음식 이야기를 들었다.

김보성 수원화성 문화관광해설사가 화성행궁에서 정조가 혜경궁 홍씨를 위해 연 회갑연을 설명하고 있다.
김보성 수원화성 문화관광해설사가 화성행궁에서 정조가 혜경궁 홍씨를 위해 연 회갑연을 설명하고 있다.

해설의 중심은 1795년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연 회갑연이었다. 행궁에는 참석자들이 각자 상을 받아 잔치를 즐기던 모습과 음식을 높이 쌓고 종이꽃으로 장식한 잔칫상이 재현돼 있다. 김 해설사가 꿩고기를 가리키며 “꿩 대신 닭이라고 하잖아요. 왕실에서는 꿩을 썼어요”라고 말하자, 조금 전 통닭 열 종류를 맛본 일행 사이에서 웃음이 났다.

독상의 음식은 동행인과 나누거나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었다. 김 해설사는 당시 이를 ‘복된 음식’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화성행궁은 궁중음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치킨으로 시작한 여행은 왕실의 밥상에서 마무리된다.

 

화성행궁의 달빛도 놓치면 아쉽다. 수원 화성행궁에서는 11월 1일까지 매주 금~일요일과 공휴일 오후 6시부터 9시 30분까지 야간개장에 나선다. 조금 더 걸어 화서문·장안문·장안공원 일원으로 향하면 10월 6일까지 열리는 ‘2026 수원화성 미디어아트’도 볼 수 있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성곽과 공원이 빛으로 물든다.

김보석 한식진흥원 미래사업추진팀장은 “치킨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음식이지만 지역마다 그 맛과 이야기가 다르다”며 이번 팸투어를 계기로 수원의 치킨과 관광자원이 널리 알려져 더 많은 사람이 지역의 매력을 경험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수원=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