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한 번에 2, 3㎏씩 쭉쭉 빠져요(웃음).”
땀으로 흠뻑 젖은 유니폼과 축 처진 어깨에도 숨 돌릴 틈이 없다. 3시간 가까운 시간 내내 주저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심지어 헬멧, 마스크, 보호대 등 육중한 장비를 단단히 둘렀다. 프로야구서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이 오면 가장 고된 모습을 자아내는 포지션은 단연 포수다.
7월이 시작됐다. 본격적인 무더위도 함께할 전망이다. 리그는 어느덧 절반의 반환점을 돌았고, 순위 경쟁은 ‘역대급’ 수식어와 함께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순위표가 요동칠 정도다.
지금 이 시점, 특히 포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날씨는 갈수록 더워지고, 선수들의 체력 안배 역시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그중에서도 주전 포수들 컨디션 관리가 순위 싸움의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 중인 포수는 단연 장성우(KT)다. 1일 기준 수비 이닝만 536⅓이닝. 리그 1위다. 선발 마스크를 쓴 경기도 63차례에 이른다.
뒤를 잇는 강민호(삼성·518⅔이닝), 박동원(LG·514이닝)과 함께 셋이 ‘500이닝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독보적으로 내달리고 있다. 4위의 경우 김형준(NC)이 463⅓이닝을 소화 중이다.
모두 팀의 중심이자 베테랑이다. 공격에서도 중심 타선을 책임지고 있다. 선발로 나와 경기 중후반을 넘어 경기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이들의 역할은 막중하다. 투수 리드와 경기 흐름 조율, 심판과의 커뮤니케이션까지 온몸으로 소화해 낸다. 이강철 KT 감독은 “(체력 안배) 고민은 매년 하는데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장)성우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경기 운영 차이가 크다”고 털어놨다.
그렇기에 중요한 건 ‘나눠 쓸 수 있는 힘’이다. SSG는 베테랑 이지영이 4월 중순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조형우가 공백을 메우며 유연한 운영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한화 역시 최재훈-이재원 체제를 통해 포수 체력 부담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LG도 6월 들어 체력 안배 차원의 운용을 택했다. 박동원의 출전 간격을 조절하면서 백업 자원인 이주헌에게 기회를 준 게 방증이다.


허도환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한 시즌을 길게 놓고 보면 백업 포수의 역할이 크게 느껴질 것”이라며 “여름 더위가 한창일 때는 주전 포수들이 조금씩 흔들리기도 할 텐데, 10개 구단이 이 시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름철 포수들의 고충은 상상초월이다. 한 경기만 치러도 2~3㎏은 빠진다. 더운 날씨 속에서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힘들다. 타격 페이스도 휘청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순위 싸움이 역대급으로 촘촘한 가운데 벤치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주전 포수의 출전 빈도, 경기 완주 등을 판단하는 부분에서 그렇다. 허 위원은 “올해 유독 그런 흐름이다. 매 경기가 치열하니 승리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 나온다. 여기서 백업 포수들이 기회를 얻기 어려운 것도 있다”고 했다.
가장 고된 시기를 마주한다. 체력은 떨어지고, 타격 페이스도 함께 흔들리는 시점이다. 그 무게를 나눌 수 있느냐, 없느냐로 중상위권 경쟁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여름은 길다. 준비된 팀만이 난관을 버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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