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조이거나 짓눌리는 듯한 통증이 생겼다가 금세 사라지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특히 건강검진에서 심전도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면 ‘심장은 괜찮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전도가 정상이라고 해서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까지 정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협심증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필요한 만큼의 혈액과 산소가 전달되지 않는 질환이다. 혈관이 갑자기 막히면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증상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운동하거나 계단을 오를 때 가슴이 뻐근하다가 쉬면 좋아지기도 하고, 명치가 답답하거나 체한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권용섭 부산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주임과장은 “협심증 환자라고 해서 항상 심전도에 이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며 “평소에는 괜찮다가 활동량이 늘었을 때 반복적으로 가슴이 조이거나 숨이 차고, 특히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흡연 등 심혈관 위험요인이 있다면 관상동맥 질환 가능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장혈관, 언제 CT로 확인할까
관상동맥 질환이 의심된다고 해서 모든 환자가 처음부터 관상동맥 조영술을 받는 것은 아니다. 증상과 심전도, 혈액검사, 심혈관 위험인자 등을 종합해 위험도를 평가한 뒤 적절한 검사를 선택한다.
최근에는 관상동맥 CT 혈관조영술(CCTA)이 관상동맥 상태를 비침습적으로 확인하는 데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조영제를 투여한 뒤 CT로 심장을 촬영해 관상동맥의 협착 여부와 죽상경화반 등을 살펴보는 방식이다.
다만 심장은 계속 움직이는 장기인 만큼 검사에서는 촬영 속도가 중요하다. 심박수가 빠르거나 불규칙하면 영상에 움직임이 생겨 혈관을 선명하게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심장 CT 기술도 이런 한계를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레볼루션 바이브(Revolution Vibe)의 경우 0.23초 회전 속도와 160㎜ 촬영 범위를 적용해 한 번의 심박동으로 심장 전체를 촬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AI 기반 영상 재구성 기술인 ‘TrueFidelity DL’도 적용돼 낮은 방사선량에서도 진단에 필요한 영상 품질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권 과장은 “심장 CT의 발전으로 과거보다 빠른 심박이나 불규칙한 박동을 가진 환자에서도 관상동맥을 평가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장비 자체보다 환자의 증상과 위험도에 맞춰 필요한 검사를 선택하고, 검사에서 의미 있는 협착이 발견됐을 때 다음 치료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CT에서 좁아진 혈관 발견…다음 단계는
심장 CT에서 관상동맥이 심하게 좁아진 것으로 의심되거나 심근허혈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는 보다 정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때 시행하는 대표적인 검사가 관상동맥 조영술이다.
손목이나 사타구니의 동맥을 통해 가느다란 카테터를 심장 관상동맥 입구까지 넣은 뒤 조영제를 주입하면서 X선 영상으로 혈관 내부를 직접 확인한다. CT가 몸 밖에서 관상동맥 구조를 파악하는 검사라면 관상동맥 조영술은 실제 혈류가 지나가는 혈관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필요한 경우 검사에서 치료로 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심한 협착이나 막힌 부위가 확인되면 풍선으로 혈관을 넓히고 스텐트를 삽입하는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을 시행할 수 있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처럼 시간이 생명과 직결되는 상황에서는 CT를 거쳐 단계적으로 검사하는 것보다 관상동맥 조영술과 응급 중재시술이 우선될 수 있다. 흉통과 함께 심전도에서 뚜렷한 허혈성 변화가 나타나거나 심근 손상을 보여주는 트로포닌 수치가 상승하고, 혈압 저하 등 고위험 징후가 나타난 환자는 빠른 침습적 평가가 중요하다.
권 과장은 “심혈관 진료에서 중요한 것은 CT와 관상동맥 조영술 가운데 어떤 검사가 더 우수하냐를 따지는 게 아니다”며 “급하지 않은 환자는 불필요한 침습 검사를 줄이면서 정확히 선별하고, 응급 환자는 지체 없이 혈관을 열어주는 치료까지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상동맥 조영술과 스텐트 시술은 미세한 혈관과 기구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진행하기 때문에 영상의 선명도와 방사선 노출 관리 역시 중요하다”며 “본원은 심장 CT 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되거나 응급 중재가 필요한 경우 저선량·고화질 영상 구현을 지원하는 Philips Azurion5 M20 혈관조영장비가 구축된 심혈관촬영실에서 관상동맥 조영술과 중재시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심혈관 진료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시작된 흉통, 검사 예약보다 응급실 먼저
무엇보다 구분해야 하는 것은 ‘검사를 받아볼까 고민할 흉통’과 ‘당장 응급실에 가야 하는 흉통’이다.
가슴 중앙을 짓누르거나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수분 이상 지속되고, 통증이 왼팔·어깨·등·턱으로 퍼지거나 식은땀과 호흡곤란, 어지럼증, 메스꺼움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 잠시 쉬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거나 이전보다 강하고 잦아진 경우도 마찬가지다.
반면 활동할 때 반복되는 가슴 불편감이 있지만 현재 증상이 안정된 상태라면 진료를 통해 위험도를 평가하고 심장 CT나 기능검사 등 적절한 검사를 선택할 수 있다.
권 과장은 “심근경색은 막힌 혈관을 얼마나 빨리 다시 열어주느냐가 이후 심장 기능과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며 “정밀하게 찾아내는 진단 기술도 중요하지만, 고위험 환자를 빠르게 가려내고 진단 이후 관상동맥 조영술과 중재시술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결국 골든타임을 지키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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