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과 같이 문화유산 인접 지역의 개발은 지역 특성에 따른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고층 개발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불러올 수 있으나 문화유산의 보존과 도시 경관 보호라는 중요한 과제와 맞물린다. 이번 논란은 세계유산 보호와 도시개발의 조화라는 난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민과 방향성을 보여준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세운4구역 재개발의 핵심은 용적률을 대폭 상향해 최고 높이 145m의 고층 빌딩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2006년부터 재개발 사업을 시작한 뒤 진척이 없었던 주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고층 개발로 인한 부동산 가치 상승과 최신식 시설이 갖춰진 상권 인프라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1일 “지역 개발과 활성화 차원에서 보면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이나 다른 나라를 보면 지하철역 바로 위에 고층 건물을 짓는 등 상대적으로 개발이 용이하다. 우리도 그렇게 개발한다고 하면 노후된 세운 상가가 없어지고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건물이 들어와서 외국인 관광객도 더 많이 올 수 있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랜드마크가 입소문이 나서 상권이 활성화되면 상가 공실도 줄어들고 선순환이 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다.
다만 문화유산과 맞닿은 지역의 개발은 일반 재개발과 달리 역사적 가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엄격한 규제와 섬세한 계획이 필수적이다. 종묘와 180m 거리에 고층 빌딩이 세워질 경우 종묘의 경관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침해할지 논쟁이 뜨겁다.
안창모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는 “서울이라는 역사도시 자체가 세계적인 랜드마크라고 봐야 한다. 한양도성이 갖고 있는 정체성이 핵심인데 그것을 심각하게 파손시키는 것이 문제다. 지금 계획대로 재개발이 된다면 세운4구역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른 지역에도 같은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2004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세운4구역은 최고 높이 122m 빌딩 등으로 건축하려다 문화재위원회 심의 끝에 2018년에야 최고 높이 71.9m 건물을 세우기로 정해졌고 2020년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고시됐다.
안 교수는 이를 언급하며 “당시 문화재청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권고한 높이에 따라서 사업 계획을 세웠고 이해 당사자 간 동의까지 마쳐서 관리처분 인가까지 났는데 갑자기 중단시킨 것”이라며 “그사이 시의회 구성이 달라져서 조례를 삭제할 수 있다는 것 말고는 상황이 바뀐 게 없는데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지금 당장 종묘가 피해를 보는 것도 문제지만 서울 전체의 역사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킨다는 데 문제가 크다”며 “종묘와 한양도성은 서울시라는 행정 구역 안에 있지만 서울시 자산이 아니라 국가적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과 물이 어우러진 서울의 모습은 전 세계 어느 수도에도 없다. 이 자체가 굉장한 건데 녹지를 깎아먹는 개발을 하면서 느닷없이 인공 녹지를 만들겠다는 건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세계유산 보호와 도시개발 계획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지역 현안을 넘어 문화 보존과 도시 성장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우리 사회의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신 교수는 “지하는 용적률에 포함에 안 되기 때문에 건물 높이를 올리는 대신 지하 공간을 활용하자는 방안도 나오는데 개발사 입장에서는 지하보다 지상의 건물을 높이는 게 가시성이 돋보인다. 땅을 파야 하기 때문에 토목 공사 비용도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사실 정답이 없다. 일단은 잠깐 스톱된 상태에서 간담회 등으로 머리를 맞대고 협의를 통해 적절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일단 이해 당사자가 모두 동의했던 이전의 계획안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존의 개발 계획을 멈추고 용적률을 높이는 계획을 다시 만드는 사이에 비용이 또 들었을 것”이라며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멈추고 발생한 손해를 용적률로 갚는 셈인데 용적률은 서울시민 모두의 재산”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런던이나 파리 등 세계적인 선진 도시가 오랫동안 가치를 유지하는 건 시민사회 공감대를 바탕으로 확고한 도시 계획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건물이 높이 올라가니까 멋있다는 관점으로만 도시 계획을 짜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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