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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의 멘탈 클러치] 부상 복귀는 몸보다 믿음의 복귀다

입력 : 2026-04-16 09:00:00 수정 : 2026-04-16 09: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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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NBA 스타 선수의 복귀는 언제나 큰 화제가 된다. 팬들은 기다렸다는 듯 복귀 경기를 관람하고, 돌아온 스타의 경기감각과 몸 상태를 확인한다. 특히 시즌 막판이나 플레이오프를 앞둔 시점이라면 관심은 더 커진다. 팀 전력 회복과 경기력 상승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팬들의 시선은 ‘예전처럼 뛸 수 있는가’에 쏠린다. 스포츠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부상 복귀의 핵심은 단순히 코트에 다시 서는 것이 아니다. 몸의 회복만큼이나, 다시 시합에서 경쟁해도 괜찮다고 믿기 시작하는 심리적 과정이 중요하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 커리 복귀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스테픈 커리는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27경기를 결장한 뒤, 4월5일 휴스턴 로키츠전에서 돌아와 26분 동안 경기를 소화했다. 이날 그는 3점 5개를 동반한 29득점을 기록했다. 득점력만 놓고 보면 NBA 슈퍼스타에 대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116-117로 패했고, 스테픈 커리의 성공적인 복귀를 자축하는 데 실패했다. 

 

휴스턴전에서 패하더라도 플레이 인 토너먼트가 거의 확정돼 있었기 때문에 에이스의 복귀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 훨씬 더 중요한 숙제를 남긴 경기이기도 했다. 역전을 노렸던 마지막 포제션에서 스테픈 커리의 클러치 샷이 불발됐는데, 이 장면 안에는 복귀 선수와 팀원 간에 중요한 심리적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1점 차이로 지고 있었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스테픈 커리와 드레이먼드 그린의 투맨 게임으로 역전을 노렸다. 휴스턴은 이 콤비의 위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로고 근처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이때 드레이먼드 그린은 스테픈 커리가 조금 더 자유롭게 기회를 노릴 수 있도록 팀 동료 브랜딘 포지엠스키에게 더블 스크린 플레이를 요청했다. 브랜딘 포지엠스키는 이에 화답하지 않았고, 스테픈 커리는 결국 터프샷을 던져야 했다.

 

경기 후 브랜딘 포지엠스키는 이 플레이에 대해 “자신까지 스크린에 동참하면, 마크맨이었던 알페렌 센군이 있었기 때문에 스테픈 커리에게 더 공간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답했다. 순간적인 판단은 선수의 몫이기에 브랜딘 포지엠스키만의 잘못이라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팀 내 베테랑이며 공격을 조립하는 역할을 맡은 드레이먼드 그린의 콜을 거부했고, 선수 개인이 다른 그림을 그렸다. 결과적으로 팀이 패했기 때문에 이는 아쉬운 판단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스포츠심리학에서는 부상 후 복귀를 이야기할 때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강조한다. 자기효능감은 자신감 범주 안에 있는 개념으로, 어떠한 특정 과제나 기술을 실제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의미한다. 부상에서 복귀하는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부상 전의 몸으로 완벽하게 돌아왔다’라는 확신이 아니라, 지금의 몸 상태에서도 다시 움직이고 경쟁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러한 믿음은 단기간에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자신의 플레이를 수행해 보며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복귀한 선수에겐 몸의 상태만큼이나, 자기효능감을 갖고 계속 도전하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성공적인 부상 복귀를 위해선 선수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팀의 노력도 필요하다. 에이스가 오랜 부상에서 복귀하는 팀들이 겪는 함정 몇 개 있다. 하나는 “이제 에이스가 알아서 풀어주겠지”라는 의존의 함정, 그리고 그와 대조적으로 ‘우리는 에이스 없이도 해왔고, 이번에도 스스로 풀 수 있다’는 자율의 함정이 그것이다. 휴스턴전 마지막 공격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놓친 것은 기술보다 선수 간 합의였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같은 판단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사실, 바로 그 지점이 부상 복귀 이후 팀이 함께 회복해야 할 심리적 과제다. 부상 복귀 이후 팀의 과제는 에이스에게 의존하는 것도, 에이스 없이 하던 방식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함께 같은 그림을 다시 보는 일이다.

