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걸 잡는다고?”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꽃이 핀다. 2일 서울 잠실구장서 만난 김원형 프로야구 두산 감독의 눈이 다시 휘둥그레졌다. 하루 전 외야수 김민석이 선보인 호수비 때문이다.
김민석은 지난 1일 LG전에서 2-2로 맞선 9회 초 2사 후 오지환의 홈런성 타구를 좌측 펜스 앞에서 뛰어올라 걷어냈다. 놓쳤다면 장타와 함께 실점 위기로 번질 수 있었던 순간이었을 터. 말 그대로 ‘슈퍼캐치’였다.
장면을 되짚은 김 감독은 “진짜 깜짝 놀랐다. (김)민석이 야구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수비라고 놀리기도 했다”고 미소 지었다. 되레 선수를 향한, 가장 확실한 칭찬이면서도 진한 인정이 담겨 있었다.
“외야 수비를 잘하는 선수였으면 오히려 놓쳤을 텐데, 어설픈 네가 잡았다고 했다”며 “감독과 선수로 나이 차이는 있지만 민석이와는 그 정도 농담을 주고받는다.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좋아할 만한 말”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타격만 놓고 보면 김민석은 현시점 두산서 가장 번뜩이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올 시즌 93경기 동안 타율 0.315(305타수 96안타)를 써내고 있다. 현재 흐름이면 137안타 페이스다. 롯데 소속이던 데뷔 시즌 2023년(102안타)을 넘어 개인 한 시즌 최다 안타 경신도 유력하다. 규정타석을 채운 리그 타자 48명 가운데 타율 10위. 말 그대로 전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방망이다.
젊은 타자들에게 으레 따라붙는 기복을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점도 반갑다. 한 경기나 특정 시리즈에서 반짝한 데 그치지 않고 시즌 내내 꾸준히 안타를 쌓고 있다. 전반기를 타율 0.306으로 마친 김민석은 후반기 14경기에서 0.360을 기록하며 오히려 기세를 높였다. 최근 10경기에서도 타율 0.361(36타수 13안타)을 올리며 뜨거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타석에서의 출발점인 공을 고르는 방식부터 달라졌다. 지난해 49.2%였던 스윙률은 올해 39.3%로 10%가량 가까이 낮아졌다. 방망이를 덜 내면서도 콘택트율은 75.9%에서 84.0%로 높였고, 헛스윙률은 11.8%에서 6.3%로 거의 절반까지 줄였다. 무작정 상대 타자에게 덤비기보다 자신이 대응할 수 있는 공을 기다렸다가 정확하게 맞히고 있다는 뜻이다.
결과로도 이어졌다. 볼넷률은 4.9%에서 11.0%로 두 배 이상 뛰었고, 삼진율은 25.1%에서 17.4%로 떨어졌다. 단순히 방망이를 아끼는 소극적인 타격이 아니다. 나쁜 공은 참되, 칠 수 있는 공에는 확실하게 반응한다. 두산이 트레이드 영입 당시 기대했던 정교한 콘택트 능력이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물론 수비는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다. 고교 시절까지 내야수로 뛰다가 프로 입단과 함께 외야로 전향한 만큼 타구 판단과 송구를 꾸준히 다듬고 있다. 수비의 비중이 커지는 승부처에선 더 강인한 어깨를 지닌 선수와 교체되기도 한다.
선수 본인은 약점을 외면하지 않는다. 사령탑은 지난해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서 김민석을 향해 “다른 것보다 커트맨을 향해 무조건 강하게 던지라”고 주문했다.
김민석은 이후 강한 송구를 반복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왔다. 김 감독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부족한 부분을 소홀히 하지 않는 점이 기특하다”고 했다. 실제로 조금씩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련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뚜렷한 강점은 더욱 키우고, 약점은 부지런히 지워내며 이른바 ‘육각형’의 크기를 넓혀가는 중이다. 완성형 선수로 향하는 김민석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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