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이 남긴 긴 쉼표를 지나, 비로소 김도영(KIA)의 시계가 멈춤 없이 돌아간다.
전반기 86경기를 빠짐없이 뛰면서 홈런 27개로 공동 선두에 올랐다. 2년 전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건강한’ 김도영이 돌아오자, 가을과 멀어졌던 호랑이들도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도니살(도영아 니땀시 살어야)’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김도영은 시즌 내내 세심한 몸 상태 관리를 토대로 중심타자로서 제 몫을 다하는 중이다. 때로는 과감함을 자제, 플레이의 강약을 조절하면서도 특유의 빠른 발과 번뜩임은 잃지 않았다. 무엇보다 매일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꾸준함 자체만으로도 KIA 전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는 평가다.
성적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전반기서 69득점을 써내 이 부문 공동 1위에 오른 데다가 74타점은 4위, OPS(출루율+장타율) 1.010은 공동 2위다. 몸 상태만 뒷받침되면 리그 판도를 흔들 수 있는 타자라는 사실을 재차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김도영은 지난 2024년 141경기 동안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를 작성하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KIA도 그의 활약을 앞세워 페넌트레이스 1위를 넘어 한국시리즈 정상까지 차지했다. 그러나 이듬해 양쪽 햄스트링을 번갈아 세 차례나 다치며 단 30경기 출전에 그쳤고, 디펜딩 챔피언도 이 여파로 8위로 내려앉았다.
쓰라린 경험을 함께 겪은 만큼 이범호 KIA 감독은 개막 초부터 당장의 성적보다 꾸준한 출전에 의미를 뒀다. 시즌 중 “(김)도영이의 기량적인 측면은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선수”라며 “우선 경기에 나가 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꾸준히 자리를 지키는 안정감에 승부처를 바꾸는 해결사 기질까지 더해졌다. 김도영은 15일까지 결승타 9개를 마크, 팀 내 1위이자 리그 3위에 자리하고 있다. 사령탑도 “중요할 때는 도영이가 쳐준다. 결정적인 순간에 결과를 내는 선수들만이 가진 것이 있다”며 “배포가 남다르다”고 엄지를 치켜세웠을 정도다.
화룡점정이 중요하다. 온 시선이 김도영이 수놓을 후반기로 향하는 배경이다. 오는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도 변수다. 이 기간 리그가 중단되지 않아 대표팀에 선발된 김도영의 공백은 KIA에 적지 않은 부담일 터.
선수 본인도 올스타전 행사를 앞두고 “AG에 가기 전까지 다치지 않고 풀타임으로 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팀이 많은 승수를 쌓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홈런왕 욕심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타석에서 무엇을 해야 팀에 도움이 될지 냉정하게 생각하겠다”며 “출루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순위표를 보면 이 각오가 더욱 선명해진다. KIA(45승2무39패)는 4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3위 KT(47승1무35패)를 추격하는 동시에 5위 두산(44승2무41패)에 1.5경기 차로 쫓기고 있다. 등 뒤도 서늘하다. 6위 한화(40승2무40패)와 7위 NC(39승1무42패)도 각각 3경기, 4.5경기 차다. 위를 바라보면서도 아래의 거센 압박을 견뎌야 한다.
건강을 되찾은 김도영의 완주가 곧 KIA의 가을과 맞닿아 있다. 그가 후반기에도 중심을 잡아 호랑이 군단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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