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고향을 빼앗았지만 꿈까지 앗아가지는 못했다. 난민촌서 태권도를 익힌 두 청년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무대에 섰다. 출전만으로도 의미 있는 발걸음이지만, 이들은 참가에만 결코 만족하겠다는 의지다.
하계 AG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난민팀이 등장했다. 선수는 시리아 출신 마흐무드 자셈 무함마드(24)와 탈라 하산 후나이디(18), 단 두 명이다. 요르단 아즈라크 난민캠프에 사는 두 사람은 각각 겨루기 남자 80㎏급과 여자 49㎏급에 출전한다.
두 사람의 고향 시리아에선 2011년 3월 반정부 시위가 정부의 유혈 진압과 무력 충돌을 거치며 내전으로 번졌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수백만명이 요르단과 튀르키예, 레바논 등으로 피신했다. 아즈라크 난민캠프도 이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2014년 문을 열었다.
2016년 요르단에 도착한 무함마드는 이곳서 태권도를 처음 만났다. 세계태권도연맹(WT)이 난민 지원을 위해 설립한 태권도박애재단(THF)이 현지 기관과 함께 마련한 수업이 계기였다. 어떤 운동인지도 잘 몰랐지만 막막하던 생활을 바꿔볼 기회로 여겼다. 그렇게 발차기를 배우고 하루하루 수련에 매진했다.
생활부터 달라졌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일이 생겼고, 실력이 늘수록 더 잘하고 싶어졌다. 사정상 수업에 빠지는 날이면 온종일 속상할 만큼 태권도는 중요한 일상이 됐다. 앞날을 걱정하던 소년에게 스스로 노력해 이룰 목표가 생겼다. 무함마드는 “태권도를 선택한 게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돌아봤다.
난민촌에서 시작된 수련은 한국까지 이어졌다. WT 관계자는 “무함마드는 지난해 8월 무주 태권도원서 열린 ‘We Are The One 훈련캠프’에 참가한 바 있다”며 “조정원 총재도 태권도원을 찾아 무함마드를 비롯해 난민 선수들을 적극 격려했다”고 전했다.
WT와 태권도진흥재단이 함께 마련하고 THF와 올림픽난민재단(ORF)이 지원한 프로그램이었다는 설명이다. 난민 선수 5명과 지도자 2명이 참가해 약 2주 동안 전문 훈련과 합동훈련 등을 소화했다. 아즈라크에서 시작된 태권도가 그를 종주국 한국에 이어 AG 무대까지 이끈 셈이다.
후나이디는 출발점이 달랐다. 태권도를 시작하는 일부터 큰 용기가 필요했다. 전쟁의 기억을 안고 캠프에 온 그는 말수가 적었고 감정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다. 어렵게 수업에 참여하고도 주눅이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자신보다 강해 보였고, 지치거나 실수할 때마다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닌가 보다’ 싶었다.
그래도 포기는 없었다. 발차기를 거듭하며 몸뿐 아니라 마음도 단단해졌다. 두려움이 조금씩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후나이디는 난민이라는 사실이 자신의 미래까지 규정할 수는 없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렇게 얻은 용기를 이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나누려 한다. 난민촌의 소녀도 꿈을 이루고 다른 이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OCA도 두 선수의 출전을 단순한 참가 이상의 의미로 설명한다. 지난 21일 나고야 메인프레스센터서 두 사람을 공식 소개하며 난민 선수들이 아시아 각국 선수들과 같은 무대에서 스포츠 여정을 이어갈 기회라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무함마드는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이 원해서 고향을 떠난 게 아니라며 “참가만 하는 게 목표는 아니다. 성과를 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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