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를 향해 질주하는 마법사, 특급 조미료가 한 꼬집 더 필요하다. 프로야구 KT가 원하는 건 두 괴물타자 강백호와 안현민이 같은 날 동시에 불을 뿜는 장면이다.
한 명도 아니고, 짝지어 두 명이 여차하면 벼락같은 스윙으로 담장 위를 넘겨버린다. 상대 팀 입장에선 경계를 늦출 수 없다. 현시점 KT의 중심타선을 지탱하는 양대 축이라는 평가다.
지난 23일 홈 수원 KT 위즈파크서 열린 키움전에서 함께 번뜩였다. 1회 말 3번타자 안현민이 1사 1루에서 좌익수 앞 안타를 때려내더니 후속타석에 들어선 강백호가 우중간 1타점 결승타로 화답했다. 안현민은 4타수 2안타, 강백호는 4타수 1안타 1타점 활약을 펼쳤다. 팀도 7-0 대승을 거두며 미소 지었다.
사실 더 큰 화력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조합이다. 다만 올 시즌 이른바 ‘동반 폭발’은 보긴 어려웠다. 시즌 내내 둘이 동시에 타격감을 끌어올린 날은 손에 꼽힌다. 각자의 화력은 리그 정상급이라는 점에서 반추하면 제법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까지 함께 나선 66경기에서 멀티히트 합작은 4차례다. 지난 5월23일, 24일 고척 키움전과 8월6일 대전 한화전, 8월22일 잠실 두산전이 그랬다. 같은 날 홈런을 터뜨린 경기는 5월1일 잠실 두산전 단 한 번뿐이다. 강백호가 1회 초 선제 솔로포(1-0)로 문을 열었고, 이날 마수걸이포를 신고한 안현민은 9회 극적인 동점 투런(3-3)을 빚어낸 바 있다.
공교롭게도 시즌 내내 이어진 엇갈림 때문이다. 불운이 한몫했다. 시즌 초엔 안현민이 1군에 없었다.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5월부터다. 전반기 60경기서만 0.356 고타율(216타수 77안타)을 자랑하며 리그를 뒤흔들었다.
강백호는 5월 말 오른쪽 발목인대 파열 부상으로 중도 이탈, 후반기 복귀에 맞춰 재활을 거쳐야 했다. 돌아온 ‘천재타자’는 8월 들어 맹타를 휘둘렀다. 한 달간 25경기 타율 0.341(91타수 31안타) 5홈런 21타점을 때린 것. 마치 그래프가 교차하듯 안현민은 주춤했다. 이 시기 홈런 없이 23경기 타율 0.234(77타수 18안타) 슬럼프를 겪었다.
이제는 그 이상의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한다. 시즌은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23일 기준 KT가 남긴 경기는 단 5경기뿐이다. 현재 69승4무66패,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 5위를 지키고 있지만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승부의 연속이다.
막판 대약진을 이뤄내면 4위도 바라볼 수 있지만, 조금만 삐끗해도 5위 밖으로 밀려나는 시나리오도 결코 허황되지 않다. 3연승 상승세 속 남은 일정이 대부분 원정길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물론, 강백호와 안현민이 나란히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대 마운드가 받는 압박감은 막대하다. 둘 중 한 명만 터져도 경기 흐름을 단숨에 바꿀 수 있는 파괴력을 지녔다.
그럼에도 KT 벤치와 팬들의 마음속에는 늘 같은 갈증이 자리한다. ‘여기서 조금만 더’라는 생각이 들 터. 더 강력한 케미스트리를 낼 수 있을까. 두 타자가 동시에 불을 뿜는 그 순간이야말로 가을야구를 향한 마법사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할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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