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성수동과 서울숲 일대에서 진행된 ‘포켓몬 메가페스타 2026’이 화제다. 포켓몬코리아에서 포켓몬스터 탄생 30주년 기념으로 성수동에 팝업스토어와 체험 이벤트, 프로모 카드 제공 등 행사를 열고, 인근 서울숲에선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와 연계해 포켓몬 정원 프로그램을 운영한 기획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려 안전 우려가 커지면서 행사가 중단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성수 카페거리 일대 인파는 당일 약 4만 명, 서울숲 내부는 같은 기준으로 약 12만 명 이 몰린 것으로 추산됐다. ‘총 16만’이란 어마어마한 숫자가 그렇게 나왔다. 이런 상황에 이르자 오전 11시경 행사가 중단됐다. 경찰은 기동대 포함 90여 명 인력을 투입했고, 현장은 오후 2시 넘어 해산이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진정 상황이 흥미로워진 건 이 소식이 언론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면서부터다. 상당수 미디어가 이 같은 인파 밀집과 행사 중단을 다루며, 이를 지난 3월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서 열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 컴백 무대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과 비교했다. 당시 행사는 최대 26만 명 운집까지 예상돼 어마어마한 안전요원들이 투입됐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 기준 4만6000~4만8000명 정도에 그쳐 이런저런 구설수에 올랐다. 이를 이번 포켓몬 행사와 견줘 ‘BTS 누른 포켓몬’이라 적은 기사까지 등장했다.
물론 이번 포켓몬 행사와 방탄소년단 공연은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긴 어려운 성질이 맞다. 하나는 말 그대로 아이돌그룹의 컴백 무대, 새 앨범의 신곡들 중심으로 1시간여 정도 채운 짧은 공연이었지만, 다른 하나는 엄연히 관련 상품 마켓이 크게 형성된 행사였다. 하나는 상징적 의미 탓에 광화문 한복판서 열렸지만, 다른 하나는 평소에도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많은 서울숲과 젊은이들의 성지 성수동 카페거리서 열렸다. 그 밖에도 차이는 많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 제기 부분까지 무시하고 넘어가긴 힘들다. 최소 특정 이벤트의 대중 동원 차원에 국한해서라도 ‘방탄소년단은 과대 평가되고 포켓몬스터는 과소 평가됐다’는 점 말이다. 개개 상품 자체의 대중성 내지 충성도 문제라기보다, 아이돌이란 상품 개념과 일본 애니메이 션 및 그 캐릭터의 상품 개념 간 기대 역할 문제가 대두되는 대목이다.
한 마디로, K-팝의 어마어마한 글로벌 성과 탓에 한국 대중문화상품 대표 격으로 인식돼 온 아이돌 상품은 그간 그 대중적 파급력과 위상을 증명하는 데 꾸준히 실패해 온 반면, 일부 마니아층 전유물 정도로 취급되던 일본 애니메이션과 그 캐릭터 상품들은 지난 5~6년간 그 대중 적 파괴력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단 것이다. 여기서 오판이 시작되니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친 광화문 광장의 방탄소년단 공연과 예상을 뛰어넘어 결국 이벤트 중단에 이른 성수동·서울숲의 포켓몬스터 행사 상황이 벌어진다.
먼저, 아이돌 상품의 기능과 역할, 한계에 대해선 그간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아이돌 대중성이 극점이 이르렀던 때는 대략 2011년 전후, K-팝 세대론에 비춰보면 2세대 아이돌 시대 였다고 볼 수 있다. 아이돌이 레거시 미디어와 한 몸이 되며, 걸그룹 티아라 멤버 효민 같은 경우, 2011년 설 연휴 동안에만 무려 11개 방송에 출연하던 시절 말이다. 그러다 3세대, 4세대를 거치며 아이돌 상품은 전형적인 ‘팬덤형 상품’, 즉 소수 팬덤의 열성적이고 반복적인 소비를 통해 수익성을 배가시키는 상품으로 탈바꿈한다.
그럼 대중성 차원에선 어떻게 됐을까. 이른바 ‘아는형님 지표’란 게 있다. JTBC 예능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초대되는 셀레브리티 중 유독 3세대 이후 아이돌이 출연하는 회차에서 시청률이 뚝 떨어진단 지표다. 대략 2021년 경부터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포착, 2021년 상반기 최저시청률은 걸그룹 ITZY 출연분이, 하반기 최저시청률도 걸그룹 에스파 출연 분이 가져가게 됐다. 특히 상반기는 최저시청률 1~3위 게스트가 모두 아이돌로 채워졌었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5월2일까지 총 16회가 나간 방영분 중 걸그룹 하츠투하츠와 키키가 출연한 회차는 자체 시청률 최하위 3위에 랭크됐다.
이 밖에도 지표는 많다. 아이돌의 극장용 콘서트 필름 관객 동원력도 있다. 그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방탄소년단의 2019년 콘서트 필름 ‘방탄소년단: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은 총 관객 수 34만2366명에 그친다. 아이돌은 화제의 중심이기에 언론미디어 보도 열기는 늘 뜨겁지만, 막상 그 숫자를 펼쳐놓고 보면 ‘대중상품’이라 보기 애매해지는 경우가 많단 얘기다.
반면, 일본 애니메이션 상황은 정반대다. ‘스즈메의 문단속’ 등 오리지널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 봐도 그렇다. 원작 만화 내지 선행 TV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으면 이해조차 버거운 ‘귀멸의 칼날’ 극장판 관객은 2편 ‘무한성편’에 이르러 581만4616명까지 확장됐고, 같은 조건의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도 345만867명을 동원했다. 화두가 된 ‘포켓몬스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2022년 관련 상품인 ‘포켓몬빵’ 재출시 당시 광풍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다. 애초 1999년부터 방영된 그 TV 애니메이션부터가 시청률 33%를 기록한 대중성 괴물이었다.
그럼에도 아이돌 대중성은 꾸준히 과대 평가되고 일본 애니메이션 및 그 캐릭터의 대중성은 또 꾸준히 과소 평가되는 현실. 상당 부분 국내 언론미디어에서 아이돌 팬덤 중심으로 구성된 국내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 반응과 의견을 과도하게 참조하고 의존해 빚어진 현상으로 파악된다. 편향된 소스에서 나온 이해와 판단은 그저 편향된 결과를 도출할 뿐이란 것. 그렇게 굴절된 해석이 언론미디어를 휩쓸다 보면 광화문 광장의 방탄소년단 공연과 성수동·서울숲 포켓몬스터 이벤트처럼 뒷말 많거나 위태로운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대중성을 판단하는 건 대중 대상의 선명한 수치이지 화제성이나 자부심 같은 요소가 아니다. 이 부분에서 예상만 못하다고 그 성과가 저평가될 일도 아니고, 반대로 여기서 뛰어나다고 뭔가 다른 위상을 갖게 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이른바 ‘팬덤전쟁’ 요소가 개입돼 이런저런 노이즈가 낄 수밖에 상황이지만, 최소 안전사고 관련 공적 자원 투입과 직결되는 대중 이벤트에서만큼은 상품 각자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할 필요가 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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