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에 한 타 뒤진 상황에서 나선 18번 홀, 티샷이 러프에 빠졌다. 하지만 그림같은 아이언샷으로 볼을 홀 약 2m 지점에 떨어트렸다. 숨막히는 순간, 버디 퍼트가 땡그랑 소리를 내며 홀로 빨려들어갔다. 역전 우승, ‘오뚝이’ 이다연(29·메디힐)이 마침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인 통산 10승을 완성했다.
이다연은 2일 강원도 원주 오로라 골프&리조트 마운틴(OUT), 레이크(IN) 코스(파72·6620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2026 오로라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우승상금 1억8000만원)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2개를 범했지만, 버디 3개로 1언더파 71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새겼다.
지독한 아홉수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9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개인 통산 9번째 우승을 차지한 이다연은 지난 4월 DB위민스 챔피언십 공동 2위, 5월 E1 채리티 오픈 공동 3위, 지난달 롯데 오픈 공동 2위 등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이날 마지막 홀 짜릿한 버디 퍼트로 우승을 차지하며 KLPGA 투어 역대 통산 17번째로 통산 10승을 채웠다.
부상의 시련을 극복한 결과다. 2016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이다연은 이듬해 훈련 도중 왼쪽 발목이 부러져 수술대에 오르는 큰 부상을 겪었다. 하지만 복귀를 알린 2018년 팬텀 클래식에서 정상에 오르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감이 붙으며 상승세를 탔다. 2018년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한 데 이어 2019년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 아시아나항공 오픈 등 2승을 거뒀다. 시즌제로 열린 2019∼2020시즌에는 효성 챔피언십에서, 2021년에는 한화클래식에서 정상에 오르며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로 우뚝 섰다.
하지만 또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2022년 손목 인대 파열 여파로 시즌을 중도에 접었다. 지난해엔 교통사고를 당해 허리 통증으로 시즌 초반 출전한 8개 대회 중 5개 대회에서 컷 탈락하는 등 불운을 겪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우승으로 재기를 알렸다. 2023년 크리스에프앤씨 KLPGA 챔피언십과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을 석권했고, 지난해 2년 만에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트로피를 다시 한 번 들어올렸다.
이다연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다 보니 ‘왜 우승이 안 올까’하는 고민과 조급함이 깊었다. 2위나 3위도 훌륭한 성과인데 우승만 바라보며 부족한 점에만 집착했었다”며 “실수 또한 골프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격려하기로 했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라운드에서도 수차례 위기를 극복했다. 3라운드까지 당시 선두 김수지에 2타 뒤진 공동 3위에 올랐던 이다연은 이날 5번 홀(파4)에서 트리플 보기를 범하며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9번 홀(파4)에서 이글로 만회했다. 약 120m 세컨드 샷이 그대로 홀로 들어갔다. 이후 선두 김수지와 2타 차를 유지하며 계속 우승 경쟁을 이어갔고, 마지막 17, 18번 홀에서 드라마를 연출했다.
17번 홀(파3)에서 약 170m 티샷을 홀 2m 지점에 떨어트리며 버디를 기록, 선두에 한 타차로 추격했다. 이어 18번 홀에서도 극적인 버디로 나흘의 라운드에 마침표를 찍었다.
원주=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