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을 연출한 김태호 PD가 신작 ‘마니또 클럽’으로 돌아왔다. 도파민 팡팡 터지는 예능계에서 보기 드문 ‘착한 예능’의 등장이다.
지난 1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예능 ‘마니또 클럽’은 하나를 받으면 둘로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의 모임을 표방하는, 언더커버 선물 전달 버라이어티다. 지난해 “선물 같은 콘텐츠를 해보고 싶다”는 블랙핑크 제니의 한 마디가 ‘마니또 클럽’의 시작이 됐다.
‘마니또’란 상대편이 모르게 도움을 주고 선물과 편지를 보내는 놀이의 일종으로 1980년 이후 이어져 오고 있다. 추성훈·노홍철·이수지·덱스·제니가 1기 ‘마니또 클럽’을 함께했고, 정해인·고윤정·박명수·홍진경·김도훈이 오늘(22일) 방송하는 2기 멤버로 합류했다.
◆연속성과 확장성…‘마니또 세계관’의 의미
제작진은 연말연시에 보는 옴니버스 영화를 떠올리며 ‘마니또 클럽’을 기획했다. 기수별로 나뉜 출연자들이 서로의 마니또가 되어 선물을 전달하고, 최종 관문인 시크릿 마니또를 위해 이벤트를 기획하는 구조다. 1기 시크릿 마니또는 초등학교 학생들로 ‘선물’을 받으면 가장 순수한 리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 대상을 떠올린 결과다. 2기 마니또 클럽은 ‘핸드메이드’를 테마로 개인 마니또 선물을 준비했고, 시크릿 마니또이자 국민들의 마니또인 소방관을 위해 서프라이즈한 이벤트를 준비한다.
추리와 추격, 버라이어티한 경쟁이 중심이 되는 요즘, 베푸는 예능 ‘마니또 클럽’이 전하는 메시지는 사뭇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아가 김 PD 스스로의 반성도 들어가 있다. 그는 “정신없이 살다보니 모바일 메신저의 선물하기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더라”면서 “서로 몰랐던 사람에 대해 알아보면 되레 훨씬 더 많이 알게된다. 선물을 받고 나도 모르던 나를 깊숙하게 알아보는 마니또에 감동하는 (출연자들의) 리액션이 재밌었다”고 했다.
마니또의 핵심은 익명성이다. 들키지 않게 상대의 성향과 취향 정보를 수집하고 깜짝 놀랄 만한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 예능적으로는 서바이벌 형식으로 1등을 정하는 방식이 쉽고 재미있을 법도 했지만, 김 PD의 신념은 확고했다. 순위를 정하기 보단 개인 마니또의 에너지가 시너지를 내서 시크릿 마니또에게 전달되길 바랐다.
선물 금액도 제작진의 고민이었다. 1기에서 추성훈은 노홍철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보낸 추억의 여행지를 선물한다. 예약도 없이 도쿄에서 오사카로 교통비와 식사비용까지 큰 지출을 해야했다. 하지만 추성훈은 ‘그게 내 선물’이라며 제작진의 결제를 거절하고 사비를 들였다. 김 PD는 “선물에 가격을 다는 순간 너무 게임 같아 지더라. 본인들이 생각하는 적정선에서 지출했고, 대부분이 사비로 결제했다. 선물을 준비하는 동안 내적인 동력이 많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수지, 노홍철, 추성훈, 제니, 덱스 등 예능 대세들이 모인 1기는 그야말로 예측불허 상황의 연속이었다. ‘열어놓고 하는 예능’을 선호하는 김태호 PD에겐 더없이 고마운 존재들이었다. 김 PD는 “제작진이 장기판을 열어두면 출연자가 받아내고 흐트러트려 놓곤 한다”며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고 생각했는데, 그런 모습이 첫 기수에서 보여서 더 재밌었다”고 돌아봤다.
산타로 분장한 이수지는 제니의 마니또가 되어 선물 전달 미션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택시 기사와의 소통에서 감동을 전하고, 길가에서 마주친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대화로 웃음을 안겼다. 이 또한 예상치 못한 순간이 선사한 재미였다. 김 PD는 “2, 3기에도 예상치 못한 만남이 주는 재미가 있다. 제작진의 예상을 뛰어넘는 선택과 과정을 보면서 ‘(출연자들이) 이래서 사랑받는구나 생각이 들더라. 초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는 말로 궁금증을 높였다.
