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조의 광기 어린 눈빛이 안방극장을 긴장시켰다. ‘멋진 신세계’ 임지연과 허남준의 로맨스를 빛낸 일등공신이다.
지난 20일 14부를 끝으로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에서 최문도(장승조)는 차일그룹 임시회장 자리에 오르며 권력의 정점에 섰지만, 건설 비리 의혹, 리조트 사업 백지화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구치소 수감이라는 파멸을 맞았다. 잔혹한 악의 서사로 그린 완벽한 마침표였다.
장승조는 소속사를 통해 “‘멋진 신세계’가 전 세계적으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서 깊이 감사하고 기쁘다”는 종영 소감을 전했다.
최문도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짓밟아 온 자본형 괴물의 몰락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마지막 순간까지 극적 긴장감을 이끌었다. 장승조는 인물에 대해 “최문도는 쉽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다. 완벽한 가면을 쓰고 늘 앞에 나서서 행동하기보다는 뒤에서 조용히 지시했다. 그렇기에 언제나 철저하게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지만, 결국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몰릴 때 비로소 억눌렸던 본색이 터져 나온다”며 “그 결정적인 순간의 폭발력을 보여주기 위해, 이전의 과정들에서는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감추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차일건설 사장 최문도이자 조선시대 왕 안종을 동시에 소화했다. 시공간을 초월한 1인 2역 스펙트럼으로 독보적인 연기 저력을 증명한 장승조는 잔혹한 절대군주 안종과 현대의 최문도를 각기 다른 결로 그려냈다. 두 인물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욕망’이었다. 장승조는 “시공간과 신분,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 방식은 완전히 달랐을지 몰라도, 그 뜨거운 욕망에 접근하고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본질적인 결은 같았다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전작 ‘당신이 죽였다’에 이어 또 한 번 1인 2역에 도전하면서도 결이 다른 악역을 그렸다. “극 중 안타고니스트(작품 속에서 주인공에 대립하거나 적대적인 관계를 맺는 인물)로 서 있는 시간은 늘 지독하게 외로운 것 같다”고 돌아보며 “사실 이런 인물은 시청자분들을 설득하기보다 오히려 시청자분들을 감정적으로 힘들고 긴장하게 만드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배우로서 저도 작품 안에서 밝게 웃고 싶은데, 인물이 처한 상황상 맘껏 웃을 수 없다는 점이 연기하면서 참 힘겹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결국 제가 처절하게 무너짐으로써 시청자분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편하게 웃으실 수 있다면, 악역으로서 그것만큼 만족스러운 보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배우로서의 보람을 찾았다.
최문도가 차달수 회장 앞에 무릎을 꿇는 장면처럼 굴욕과 야망이 동시에 드러나는 순간에 최문도의 감정은 어땠을까. 그는 “작품을 하면서 ‘만약 문도가 정상적으로 차일그룹을 승계 받았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다. 최문도는 아마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세계적인 그룹으로 키우려고 노력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동시에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인한 면모도 여전했을 것 같다. 결국 채워지지 않는 결핍과 끝없는 욕망이 어느 순간 문도라는 인간을 스스로 망가뜨렸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멈출 수 없는 욕망의 쓸쓸함이 문도의 본질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해석했다.
악인의 새로운 얼굴을 그려냈다. ‘멋진 신세계’ 유일한 악역으로 주인공들을 위협하며 극의 긴장감을 도맡았다. “연기 좀 살살 해 달라”는 시청자의 반응은 매 회차 거듭됐다. 그는 “SNS에 직접 찾아와 남겨주신 댓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봈다. 극 중 악행에 대한 질타여서 상처를 받기보다는, 오히려 캐릭터를 그만큼 몰입해서 봐주셨다는 생각에 배우로서 다행스러움과 깊은 감사를 느꼈다”면서 “그중에서도 ‘최문도는 정말 싫지만, 배우 장승조는 좋다’라는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고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촬영부터 종영까지 수 개월 간 최문도로 살아왔다. 끝으로 장승조에게 최문도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자 “문도야 내려놓으렴. 이제 그만…”이라는 답변을 내놓아 여운을 남겼다.
‘멋진 신세계’를 마친 장승조는 연극 무대로 옮겨간다. 차기작은 오는 7월 1일 개막하는 연극 ‘타인의 삶’이다. 동명 독일 영화를 원작으로 감시와 양심, 선택의 무게를 다루는 작품으로, 장승조는 극작가 게오르그 드라이만 역을 맡는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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