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 공이요? 미친 볼이던데요.”
우완 문동주(한화)가 포스트시즌(PS) 데뷔전을 치렀다. 선발이 아닌, 불펜이었다. 18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에 두 번째 투수로 나섰다. 가을야구와 같은 단기전서 보직 파괴는 익숙한 장면이다. 완급조절이 필요 없어진 문동주는 말 그대로 무시무시했다. 2이닝 깔끔하게 삭제했다.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도 올랐다. 문동주는 “중요한 상황에서 올라갔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던졌던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실제로 공 하나하나에 좀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전광판엔 최고 162㎞(161.6㎞ 반올림)까지 찍혔다. 올 시즌 리그 최고 구속. 나아가 역대 국내 선수 최고구속을 경신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지난달 20일 자신이 수원 KT전서 작성한 161.4㎞를 넘었다. 문동주는 “아직은 구속이 떨어질 정도로 춥진 않았던 것 같다. 접전 상황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집중했다”면서 “평소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방망이에도 맞고(파울) 하다 보니 그렇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한 타자들은 물론, 동료들도 입이 떡 벌어졌다.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최재훈은 “정말 미친 볼이었다. 오죽했으면 (삼성) (강)민호형이 ‘왜 나한테만 이렇게 던지냐’며 소리를 지를 정도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미트에 꽂힐 때 손이 너무 아팠다. 이 친구가 온 몸으로 던지고 있구나 싶더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포수 이재원은 “연습경기 때부터 (문)동주의 컨디션이 정말 좋았다. 키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 잘하더라”고 끄덕였다.
생애 첫 가을야구. 나름대로 여러 가지 것들을 상상하고 또 준비했을 터. 든든한 조력자들의 존재도 큰 힘이 됐다. 특히 ‘괴물’ 류현진은 워낙 큰 경기 경험이 많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PS를 경험한 바 있다.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해줬다는 후문이다. 문동주는 “류현진 선배님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만 집중하자고 하셨다”면서 “무엇보다 어떤 상황인지 알고 투구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귀띔했다.
이번 가을, 한화가 문동주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흔들리는 김서현을 대신해 마무리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며 열어 놨다. 확실한 건 승부처서 출격할 거라는 것이다. 일단 스타트는 익숙하지 않은 불펜이었다. 문동주는 “선발로 등판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 PS를 팀의 첫 경기부터 할 수 있었다는 게 영광이다. 어떤 보직이든 준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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