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 홀부터 배가 너무 아파서 집중이 안 됐다. 14번 홀에서 잘 해결했다.(웃음) 캐디 오빠가 ‘15번 홀부터 진짜 시작이다. 집중하자’고 말해줬다. 하나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공격적으로 플레이한 것이 주효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17번째, 개인 통산 ‘10승’을 완성한 이다연(메디힐)의 한마디에 현장이 웃음바다로 변했다. 짜릿한 역전 우승의 에피소드, 이다연의 ‘여유’가 묻어났다.
이다연은 2일 강원도 원주 오로라 골프&리조트 마운틴(OUT), 레이크(IN) 코스(파72·6620야드)에서 막을 내린 KLPGA 투어 2026 오로라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1억8000만원)에서 정상에 올랐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새겼다.
짜릿한 역전 우승이었다. 16번 홀까지 선두 김수지에 2타 차로 뒤진 2위. 하지만 17번 홀(파3)과 18번 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채며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특히 마지막 홀에서는 러프에 빠진 볼을 그린 홀 약 2m 지점에 붙이는 완벽한 아이언 샷과 정확한 퍼트로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냈다.
지독한 아홉수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9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개인 통산 9번째 우승을 차지한 이다연은 지난 4월 DB위민스 챔피언십 공동 2위, 5월 E1 채리티 오픈 공동 3위, 지난달 롯데 오픈 공동 2위 등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이날 마지막 홀 짜릿한 버디 퍼트로 우승을 차지하며 KLPGA 투어 개인 통산 10승을 채웠다.
부상의 시련을 극복한 결과다. 2016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이다연은 이듬해 훈련 도중 왼쪽 발목이 부러져 수술대에 오르는 큰 부상을 겪었다. 지난해에는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보란 듯이 오뚝이처럼 일어나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투어 데뷔 11년 차,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다연에게 여유가 묻어났다. 이날 5번 홀(파4)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면서 사실상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9번 홀(파4)에서 이글을 성공시키며 스스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다연은 “경기가 풀리지 않다 보니 ‘왜 우승이 안 올까’라는 고민과 조급함이 있었던 것 같다. 2위나 3위도 훌륭한 성과인데 우승만 바라보며 부족한 점에만 집착했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실수 또한 골프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스스로 격려하기로 했다. 즐겁게 내 플레이를 풀어가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유해란의 인터뷰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유해란 선수 인터뷰를 다 찾아봤다. 그러면서 느낀 점이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 많은 귀감이 됐다”라며 “나 역시 감사한 마음을 갖고, 표현하려고 한다”고 활짝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전반에 트리플 보기를 해서 우승에 멀어졌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에 우승을 확정 짓고 난 후에도 믿기지 않았다. 통산 10승을 채우게 돼서 감사한 마음이다.”
▲전반 트리플 보기를 한 상황은
“티샷이 러프에 잠겼다. 홀 우측으로 안전하게 공략을 하려고 했는데, 타구가 감겨서 페널티 구역에 들어갔다. ‘이번엔 우승이 아닌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고, 마음 편하게 플레이하자고 마음먹었다.”
▲9번 홀 이글 상황은
“바람이 조금 애매했다. 124m였다. 피칭과 9번 아이언을 두고 고민했다. 캐디 오빠와 상의해 9번 아이언을 잡고 그린 우측으로 태우려고 했는데, 운 좋게 잘 들어갔다.”
▲우승 원동력은
“12번 홀부터 배가 너무 아파서 집중이 안 됐다. 14번 홀에서 잘 해결을 했다.(웃음) 캐디 오빠가 ‘15번 홀부터 진짜 시작이다. 이제부터 집중하자’고 말해줬다. 하나만 더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플레이했다.”
▲10승의 의미는
“지금까지 왔던 순간이 다 영광인 것 같다. 목표를 달성하다 보니, 이전 것은 잊고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올 시즌 목표가 10승 달성과 메이저 대회 우승이었다. 올 시즌 남은 메이저 대회를 잘 준비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체력 관리가 중요할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수술하고 시즌을 접어야 했던 순간이 기억난다. 큰 수술을 한 경험도, 시즌을 조기 마감하는 경험도 처음이었다. ‘다시 골프를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했다. 그래서 메디힐에 고맙다. 10년 동안 지원해주셨다. 잘 될 때보다 오히려 힘들 때 나보다 나를 더 생각해주셨다. 너무 큰 힘이 됐다. 소속돼 있다는 안정감이 큰 도움이 됐다.”
원주=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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