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00년대 초반부터 육성책
민간 생산·투자 촉진…메모리 집중
중국, 2014년부터 5년 빅펀드 조성
중복 투자·자원 배분 비효율 한계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범용 메모리에서 첨단 제품과 장비·소재 분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며 한국 등 반도체 선진국들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면서 우리 정부도 세제·인프라 중심의 지원책을 확대하고 있다. 한?중 양국의 반도체 지원 방식과 경쟁력을 비교해봤다.
◆韓, 세제·인프라 지원으로 민간 투자 촉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수요 폭증 속에 각국은 반도체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보고 지원 공세를 퍼붓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국가 주도 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펼쳐왔다.
2001년 제정된 ‘부품·소재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소재·부품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는 출발선이 됐다. 이후 2019년에는 일본 정부의 갑작스러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계기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특별법’을 제정해 공급망 안정화와 자립화를 꾀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에는 종합 반도체 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K-반도체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세제·금융 지원과 규제 완화, 인력 양성 등 전방위 지원을 약속했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민간 기업은 2030년까지 반도체 분야에 총 51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2023년 수립한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계획에 따라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적극 육성키로 했다.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가 300조원을 투자해 2042년까지 경기 용인시에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1호 공약으로 반도체 산업 지원을 내세웠고, 올해 들어 대규모 투자 계획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6월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800조원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핵심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00조원씩 투자해 4기의 반도체 팹을 건설할 방침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와 인프라 지원을 약속했다. 연내 메가특구 특별법을 제정해 규제 특례와 특별보조금 등으로 기업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민간의 생산능력 확대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세제·인프라 지원에 집중됐고 그 마저도 메모리에 쏠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中, 국유자본 앞세워 반도체 장기투자 확대
중국의 경우 당국이 국유기업과 지방정부 산하 기업의 자금을 반도체 산업으로 유도하며 장기 투자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단기 수익보다 기업의 기술 개발과 성장을 중시하는 ‘인내자본’을 통해 반도체 설계 등 전략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려는 움직임이다.
중국은 2014년부터 5년 주기로 세 차례에 걸쳐 국가반도체산업 투자펀드(빅펀드)를 조성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2014년 1기 당시 987억 위안이던 빅펀드 규모는 2기 때 2041억 위안으로 갑절가량 늘었고, 2024년 3기 들어선 3440억 위원으로 또다시 급증했다. 15년 새 한화 기준으로 총 137조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중국 국유 생명보험사 중국인수보험도 최근 계열사와 함께 50억 위안, 약 1조1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반도체 설계기업을 비롯해 핵심 기술과 연구개발 체계를 갖춘 기업 등이 투자 대상이다. 펀드는 설립 후 2년간 투자를 집행하고 이후 6년간 투자금을 회수한다. 필요하면 운용 기간을 1년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지방 국유기업도 참여한다. 장시성 정부가 지원하는 장시 간웨고속도로는 7개 기관과 함께 2억위안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펀드는 7년간 중국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메타엑스와 협력사·고객사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은 2026∼2030년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중장기 자본의 전략산업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인내자본 육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기존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과 보조금에 국유 금융기관과 지방 국유기업의 장기 투자를 더해 반도체 기술 자립을 뒷받침하는 방식이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이 민간 대기업의 생산시설 투자를 세제와 인프라로 뒷받침한다면 중국은 정부 영향권에 있는 국유자본을 직접 동원해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과 성장을 장기간 지원한다. 한국은 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생산 경쟁력이 강점이지만 지원이 일부 대기업과 메모리 분야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막대한 정책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반면 정부 주도의 중복투자와 자원 배분 비효율이 한계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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