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6년 차, 매년 작품을 쌓아왔지만 ‘그대에게 드림’은 배우 백성철에게 유독 애틋한 작품이다. 감독의 섬세한 디텍팅, 연기에 대한 호평도 있었지만, 작품을 통해 무언가를 깨우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돌이켜 보면 선배들을 쫓아가기 바빴던 전작들과 달리 ‘그대에게 드림’은 자신도 함께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알을 깨고 나온 것 같다”는 말엔 자신감도 섞여 있었다.
◆백성철과 심유건의 평행이론
백성철은 지난 18일 종영한 ENA 드라마 ‘그대에게 드림’에서 배우 심유건을 연기했다. 극 중 유건은 무명 배우에서 라이징 스타로 성장한다. 배우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서울에 상경해 아버지와 ‘10년 내 성공’을 약속하는 인물이다.
그는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나만의 매력으로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본 속 유건을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장벽은 외모였다. 잘생긴 외모에 단단하고, 무뚝뚝한 것 같지만 츤데레스럽기까지한 강한 남성이었다. 반면 내면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성격적인 부분,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공통점이 많았다. 그는 “유건을 연기하면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작품 속에서 작품을 찍기도 하고, 그 안에서도 캐릭터의 매력을 자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심유건의 매력은 ‘강강약약’에 있었다. 캐릭터를 구축하며 평소 인상 깊게 봤던 영화가 떠올랐다. 오스틴 버틀러 주연의 영화 ‘바이크 라이더스(The Bikeriders, 2024)’였다. 오토바이를 즐겨 타는 유건을 보며 서부 오토바이 클럽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를 떠올렸다. ‘중경삼림’을 오마주한 광고 촬영에서 처음 만나는 유건과 하나(이열음)의 서사 역시 스탠드바에서 캐시(조디 코머)를 처음 만나는 베니(오스틴 버틀러)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듬직한 인상을 주기 위해 증량했다. 실제로 만난 백성철은 전작 ‘취하는 로맨스‘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모델 출신으로 비교적 마른 체형을 가지고 있던 과거와 달리 ‘듬직한’ 인상이 강해졌다. 지난 1년 반 동안 꾸준히 운동했고, 재미를 붙여 매일 아침 웨이트 트레이닝에 힘쓰고 있다. 인생 처음 도전한 브라운 계열의 염색모도 사뭇 다른 분위기를 줬다. “체형의 변화가 만족스럽다”며 “전작과는 상반되는 느낌을 주고 싶어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공백기에 떠난 긴 여행이 변화의 계기였을까. ‘그대에게 드림’을 거치며 배우로서 한 뼘 성장한 자신을 발견했다. 매 작품 열심히 준비하고, 온 힘을 다해 연기했지만, 이번 작품의 여운은 유독 짙게 남는다. 그는 “예전엔 시야도 좁고 따라가기 바빴다면, 이번엔 많이 열린 느낌을 받았다. 내가 생각한 걸 말할 줄 아는 법을 배웠다. 아직 신인이지만 내 마음에 확신도 생겼다”고 말했다.
◆무명에서 스타로…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금성무를 꿈꾸는 단역배우. 서른될 때까지 뭐라도 되지 않으면 가업을 이어 고향 동네에 횟집을 물려받아야 하는 설정이었다. 아버지와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초조해지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믿음 하나로 꿈을 놓지 못한다. 백성철 역시 꿈을 안고 상경했다. 스무살에 시작해 모델에서 배우로 영역을 넓혔다. 30대가 되어도 자리를 잡지 못하면 고향으로 내려가겠다는 다짐은 심유건과 마찬가지였다. 인물의 설정이 유독 몰입됐던 이유다.
