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의 융단폭격, 독수리의 허리가 휘어진다.
2025년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가 일방적인 흐름으로 전개된다. 정규시즌 1위 LG가 안방 1~2차전을 모두 완승으로 물들였다. 한화는 고개를 푹 숙였다. 19년 만의 KS에서 4전 전패 굴욕을 걱정해야 한다. 역대 KS에서 첫 2경기를 내주고 역전 우승에 성공한 확률은 단 9.5%(2/21)다. 2007년 SK(현 SSG)가 두산을 상대로 2연패 후 4연승을, 2013년 삼성이 두산에 ‘패패승패승승승’을 기록한 게 전부다.
분위기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흔히 말하는 ‘졌지만 잘 싸웠다’도 아니다. 타오르는 LG 타선에 마운드가 붕괴됐다. 이틀간 내준 점수만 21점이다. 18피안타, 3피홈런, 13사사구가 쏟아졌다. 산산조각 난 방패로는 도저히 흐름을 바꿀 수 없었다.
선발 문동주·류현진의 신구 토종 에이스 듀오가 각각 4⅓이닝 4실점, 3이닝 7실점으로 무너진 게 1차 요인이다. 여기에 ‘플랜B’가 돼줘야 할 불펜도 휘청였다. 1차전 8명, 2차전 6명의 불펜진이 총동원됐으나 누구 하나 제 몫을 한 선수는 없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이 의도적으로 잘게 이닝을 쪼갠 것도 있지만, 만족스러운 구위가 나오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투수를 바꾼 것도 부지기수였다.
결국 한화 불펜은 두 경기 8⅔이닝 10실점의 초라한 숫자를 제출했다. 페넌트레이스 불펜 평균자책점 2위(3.63)의 위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셈이다. 매번 선발이 호투하는 시나리오만 바랄 수 없다. 불의의 위기를 극복할 힘이 전무했다. 허무한 2연패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LG와의 뚜렷한 대조도 한화의 무기력함을 몇 배로 키운다. LG 불펜은 1차전 3이닝 무실점에 이어 2차전에는 부진한 임찬규(3⅓이닝 5실점)의 뒤로 5⅔이닝 무실점을 빚었다. 꿈틀대려는 한화 분위기에 끼얹은 확실한 찬물이었다. 단기전을 맞아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한 송승기의 3이닝 퍼펙트 행진, 베테랑 김진성의 KS 최고령 승리(40세 7개월 20일) 등 호재가 한가득이다.
고민에 빠진 한화다. 김경문 감독은 “KS다운 스코어, 박진감 있는 점수가 나와야 하는데 투수 쪽에서 생각보다 많은 점수를 줬다. 연이틀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추워진 날씨도 변명은 되지 않는다. 양 팀 모두 똑같은 마운드를 밟는다. “추위 때문은 아니다. 홈으로 돌아가는 만큼, 반격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는 다짐밖에 내밀 게 없는 상황이다.
짙어지는 패색, 기적이 필요한 한화는 ‘외인 원투펀치’에 마지막 희망을 건다. 시즌 17승(1패), 평균자책점 1.89, 252탈삼진 등으로 외인 최초 투수 4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에 빛난 코디 폰세가 드디어 3차전에 출격한다. 그 뒤로 다승 3위(16승), 평균자책점 6위(2.87), 탈삼진 4위(207개)로 힘을 더한 라이언 와이스가 대기한다. 뜨거운 LG 방망이를 잠재우고 불펜 부하를 줄여야 하는 난제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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