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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의 인생 후반전] “명품 선수를 만들어야죠”…추신수의 야구는 더 커지고 있다

입력 : 2026-07-24 07:00:00 수정 : 2026-07-23 19: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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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추신수.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SSG 추신수.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평생 야구와 함께할 운명인가 봐요.”

 

2024년 9월30일. 프로야구 SSG의 정규시즌 최종전(키움전)이 열린 인천 랜더스필드. 뜨거운 함성이 한 곳을 향했다. 대타로 타석에 선 추신수였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거쳐 KBO리그에 이르기까지 24년간 쉼 없이 달려온 ‘선수 추신수’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야구 시계가 멈춘 것은 아니었다. ‘야구인 추신수’로 계절이 바뀌었을 뿐이다. 등번호 17번이 새겨진 유니폼 대신 말끔한 정장을 입는 날이 더 많아졌지만 여전히 그의 머릿속은 야구로 가득 차 있다.

 

야구라는 굵은 물줄기서 여러 파장을 일으키는 중이다. 직함이 보다 다채로워졌다. 프로 구단 프런트(SSG 구단주 보좌역 및 육성총괄)로서, 여자 야구단 블랙퀸즈(야구 예능프로그램 야구여왕) 감독으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추 보좌역은 “선수일 때보다 훨씬 바쁘다. 한 달에 딱 3일만 쉰 적도 있다”면서 “예전엔 경기에만 집중하면 됐는데, 지금은 프로, 아마추어 경기를 다 보러 다니다 보니 신경 쓸 것들이 많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SSG 추신수.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SSG 추신수.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SSG 추신수.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SSG 추신수.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 최상의 컨디션서 최고의 경기가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움직였다.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 중 하나는 인프라 확충이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부터 줄곧 목소리를 냈던 부분이다.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곤 하나,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MLB서 뛰었기에 체감되는 부분이 훨씬 컸다. 1군이 그러한데 퓨처스(2군)는 말할 것도 없다. 시설 측면에서 열악한 곳이 대부분이다. 추 보좌역은 “2군은 1군을 지원하는 곳 아닌가. 뭔가 분리돼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2군에까지 관심을 기울였던 건 아니다. 선수 시절 막바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던 게 결과적으로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솔직히 많이 놀랐다”고 운을 뗀 추 보좌역은 “직접 눈으로 보니 프로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체계도, 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더라. 가령 선수들이 치료를 받는데 기계가 부족한 것은 물론, 그마저도 인력이 부족해 스스로 하더라”고 돌아봤다. 이어 “아마 그 시간이 아니었더라면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많은 것들을 바꿨다.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단의 몸 관리를 위해 각종 치료 기기(집중형 충격파, 냉압 치료기, 휴대용 전기치료기 등)를 도입하는 한편,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도 교체했다. 2군 내야 배수 환경 및 그라운드 개선 작업도 단행했다. 추 보좌역은 “선수 때부터 얘기를 해왔던 부분이다. 한 번 비가 오면 당일은 물론, 그 다음날도 경기를 못 한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밝혔다.

 

사진=SSG랜더스 제공
사진=SSG랜더스 제공
사진=SSG랜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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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봉도, 네트워크도 아낌없이

 

가만히 앉아서 목소리만 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인프라를 늘리는 것은 돈이 드는 일이다. 집중형 충격파 치료기기만 약 1억원에 달한다. 구단 차원에서 쓸 수 있는 예산은 한정돼 있다.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 있는 만큼 갑자기 투자 비용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 추 보좌역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본인의 2년 치 연봉을 내놓았다. 대신 그 비용을 선수단을 위해 써 달라 부탁했다. 추 보좌역의 헌신은 현실적 변화로 이어졌다. 

 

필요하다면 인적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했다. 추 보좌역은 지난달 세계적인 운동학습 전문가 롭 그레이(Rob Gray) 박사를 초청, 세미나를 열었다.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선 코칭스태프부터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봤다. 롭 그레이 박사는 애리조나주립대학교(ASU) 교수로, 과거 MLB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컵스 등에서 훈련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이론과 실전이 결합된 세미나를 통해 시야를 넓히는 동시에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육성 방향을 재정립할 수 있었다.