심유건은 주이재(이혜리)와 우수빈(황인엽)의 고향 동생, 오하나의 동료이자 연인, 그리고 든든한 지원군인 아버지와의 서사까지 인물들과 촘촘하게 엮여 있었다.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부쩍 늘었다. 그는 “부담은 있었지만 겁나진 않았다”고 했다. 예전엔 이질감 없이 나와 맞는 역할을 찾았다면, 요즘은 뭐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 배우로 5년 차, 현장에서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을 체화하다 보니 스스로 체감하는 성장도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유선동 감독의 역할도 컸다. 극 중 툭툭 내뱉는 대사도 심유건의 묘한 매력 중 하나였다. ‘예의 바른’ 백성철의 말투에 유선동 감독은 “다음엔 상남자가 되어 만나자”고 조언했다고. 그는 “전작에선 미처 알아채지 못한 부족한 부분들을 찾아주셨다. 유건을 더 멋있게 보일 수 있게 해주셨고, 작가님도 용기를 많이 주셔서 기대에 못 미칠까 걱정이 들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그대에게 드림’을 준비하며 노력한 점 중 하나는 운동이다.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변화가 주는 성취감도 컸다. 그는 “전작과 다른 매력을 확실히 보여드리고 싶었다. 운동을 하다 보니 정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면서 “식단 관리도 해서 좋은 몸을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극 중 심유건과 오하나는 무명 배우와 스타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했다. 가장 긴 호흡을 맞춘 상대역인 만큼 둘의 호흡도 중요했다. 백성철은 “촬영할 때마다 느꼈지만, (이열음)누나가 성격이 진짜 좋다. 장난치며 긴장을 풀어주려는 노력에 더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유건의 집이 있는 옥탑방은 가장 좋아하는 촬영 장소였다. 유건과 하나의 멜로가 펼쳐지는 주 배경도 이 장소였다. 모든 촬영 중 가장 추웠던 탓에 더욱 잊지 못할 장소가 됐다면서도 “촬영 이후 그 건물이 사라졌다. 유독 예쁜 장소라 오가며 한 번씩 올려다보고 싶었는데, 없어져서 아쉽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중경삼림’을 오마주한 광고 신과 더불어 촬영장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는 장면도 만족스러운 장면 중 하나다. “강하고 멋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다”고 운을 뗀 그는 “걸음걸이 하나도 이를 갈고 준비했다”고 했다. 멋스러운 워킹에 익숙할 그가 걸음걸이에 신경썼다는 답변에 놀라자 “연기를 할 때 멋있게 걸으려 하면 오히려 안 되는것 같다. 걷는 데 목적을 두는 경우는 없으니까, 어딘가로 향하는 목적을 생각하고 연기하려 했다”고 주안점을 전했다.
한솥밥을 먹고 있는 선배 배우이자 절친한 황인엽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관련한 질문에 “농담처럼 같은 작품에 출연할 기회가 있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같이하게 되니 친한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고 했다.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우려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혹여 부담될까 전화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현장을 리드 해줬다며 감사를 전했다.
◆노력과 성취…눈물 터진 막촬
유독 애정했던 작품이었던 탓일까.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경성연가’ 상영회와 투병 중인 아버지의 기타 연주가 더해진 장면이었다. 백성철은 “모든 작품을 노력해 촬영했지만, 유난히 애정도 있고, 성취감이 큰 작품이었다. 해냈다는 뿌듯함과 애틋함이 동시에 밀려왔다”고 했다. “막촬에서 우는 건 정말 이해하지 못했는데, 종일 울었다. 종영소감을 촬영하는 데도 눈물이 나더라. 소속사 식구들이 준비한 케이크를 보면서도 닭똥 같은 눈물이 났다”라고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꿈엔 유통기한이 있을까. 결국 꿈을 이룬 유건처럼, 당당히 주연작을 마친 백성철에게 이 같은 물음을 건네자 곧바로 “아니오”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은 유통기한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시작이 지날수록 내공도 쌓이고 깊이감도 생긴다”고 힘주어 말했다.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도 이와 같았다. “이재, 수빈, 유건, 하나가 모두 도전하듯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분들이 ‘그대에게 드림’을 보고 도전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극 중 ‘경성연가’ 촬영지는 이병헌·김태리 주연의 ‘미스터 선샤인’의 촬영지와 동일했다. 어렸을 때 시청한 드라마의 현장에서 직접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웠다. 촬영장의 면면을 살펴보며 “기회가 되면 꼭 사극과 시대극에 출연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 배우로 시상식 무대에서 수상하고 싶다는 목표도 생겼다.
‘그대에게 드림’은 배우 백성철에서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연기에 대한 확신과 방향성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백성철도 극 중 유건처럼 이제 막 준비를 마치고 도약하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노력을 딛고 뚜렷한 성장 가능성을 증명할 차례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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