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이뤄지는 장기기증은 대부분 뇌사 상태 환자의 기증에만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장기기증을 더 이상 개인의 선의에만 기대는 것이 아닌 국가가 나서 촘촘한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 현재 본인과 가족의 명시적 동의를 전제로 하는, 즉 옵트-인(Opt-in)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마저도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는 데 한계가 있다. 기증 희망자가 사전에 등록했더라도 실제 상황 발생 시 유족이 심리적 부담을 느껴 동의하지 않아 기증이 무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증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거부 의사가 없으면 기증자로 간주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을 대안으로 주목한다. 세계에서 인구 대비 장기기증률이 가장 높은 스페인이다. 국제 장기 기증 및 이식 등록기구(IRODaT)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페인은 100만명당 장기 기증자 수가 53.9명으로 세계 1위다.
1979년부터 시행 중인 추정 동의제, 옵트 아웃 방식이 가장 주요한 비결이다. 별도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사망 시 장기기증에 자동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옵트 아웃 방식을 도입하고 약 10년 후 스페인에서는 기증자 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법 하나 때문만은 아니다. 스페인은 전국 병원에 장기기증 코디네이터라는 전문 인력을 배치해 기증 가능성을 빠르게 확인하고, 기증자와 유족의 심리를 세심하게 관리하며 대화를 전문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국가 주도의 체계화된 이식 네트워크, 대국민 캠페인이 함께 작동하면서 기증 문화가 자리 잡았다.
영국은 2020년 맥스 앤 키라법을 통해 옵트 아웃 제도를 도입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교통사고 피해자 가족의 캠페인을 계기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며 입법으로 이어진 경우다. 아홉 살이었던 맥스 존슨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동갑내기인 키라 볼로부터 심장을 이식받았고 이후 맥스와 가족은 장기기증 옵트 아웃 캠페인을 벌이며 입법으로 이어졌다. 도입 초기 코로나19라는 부침을 겪었지만 제도는 점차 안착하며 기증 대기 시간을 단축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연명 의료 중단 환자를 대상으로 심정지 후 장기기증(DCD·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 제도 도입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현재 국내에서 장기기증은 살아 있는 사람(간·신장 등 일부 장기), 사망자, 뇌사자로만 규정해 심정지 상태에서의 기증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DCD가 보편화됐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등에서는 뇌사자 기증보다 DCD가 많이 이뤄지고 있으며 미국·영국도 최근 5년 사이 DCD 기증이 늘어 뇌사자 기증과 비슷한 수준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DCD 도입을 공식화했다. 연명 의료를 중단한 환자의 심장이 멈추면 일정 시간 재박동 여부를 확인한 뒤 의사가 사망 판정을 내리고, 장기를 적출해 이식하는 방식이다. 유족이 장기기증에 동의한 경우에 진행한다. 다만 아직은 제도 설계와 법적 근거 마련 단계에 머물러 있어 본격적인 제도화 시기를 가늠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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