 

자신의 것을 아낌없이 풀면서까지 SSG를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 보좌역은 “은퇴 후 휴식 시간을 가지지 않고 바로 프런트 일을 시작하지 않았나. 시간이 아까웠다”고 말했다. SSG는 2028시즌부터 시작되는 청라돔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추 보좌역은 “팀이 큰 꿈을 그리고 있는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물질적인 것보다 더 큰 걸 봤다. 지속적인 강팀이 되려면 밑에서부터 다져 나가야하지 않나. SSG가 특별한 팀이 됐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SSG랜더스 제공
사진=SSG랜더스 제공
사진=SSG랜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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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하드웨어에만 초점을 맞춘 건 아니다. 소프트웨어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흔히 야구는 멘털 스포츠라 한다. 뛰어난 선수가 되기 위해선 단단한 정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추 보좌역은 “프로까지 왔다면 실력은 어느 정도 있다는 뜻이다. 중요한 건 실력을 어디까지 극대화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잘하는 선수는 아쉬운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고 다음을 준비한다. 그렇지 못한 이는 과거에 얽매여 현재와 미래 모두를 망친다”고 설명했다.

 

실패를 마주하는 법을 심고자 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추 보좌역은 “육성 총괄이 된 후 2군에 ‘이기는 경기 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유가 있었다. 추 보좌역은 “지라는 게 아니다. 2군이 왜 존재하는지 정확히 인지하고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 2군은 실패하고 실수하고 또 시도하는 곳이다. 2군서 10승 투수, 4할 타자 만들어봤자 소용없다.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성공만 해봐선 모른다. 실패를 해봐야 이유를 찾아가며 클 수 있다”고 꼬집었다.

 

누구 한 명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었다. 팀 문화를 바꾸는 데 중점을 뒀다. 추 보좌역이 앞세운 키워드는 ‘인내’와 ‘기다림’이었다. 추 보좌역은 “미국에서 오래 야구를 했지만, 미국과 한국은 다르다. 똑같이 맞출 수 없다”고 전제한 뒤 “단, 육성의 기본은 이 선수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거라고 본다. 명품이 왜 값어치가 있나. 오랜 시간 공을 들였기 때문 아닌가. 잠깐 쓸 선수가 아닌, 명품 선수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자 했다”고 제시했다.

 

SSG 추신수.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SSG 추신수.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SSG 추신수.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SSG 추신수.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 낯설었던 사회생활, 이제 싱글A

 

새로운 도전, 추 보좌역 역시 쉽지 않았다. 업무적인 낯섦보다 크게 다가왔던 건, 다름 아닌 사람과의 관계다. 그간 야구장 안에서 수많은 이들과 함께 호흡해왔지만 바깥세상은 또 달랐다.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수밖에 없는 데다, 소통의 방식도 저마다 다양하다. 추 보좌역은 “어찌 보면 은퇴 후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이라는 걸 시작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 인간관계가 힘들다는 얘긴 많이 들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더라”고 털어놨다.

 

마인드를 바꿨다. 과거 미국에 갔을 때도 처음부터 꽃길만 걸은 건 아니었다. 마이너리그부터 차근차근 올라간 끝에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추 보좌역은 “한 6개월 정도 지났을 때다. 야구도 바로 MLB로 갈 수 없듯이, 사회생활이라는 것도 단계가 있지 않을까 싶더라”면서 “어떻게 보면 은퇴 후 첫 해였던 지난해가 루키 시절이었고, 이제 한 싱글A 정도 올라온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더라.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평생 야구만 하며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 추 보좌역의 인생에 야구라는 두 글자는 더욱 더 진해질 듯하다. 추 보좌역은 “청라돔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더 강해져야 한다. 그렇게 아름다운 야구장을 지어놓고 성적이 안 난다면 그것만큼 비참한 것이 어디 있겠나”라면서 “지금까지 어떤 위치를 원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구단에서 요청하는 것들을 수용했을 뿐이다. SSG가 잘될 수 있도록 힘껏 돕고 싶은 마음”이라고 눈빛을 반짝였다.

 

SSG 추신수.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SSG 추신수.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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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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