◆1% 대 시청률, 그 이상의 의미
다만 ‘마니또 클럽’의 시청률 성적은 뼈아프다. 2.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으로 시작해 3회차는 1.3%으로 주저앉았다. TV예능으로 선보인 전작 ‘굿데이’에 이어 ‘마니또 클럽’ 역시 리모콘을 쥔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김 PD는 “요즘 시청률 높은 콘텐츠와는 결이 달라 허무맹랑한 시청률은 기대하진 않았다”며 “그래도 아쉽긴 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TV 시청률이 프로그램만으로 프로그램의 흥행을 단정할 수는 없다. 플랫폼은 다변화됐고, 실시간 시청이 중요한 시대도 아니다. 동일 시간대의 시청률을 모두 합쳐도 한창때 한 프로그램이 기록한 시청률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콘텐츠를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쉼 없이 계속되고 있다.
당초 ‘편하게 볼 수 있는’ 평일 밤 편성을 예상했지만, 결국 일요일 저녁 시간에 편성됐다. 화려한 출연진 라인업, 이에 따른 출연료 지급에 TV 편성도 불가피했다. OTT 스트리밍과 TV 방영을 동시에 고려해 두 플랫폼의 결을 잡고자 편집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가장 어려운 게 방송과 OTT의 병행이다. 실험하고 데이터를 받고 있다. 해보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정보”라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예능적 재미를 위해 ‘첫 선물 전달자에게 베네핏을 준다’는 미션까지 추가했다. 다만 예고와 본편에서도 대표작인 무한도전 추격전을 떠올리게 한다는 시청 후기가 적지 않았던 것에 대해 김 PD는 “도파민이 많은 콘텐츠보다는 편하게 공감할 주제로 방향성을 유지했다. 방송 전 많은 정보를 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짚었다. 이어지는 2, 3기 방송은 예능감을 더 추가할 예정이다.
시청자의 반응도 귀담아듣고 있다. 기수제로 계획해 3기까지 촬영을 마쳤고 시청자의 의견을 반영해 시즌제를 구상할 예정이다. 당장의 성적보다 기획 의도가 반영된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 PD는 “콘텐츠를 도화선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달하고, 그 에너지가 보존된다면 그보다 보람된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의미를 찾았다.
◆‘무한도전’ 그 후…‘5주년’ TEO의 청사진
김태호 PD는 ‘무한도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제작자다. 종영 8년이 넘어가지만 여전히 ‘무도 덕후’들의 무한한 지지를 받고 있다. 동시에 어떤 콘텐츠를 내놓아도 ‘무한도전’과 비교군이 된다는 한계도 가진다. 꾸준히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한 김 PD는 유행에 편승하기 보단 자신의 신념을 지켜가고자 했다.
2021년 설립한 제작사 TEO도 “예능의 영역을 확장해보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TEO 설립 당시와 지금을 생각해 보면 미디어 환경이 크게 변화했다. 급변한 현실 속에서 다양성을 가진 콘텐츠를 바탕으로 새롭고 소외받는 장르에 대한 고민과 시도를 해나가고자 한다. 경험이 부족한 후배들을 위한 선배 크리에이터의 책임감이기도 하다. 김 PD는 “언젠가 시트콤도 해보고 싶다. 경험해보지 못한 후배 크리에이터들이 시트콤, 드라마 타이즈를 꿈꿀 수 있는 씨앗을 주고 싶다”며 “비주류라 하더라도 도전하면 재밌을 기획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타PD이자 TEO의 수장으로 많은 기대감을 받고 있다. ‘마니또 클럽’외에도 넷플릭스 ‘데스게임: 천만원을 걸어라’, ‘식덕후’, ‘크레이지 투어’ 등 플랫폼과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예능들이 출격 대기 중이다. 김 PD는 “글로벌 시장에 유통되는 좋은 콘텐츠와 IP를 축적해나가는 자산 콘텐츠에 중점을 두고 열매를 맺는 과정에 있다”며 “시류에 따른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PD에게 가장 재밌는 도파민은 ‘ERA’의 시작이다. 꾸준히 도전하면서 다양성을 존중해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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