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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이 연 K-팝 신대륙] 어메이즈 이승준 대표, VR콘으로 꿈꾸는 ‘경험의 민주화’

입력 : 2026-04-27 15:25:00 수정 : 2026-04-27 15: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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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즈 이승준 대표.
어메이즈 이승준 대표.

“K-팝 시장에서 어메이즈의 VR콘서트보다 혜자(가성비 좋은 상품)는 없을 겁니다.”

 

3만3000원의 티켓값을 내면 60분 내내 나만을 위한 VR콘서트가 펼쳐진다. 수십에서 수백장에 이르는 앨범을 구매하고서야 겨우 참여 자격이 주어지는 아이돌 팬사인회와는 차원이 다른 가성비다. 팬서비스의 측면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다.

 

이승준 대표는 서울과학고·카이스트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카오 초창기 전략팀장을 거쳐 2015년 어메이즈를 창업했다. 현재 전 세계 영화관 및 메타 퀘스트, 애플 비전 프로 등 가정용 XR 헤드셋을 통해 K-팝 및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VR 콘서트를 유통하고 있다. AI 기반 영상 프로세싱 기술, 언리얼 엔진 기반 VFX 기술 등 VR에 특화된 어메이즈만의 기술력을 활용해 몰입 경험을 제공한다. 현재 애플 비전 프로에서 음악 1위, 엔터테인먼트 4위, 전체 6위의 서비스인 어메이즈 VR콘서트를 통해 새로운 공간 컴퓨팅 시대를 열고 있다. 국내보다 글로벌 매출이 월등히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내 근무 환경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AI가 사용자의 취향을 축적하면서 업무의 상당 부분을 대신 처리해주고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이 대표는 27일 “결국 인간의 노동 시간은 줄어들 거다. 남는 시간을 어디에 사용할지 고민해봤다”고 말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게 될 것이며 여가를 즐기기 위한 여행, 숙박, 식당 등의 고급화는 결국 프리미엄 콘텐츠에 대한 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러한 발상을 공연으로 옮겨왔다. 세계적인 팝스타의 단독 공연이나 코첼라 등 대규모 페스티벌을 좋은 좌석에서 관람하려면 수백만원에 달하는 티켓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모두가 고가의 티켓 가격을 감당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어메이즈는 이러한 간극에 주목했다. VR 기술의 발달과 아이돌 산업의 발전을 연계해 ‘VR 콘서트’를 구상했다. ‘모든 아티스트가 자신만의 VR 콘서트를 만들고 모든 팬이 자신이 사는 곳이나 감당할 수 있는 금액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앞줄 좌석을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비전으로 삼았다. 

 

수천에서 수만 관객이 들어오는 대규모 콘서트는 객석의 수많은 관객을 고루 만족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 VR콘서트는 헤드셋을 낀 단 한 사람만을 위한 공연이다. 현장감의 차이가 있을 뿐 더 다양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창업 후 11년, 어메이즈는 VR콘서트 업계 선두에 섰다. VR콘서트를 시작하며 2∼3년 내로 큰 폭의 매출 증가를 자신했던 이 대표는 “이렇게 오래 걸렸으면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웃어 보이면서도 “계획한 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투어스 VR콘서트 '러쉬로드' 포스터. 어메이즈 제공
투어스 VR콘서트 '러쉬로드' 포스터. 어메이즈 제공

 

2022년 SM엔터테인먼트의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광야와 조인트 벤처를 출범해 소속 아티스트의 몰입형 VR콘서트 제작을 시작했다. 그해 인기 팝스타 메건 더 스탤리언과 VR콘서트 투어를 진행했고, 현실세계와 메타버스에서 동시 데뷔한 에스파의 VR콘서트를 개봉했다. 

 

글로벌 톱 가수와의 협업, 더불어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던 SM과의 맞손으로 차츰 영향력을 넓혀졌다. 지난해까지 카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차은우, 엔하이픈 등이 어메이즈를 거쳤다. 

 

분기별로 새로운 툴을 도입해 지속해서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VR콘서트의 시초격이었던 에스파의 첫 공연과 비교하면 러닝타임부터 다르다. 당시 에스파는 15분 분량의 공연이 제작됐다면 최근에는 60분으로 늘었다.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자연스러운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력이 필수다. 공간을 채우는 하나하나의 커스텀, 러닝타임 자체도 제작비와 연관된다. 50분짜리 콘텐츠에도 수억원은 쏟아부어야 한다. 

