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28)씨는 최근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우연히 숏드라마 한 편을 보다 결국 유료 결제 버튼을 눌렀다. 1분짜리 회차마다 반전을 끊어 넣는 방식으로 궁금증을 자극했고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다음화가 너무 궁금해서 어느새 결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숏폼(Short-form)이 콘텐츠 소비 시장의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숏폼은 보통 1∼5분 내외의 길이로 제작된 영상이나 콘텐츠를 의미한다. 짧고 강렬한 형식으로 무장한 숏폼은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상적인 콘텐츠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으며 기존 미디어 환경을 재편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전국 655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근 1년 내 숏폼 콘텐츠를 이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8.6%에 달했다. 특히 20대 여성은 이용 비중이 82.2%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10대와 30대 여성층에서도 70% 이상이 숏폼 콘텐츠를 소비한 경험이 있었다.
숏폼 콘텐츠 중 최근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는 드라마다. 글로벌 숏드라마 시장 규모는 2024년 65억5000만 달러에서 2025년 72억3000만 달러로 확대됐으며, 향후 7년간 연평균 10.6%의 성장률을 기록해 2032년에는 146억9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숏드라마가 단기적인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기의 배경에는 ‘고자극·고몰입’이라는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 매 회차마다 반전과 갈등을 배치해 집중도를 극대화한다. 빠른 전개와 강한 감정 자극은 이용자들의 반복 시청과 연속 소비를 유도하며 플랫폼 체류 시간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숏드라마 폭풍같은 결혼생활(2025)을 들 수 있다. 재벌가 상속녀라는 신분을 숨긴 채 결혼한 주인공이 갈등과 배신 속에서 복수를 이어가는 이야기로, 공개 5일 만에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조회수 1000만회를 돌파했다. 자극적인 설정과 속도감 있는 전개가 글로벌 시청자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숏드라마는 제작 구조에서도 강점을 가진다. 기존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의 편성 기회가 줄어들고, OTT 플랫폼 역시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장편 드라마 제작 환경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제작비와 높아진 손익분기점은 제작사에 큰 부담이다. 하지만 숏폼 드라마는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다수의 작품을 동시에 제작·운용할 수 있다. 50~60부작을 1~2주 만에 촬영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기획부터 공개까지의 기간이 짧아 투자금 회수 속도 역시 빠르다. 대규모 흥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워도 실패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전략만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진다.
수익 구조 또한 기존 드라마와 차별화된다. 대부분의 숏드라마 플랫폼은 초반 일부 회차를 무료로 제공한 뒤 이후 콘텐츠를 유료로 전환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회차별 잠금 해제나 시즌 단위 구매 형태의 인앱 결제가 일반적이며 이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면 일정 수준의 결제 전환율만 확보해도 빠른 손익분기점 달성이 가능하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기존 방송 및 영화 업계의 유명 감독과 배우들 역시 숏폼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숏드라마의 급성장이 도파민 중심 콘텐츠의 과잉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자극적인 설정과 빠른 전개에만 의존할 경우 콘텐츠의 질적 하락과 피로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단순한 소비 자극을 넘어 서사와 완성도를 갖춘 콘텐츠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숏폼 콘텐츠의 미래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 여부에 달려 있다. 짧은 시간 안에 강한 몰입을 제공하는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차별화된 스토리와 완성도를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가 향후 시장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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