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후 회복·휴식·액티비티 등
MZ세대 경험형 의료관광 확산
K-콘텐츠·뷰티 속 한국적 경험
사우나·찜질방 등 찾는 고객 늘어
1인 세신숍 거래액은 170% 폭증
호텔·리조트 업계도 결합 패키지
스파+체류형 웰니스 경험 제공
피부·수면 등 회복관리 수요도 ↑
문화 중심 K-웰니스 브랜딩 필요
온천을 향해 떠나는 여정은 인류가 시작한 가장 오래된 의료관광의 형태였다. 고대인들은 뜨거운 물과 자연 속에서 몸을 씻고 기운을 회복하는 것을 하나의 치유로 받아들였다. 물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회복과 정화의 상징이자 여행의 목적지였다.
이처럼 의료관광의 출발점은 ‘회복의 공간’에 있었다. 이는 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몸과 마음을 정비하는 여정을 포함하는 가장 오래된 의료관광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온천에서 시작된 의료관광, 사우나로 돌아오다
그동안 한국 의료관광의 토대는 의료서비스에 있었다. 외국인이 한국을 찾는 이유 역시 높은 의료기술과 안전성, 효율적인 시스템, K-뷰티와 연계된 관리 수요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치료 이후 회복과 휴식, 명상과 문화 체험까지 아우르는 ‘경험형 의료관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행위가 끝이 아니라 그 이후의 회복 과정까지 설계하는 웰니스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험 중 하나가 찜질, 세신, 탕욕 등으로 대표되는 ‘K-사우나’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글로벌 MZ세대가 있다. 이들에게 사우나는 더 이상 일상적 편의시설이 아니다. 몸을 관리하고 감각을 리셋하는 ‘힙한 회복 경험’이다. 한국의 사우나와 찜질방 문화는 이런 흐름 속에서 새로운 웰니스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인 일상으로 ‘다이브’하는 외국인…세신도 관광 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K-사우나를 찾는 배경에는 콘텐츠의 영향이 크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 이후, 작품 속 대중목욕탕 장면은 하나의 체험 코드로 자리 잡았다. 주인공들이 찜질방에서 몸을 데우고 사우나와 세신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외국인에게 새로운 문화 경험이 된다.
K-팝과 예능 콘텐츠 역시 영향을 미친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방문한 공간을 따라가는 소비 패턴이 사우나로 확장되며 ‘한국적인 경험’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콘텐츠뿐 아니라 K뷰티에 관심이 많은 관광객들도 사우나와 찜질방을 찾는다. ‘한국인의 좋은 피부 비결 중 하나가 세신’이라는 인지도가 형성되며 피부관리 차원으로 사우나를 찾는 고객도 많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영종도의 한 찜질방에는 약 20명의 베트남 단체 관광객이 방문했다. 이날 만난 베트남인 관광객 A씨에 따르면 한국 도착 직후 첫 일정이 ‘찜질방 방문’이었다. 저녁식사까지 이곳에서 해결하는 코스였다.
A씨는 “가족과 평소 한국의 드라마를 자주 본다. 어머니와 딸과 여자들끼리 패키지 여행을 왔다”며 “세신도 도전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릴 때 동전이 필요한 줄은 몰랐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데이터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크리에이트립이 발표한 ‘2025 인바운드 관광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나와 스파렉스 상품도 상·하반기 모두 수요가 이어졌다. 특히 ‘1인 세신 숍’ 상품 거래액은 상반기 대비 170% 증가했다. 대중목욕탕이 부담스럽거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1인 세신숍이 늘어나고 홍대·강남·성수 일대 예약 고객 상당수가 외국인으로 나타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영어와 일본어 안내를 갖춘 공간도 증가세다.
◆러닝하고 디제잉 즐기고…사우나 ‘힙해졌네’
사우나의 역할이 확장되면서 호텔·리조트 업계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사우나를 단순 부대시설이 아닌 ‘체류형 콘텐츠’의 중심에 두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의 스파 시설 씨메르다. 씨메르는 한국식 찜질방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형 복합 스파다. 이 스파는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결합한 복합 공간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MZ세대 취향을 반영한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물과 지압을 결합한 ‘와추(Watsu) 테라피’를 비롯해, 편백나무룸 명상 프로그램 등 회복과 휴식 중심의 콘텐츠를 강화하며 체류형 웰니스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서해를 조망하는 인피니티풀과 노천 스파는 이미 외국인관광객 사이에서 알려진 인증샷 명소가 됐다. 미디어 아트와 결합한 아쿠아클럽에서는 시즌에 따라 풀파티 등 이벤트성 콘텐츠가 운영되며 스파 경험을 보다 확장된 형태로 제시하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관계자는 “웰니스는 레저를 정의하는 새로운 트렌드”라며 “건강과 휴식, 액티비티를 결합한 경험형 콘텐츠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항 인접 입지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활발하다. 파라다이스 시티 측은 “유럽과 아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씨메르를 찾고 있다”며 “2025년 들어 외국인 고객 비중은 최대 20%까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온 관광객 B씨는 “이번에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를 며칠 앞두고 한국을 처음 찾았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한국식 사우나와 찜질방을 경험하고 싶었다”며 “공항 근처에 파라다이스시티의 씨메르가 좋다고 들어서 친구와 함께 왔다. 넓은 공간에 깜짝 놀랐다. 찜질복도 예쁘다. 휴식과 놀거리가 풍부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파라다이스시티뿐 아니라 제주 ‘오레브 핫스프링 앤 스파’,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이 사우나와 결합한 웰니스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치료 넘어 애프터 케어로…‘회복의 풀코스’
K-사우나는 의료관광의 연장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치료 이후 회복과 관리 단계에서 웰니스 경험이 자연스럽게 결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피·피부·영양·수면 등 회복 관리 수요가 확대되면서 의료와 웰니스는 하나의 흐름으로 묶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신과 찜질방, 사우나는 의료관광의 ‘애프터 케어’를 구성하는 문화 자산으로 기능한다.
실제 웨스틴 조선 서울은 외국인 수요 증가에 맞춰 한국식 세신 서비스 ‘온기(On-gi)’를 선보였다. 출시 전 1년간 운영된 세신 프로그램 이용객의 약 84%가 외국인으로 집계되며 높은 수요를 확인했다. ‘한국인의 피부 관리 방식’으로 알려진 세신 문화가 하나의 관광 동기로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글로벌 의료관광 승부수…치료는 기술로, 회복은 문화로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김진국 한국의료관광진흥협회 회장은 의료관광의 구조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의료기관과 호텔, 스파, 리트리트 시설이 협업하는 ‘의료+웰니스 패키지’가 필요하다고도 봤다.
그는 “의료와 웰니스가 결합된 경험이 외국인 환자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시대가 왔다”며 “양질의 의료관광은 치료를 넘어 회복과 휴식, 자연 치유, 문화적 체험까지 결합될 때 완성된다”고 말했다.
서울에 집중된 의료관광 수요를 지역으로 확산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은 “이제는 K-의료를 넘어 K-웰니스까지 함께 브랜딩해야 할 시점”이라며 “한국이 치료와 회복, 문화적 힐링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국가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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