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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 백내장 환자가 메리놀병원으로 간 이유… “고령 환자, 협진이 먼저”

입력 : 2026-05-22 17:50:43 수정 : 2026-05-22 17: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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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기저질환이면 종합병원에서 협진을 받으며 수술하시는 게 안전합니다. 메리놀병원으로 의뢰서 써드릴게요.”

 

부산 동구의 한 안과 의원. 백내장 수술이 필요한 강모 씨(88)는 의원 원장에게 이같은 안내를 받았다. 강 씨는 30년 넘게 당뇨를 앓아왔고, 심장 스텐트 시술 이력과 만성신부전까지 동반하고 있었다. 백내장 자체는 흔한 수술에 속하지만, 고령에 여러 기저질환이 겹친 환자에게는 수술 전후 전신 상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과 단독 판단으로 끝낼 수 없는 환자였던 셈이다.

 

의원 원장이 종합병원 의뢰를 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술 부위는 눈이지만, 환자 안전은 혈당 조절과 심장·신장 기능 관리와도 맞물린다. 강 씨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백내장 수술 일정이 아니라, 안과와 내과·심장내과·신장내과가 함께 확인하는 협진 체계였다.

 

강 씨는 일주일 뒤 메리놀병원 안과 외래를 찾았다. 안과 진료와 함께 내과·심장내과·신장내과 협진이 이뤄졌고, 수술 전 전신 상태 확인을 거쳐 백내장 수술이 진행됐다. 수술 다음 날 강 씨는 “손주 얼굴이 또렷이 보인다”며 안경을 벗었다.

 

김상수 메리놀병원 진료부원장은 “고령이거나 당뇨 등 기저질환이 심해 일반적으로 개원가에서 수술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우리 병원으로 온다”며 “종합병원 안과는 ‘쉬운 백내장’만 보는 곳이 아니다. 다른 병원이 손대기 어려운 환자를 받아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흔한 백내장 수술? 모두에게 간단한 건 아냐

 

부산에는 이미 많은 개원가 안과가 있다. 백내장, 라식, 노안교정 등 특정 영역에 집중해 빠른 수술과 짧은 대기 시간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동네 안과 의원은 지역 주민이 가장 먼저 찾는 1차 안과 진료기관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안과 전문병원은 굴절교정, 노안교정, 백내장 등 선택 진료 영역에서 빠른 진단과 수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대학병원 안과센터는 희귀 안질환, 고난도 수술, 의학 연구 중심의 기능을 담당한다. 메리놀병원 같은 종합병원 안과는 다양한 협진이 필요한 환자, 평생 추적관찰이 필요한 만성 안질환 환자를 맡는다.

 

문제는 종합병원에서 안과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 환자에게 백내장 수술은 단순히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여러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는 수술 전후 전신 상태 관리와 합병증 대응이 까다롭다. 수술 자체보다 환자의 전신 상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의료계가 종합병원 안과의 감소를 우려하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특히 부산은 광역시 가운데 고령화율이 높은 도시다. 부산 원도심인 중구·서구·동구의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절반을 넘는다. 백내장, 황반변성, 녹내장, 당뇨망막증 등 종합병원 안과가 주로 다루는 질환군은 이 같은 인구 구조와 직접 맞닿아 있다.

 

고령 인구가 많아질수록 안과 진료 역시 ‘빠른 수술’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환자의 전신질환과 생활 여건까지 함께 보는 진료 체계가 필수다.

◆개원가가 의뢰하는 병원… 종합병원 안과의 협진 안전망

 

메리놀병원 안과의 강점은 협진 시스템에 있다. 안과 진료실과 수술실만 따로 존재하는 구조가 아니라 같은 병원 안에서 내과, 심장내과, 신장내과, 마취과 협진이 가능하다. 같은 의료기록을 공유하고, 수술 전 검사 결과와 환자 상태를 관련 진료과가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수술 당일에도 필요한 경우 즉각적인 협진 대응이 가능하다.

 

염명인 메리놀병원 안과 과장은 이런 구조는 기저질환이 많은 고령 환자에게 특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당뇨 환자는 수술 전후 혈당 조절이 필요하고, 심장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는 항혈소판제나 항응고제 복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검사와 약물 사용에도 더 세밀한 판단이 요구된다.

 

안과 병의원에서 환자 안전을 위해 메리놀병원으로 의뢰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수술 자체는 가능하더라도, 기저질환이 복합적으로 얽힌 환자는 종합병원 환경에서 수술 전후 관리를 받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염 과장은 “부산의 개원가에서 안전을 위해 우리에게 의뢰하고 보내주시는 환자들이 바로 우리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환자들”이라며 “종합병원 안과 입장에서는 이만큼 든든한 의뢰 네트워크가 없다”고 말했다.

 

메리놀병원 안과는 최근 10년간(2016년 5월~2026년 4월) 백내장 수술 9906건을 기록했다. 이는 단순 수치 이상의 의미도 있다. 약 1만 건에 이르는 누적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고령 환자, 기저질환 동반 환자 등 다양한 증례를 축적하며 진단부터 수술, 사후관리까지의 임상 노하우를 고도화해왔다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기저질환으로 수술 전후 관리가 필요한 고령 환자다. 단순한 수술 건수보다 주목할 대목은 환자의 구성이다. 상대적으로 관리가 까다로운 환자들이 종합병원 안과로 모이고 있고, 이들을 받아낼 수 있는 협진 기반이 지역 안과 의료체계 안에서 하나의 안전망으로 작동하고 있다.

◆수술 건수보다 중요한 것… ‘환자 상태 끝까지 보는 책임감’

 

메리놀병원 안과의 의료진은 5명이다. 부산 지역 4개 대학병원을 포함해도 상위권 규모다. 종합병원 안과로서는 이례적인 인력 구성을 갖췄다. 전문의들은 세부 영역을 나눠 진료한다.

 

전문의당 눈 수술 건수 통계에서도 메리놀병원은 연 887건으로 부산 3위에 올라 있다. 1·2위가 안과 전문병원과 대학병원 안과 전문센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종합병원 안과로서 적지 않은 임상 경험을 축적한 셈이다.

 

김상수 메리놀병원 진료부원장은 “백내장 수술 9906여 례라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는 기저질환 때문에 쉽게 수술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던 환자들이 포함돼 있다”며 “메리놀병원 안과가 맡아야 할 환자는 바로 그런 환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종합병원 안과의 존재 의미는 분명하다. 빠르게 수술하는 병원이 필요한 환자가 있는가 하면, 여러 질환을 함께 보며 안전하게 수술해야 하는 환자도 있다”며 “특히 고령화가 빠른 부산 원도심에서는 후자의 수요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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