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안에 핵심을 전달하고 감정을 움직여야 살아남는 숏폼(짧은 영상)의 시대다. 릴스(Reels), 쇼츠(Shorts) 등 짧은 형식의 콘텐츠가 전 세계 미디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방송사,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팬들까지 콘텐츠 소비 방식을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60초 영상, 이용률 높아져
14일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결과 숏폼 콘텐츠의 국내 이용률은 2023년 58.1%에서 2024년 70.7%로 급증했다. 스마트폰으로 주 5일 이상 이용하는 주요 콘텐츠 1위 또한 숏폼(41.8%)으로 나타났다.
숏폼 콘텐츠의 사용 시간 역시 압도적이다. 단순 시청을 넘어 습관처럼 소비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5120만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유튜브와 틱톡 등 대표 숏폼 플랫폼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52시간2분으로 집계됐다.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티빙, 웨이브, 디즈니+ 등 OTT 플랫폼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7시간17분)과 비교하면 7배 이상 많은 수치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숏폼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글로벌 숏폼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21년 432억 달러(약 63조원)에서 2026년 1350억 달러(약 197조원)로 연평균 25.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사·OTT, 숏폼 서비스 제공 적극적
소비자들의 ‘짧고 강한 콘텐츠’ 소비는 국내 방송사와 OTT의 전략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기존에는 본 방송 후 다시보기 기능에만 집중하던 방송사들은 이제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숏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tvN은 공식 유튜브 숏폼 채널 디글을 운영하며 인기 드라마와 예능의 핵심 장면을 짧은 클립으로 재구성해 제공하고 있다.
OTT 업계의 변화도 눈에 띈다. 티빙은 지난해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세로형 숏폼 서비스를 론칭했으며, 조만간 숏폼 드라마도 공개할 예정이다. 왓챠는 지난해 숏드라마 전용 플랫폼 숏챠를 선보이고 글로벌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숏챠는 1분 내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제공하며, 기존 드라마의 서사 구조를 파괴하고 빠른 몰입을 유도해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숏폼 기반 콘텐츠 플랫폼 역시 등장하고 있다. 국내 최초 숏폼 드라마 플랫폼 탑릴스를 시작으로 비글루, 위치박스 등 다양한 숏폼 전문 플랫폼이 출시되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팬 메이드’ 숏폼 활발, 새로운 유통 수단
이러한 흐름은 팬들의 콘텐츠 향유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최근에는 팬들이 직접 제작하는 팬 메이드 숏폼 영상이 유튜브와 SNS에서 활발하게 공유되며 새로운 홍보 및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드라마의 OST와 명장면을 엮어 만든 클립이 원작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방적 수용에서 참여형 소비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3이 글로벌 흥행을 기록하자 팬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페이크 엔딩을 만들어내며 콘텐츠 재창작에 나섰다. 살아남은 성기훈(이정재)이 큰 돈을 손에 넣어 가족들에게 돌아가거나 황준호(위하준)가 형 프론트맨(이병헌)과 화해하고, 김준희(조유리)와 이명기(임시완)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등 실제 결말과는 다른 대체 엔딩이 팬들에 의해 제작돼 공유됐다. 이 중 한 영상은 유튜브에서 300만 뷰를 넘기며 큰 인기를 끌었다.
1분 안에 웃기고, 울리고, 설레게 해야 하는 시대. 방송과 플랫폼, 팬덤까지 숏폼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은 이제 단기 유행을 넘어 콘텐츠 산업의 핵심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