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연장 혈투의 여운을 그대로 옮겨온 인천에서, 다시 한번 이다연이 활짝 웃었다.
이다연은 지난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에서 마무리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에서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이민지(호주)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라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혈투였다. 이다연과 이민지는 유현조·박혜준을 포함해 펼쳐진 최종일 우승 경쟁에서 나란히 한발을 앞섰다. 하지만 정규 라운드로 우열을 가리지 못한 채, 최종 18번 홀(파4)에서 이어진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트로피를 다퉈야 했다.
2년 전에 바로 이 두 사람이 벌인 양보 없는 한판승부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2023년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도 이다연, 이민지는 패티 타와타나킷(태국)과 함께 연장전에 임한 바 있다. 당시 3차 연장을 뚫어내고 우승을 차지했던 주인공은 이다연이었다.
이번에도 이다연이 웃었다. 2차 연장에서 그가 시도한 회심의 4m 버디 퍼트가 거짓말처럼 홀을 돌아나오면서 3차 연장의 향기가 피어오른 순간, 파를 노린 이민지의 2.5m 퍼트 실수가 나오고 말았다. 방향이 틀어진 샷이 홀을 외면하면서 이다연의 우승이 확정됐다.
이다연의 KLPGA 투어 통산 9번째 우승이자 2023년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이후 2년 만의 우승이다. 톱10 피니시 3회를 기록하는 데 그쳤던 지난 시즌의 부진을 훌훌 털었다.
이다연은 “연장 첫 홀 티샷을 하면서도 ‘이 순간 내가 여기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연장까지 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라 는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우승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마음으로 임했는데 우승까지 이어저 꿈만 같고 감사하다”는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인천 청라와의 환상적인 궁합에도 엄지를 세운다. 그는 2년 전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과 2019년 한국여자오픈, 이번 대회를 합쳐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만 3승을 거뒀다. 그는 “이곳에서는 늘 성적이 좋았던 기억이 있다. 덕분에 이번에도 좋은 흐름을 기대할 수 있었다”고 웃었다.
눈길을 사로잡은 ‘붉은 하의’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이어졌다. 2년 전 우승을 차지할 때도 빨간 하의를 입었던 그는 이날도 새빨간 치마와 함께 극적인 우승을 빚어냈다. 그는 “챔피언조에 들어갈 때는 붉은색 계열 옷을 입으려 한다. 그걸 깨보려고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5 때 파란색 옷을 입었는데 잘 풀리지 않았다”며 “그냥 꼭 ‘뭔가 해야 해’라고 해서 입은 건 아니고, 스스로 좋은 다짐을 가지고 들어가자는 마음으로 붉은색을 선택했는데 잘 맞아떨어졌다. 옷부터 연장전까지 2023년도랑 정말 비슷한 느낌으로 흘러간 것 같아서 신기하다”고 설명했다.
경쟁자였던 ‘우상’ 이민지를 향한 존중도 잊지 않았다. 그는 “2023년 연장 우승 순간이 겹쳐 느껴져서 더 울컥했다. 언니에게 ‘이번에는 안 울려고요’라고 했더니 ‘울어도 돼’라고 해주셨다. 평소 존경하고 닮고 싶은 언니와 연장 승부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올해의 키워드는 ‘도전’이다. 가장 큰 목표는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다음주 열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를 잘 준비해 최선을 다해 도전하겠다”며 25일 열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향한 전의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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