 

무엇보다 촬영을 위한 아티스트의 일정 확보가 최우선이다. 10곡에 가까운 라이브 퍼포먼스를 촬영하는 것은 물론, 각 무대에 맞는 의상과 메이크업 수정, 홍보물 촬영까지 빠듯한 일정 속에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VR콘서트 '인비테이션' 촬영 중인 르세라핌 허윤진. 어메이즈 제공
VR콘서트 '인비테이션' 촬영 중인 르세라핌 허윤진. 어메이즈 제공

불과 지난달 영화관에서 내려간 투어스와 지난 15일 개봉한 르세라핌만 하더라도 활용된 기술력에 차이가 난다. 투어스가 8K 카메라로 촬영해 AI 솔루션으로 화질로 업그레이드했다면, 르세라핌은 기존 촬영부터 12K 고화질의 기기를 사용했다. ‘실제가 아니라 AI 같다’는 후기가 있을 정도로 비현실적 비주얼을 보여준 투어스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현실감 있게 담겼다. 

 

투어스를 떠올리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투어스 ‘러쉬로드’는 관 하나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기존 영화 티켓 가격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형성되어 있는 티켓가격을 생각한다면 멀티플렉스 영화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VR콘서트의 상영관 대비 단위면적당 매출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데뷔 2년 차 신인 투어스의 공연을 론칭하기 전 내부의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신인일 때’ 찍을 수 있는 콘텐츠의 희소성을 떠올렸다. 이 대표는 “어린 연차에 할 수 있는 더 에너제틱한 무대들이 있다. 미래의 BTS가 될 수 있는 아이돌의 모습을 VR 영상으로 남겨둘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꾸준히 시도한 남자 아이돌 콘텐츠로 쌓인 브랜드 인지도도 큰 몫을 했다. 5세대 아이돌의 대표 격으로 인지도를 갖춘 투어스의 인기도 이를 거들었다. 이전 출연자들에 비하면 배를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입소문을 타고 ‘팬만 보던’ VR콘을 ‘팬 아닌 사람도 보는’ VR콘으로 만들었다.

 

이 대표는 두 시즌에 걸쳐 새로운 공연을 선보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퍼포먼스에 강점을 드러냈던 에이티즈를 언급하며 “새로운 월드투어로 공연 세트리스트가 추가되면 VR콘서트의 새 시리즈를 제작할 수 있다. 이제 더 많이 만들어야한다. 새로운 시도를 조금씩 넓혀 신작에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상영 중인 ‘인비테이션’의 주인공 르세라핌도 빼놓을 수 없는 ‘퍼포먼스 강자’다. 기존에 여성 팬덤의 수요가 큰 남자 아이돌 위주의 공연을 선보였다면, 르세라핌으로 걸그룹까지 영역을 넓혔다. 르세라핌은 사전 카메라 동선 작업부터 촬영과 별도로 진행된 테크니컬 리허설까지 직접 임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관객을 앞에 두고 수직으로 다리를 찢는 르세라핌 카즈하의 과감한 안무도 VR콘서트이기에 가능한 특별한 경험이다. 

 

르세라핌의 대표곡 ‘스파게티’ 무대는 각종 식자재로 어질러진 주방이 배경으로 펼쳐진다. 배경이 만들어주는 생동감과 입체감은 상당한 수준이다. 더 많은 시간과 기술, 연출이 더해져 도출되는 공간 디테일의 가속화는 자동화의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비단 아이돌뿐 아니라 아이유, 임영웅, 악뮤, 빅뱅 등 이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가수들의 VR콘서트도 기대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을 가장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는 포맷으로서 VR콘서트의 가치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특히 ‘경험의 민주화’를 강조했다. “가격이 더 저렴해지고 유통망이 탄탄해진다면 더 적은 규모의 공연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많은 사람이 조금 더 경험할 수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이어 VR 전용관 설계를 계획 중이라고 밝히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퀄리티를 높이고 있다. 11년간 이어온 사업이니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한 방향성을 가지고 정진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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