 

이는 스포츠심리학적으로 역할 명료성(Role clarity)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 팀 스포츠에서 중요한 건 모두가 열심히 뛰는 것만이 아니라, 압박 상황에서 같은 장면을 비슷하게 해석하고 같은 해답을 떠올릴 수 있는지 여부다. 팀원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고 똘똘 뭉치는 ‘팀 응집력’은 경기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역할 명료성은 팀 응집력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단추다.

 

여기서 역할 명료성이란, 각 선수가 자신이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아는 상태를 말한다. 농구처럼 판단 속도가 빠른 종목에서 이 역할 명료성이 무너지면, 선수들은 잠깐씩 서로 눈치를 보거나 각자의 경험으로 상황을 해석하게 된다. 그러면 결정이 늦어지고, 늦어진 결정은 경기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복귀한 에이스가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어떤 선수는 에이스에게 볼을 몰아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선수는 공간을 더 비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선수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이런 판단이 하나로 정리되지 않으면, 에이스의 복귀는 오히려 팀의 흐름을 더 어수선하게 만들 수도 있다.

 

부상 후 멘탈 관리는 선수 개인의 자신감 및 자기효능감 회복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동료들의 마음가짐과 역할도 함께 정리돼야 한다. 복귀한 선수를 대하는 팀의 태도는 ‘네가 돌아왔으니 이제 다 해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네가 다시 너답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한 마음으로 도와줄게’가 되어야 한다. 누군가는 더 정확한 스크린을 제공해야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공간 유지의 기준을 맞춰야 하며, 누군가는 경기 막판 어떤 부분을 우선할 것인지 확실히 공유해야 한다. 복귀한 에이스를 돕는 최고의 방식은 과잉 기대가 아니라, 팀 전체가 같은 상황을 같은 그림으로 보는 것이다.

 

스테픈 커리의 귀환은 부상 복귀가 얼마나 관계적인 과정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선수는 자신의 몸에 새로이 적응해야 하고, 팀은 그 선수를 중심으로 다시 역할과 판단의 질서를 정립해야 한다. 복귀한 에이스에게 필요한 것은 그 무엇보다 팀이 나를 믿어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테픈 커리의 귀환은 부상 복귀가 결코 개인만의 과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선수는 자신의 몸에 다시 적응해야 하고, 팀은 그를 중심으로 역할과 판단의 질서를 다시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의 끝에서 복귀한 에이스가 확인하고 싶은 건 단 하나다. ‘팀은 여전히 나를 믿고 있는지’다. 결국 팀 스포츠에서 부상 복귀의 본질은 몸의 회복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믿음의 복귀다.

 

글=권혁주 박사, 정리=이혜진 기자

 

권혁주 박사는...

△멘탈 퍼포먼스 멘탈 디렉터 △스포츠심리학 박사 △스포이즘 운영지원팀 팀장 △인하대학교 강사 △국제사이버대학교 비전임교원 △한국스포츠학회 심사위원 △인천광역시 스포츠과학센터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2026) △충남스포츠과학센터 스포츠과학교실 특강(2025) △인천체육고등학교 심리트레이닝(2024-2026) △경주한수원 여자축구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인천광역시청 여자핸드볼선수단 심리기술훈련 지원(2025) △원종고등학교 사격팀 심리기술훈련 지원(2022-2024) △SOL FC U18 심리기술훈련 지원(2024) △내동중학교 탁구팀 심리기술훈련 지원(2021) △전라남도교육청 스포츠심리상담사(2018-2020) △전남체육중·고등학교 멘탈트레이너(2017) △저서 ‘운동화와 함께 뛰는 긍정의 멘탈트레이닝 II(2018)’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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