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한 번의 공격, 전세를 뒤집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프로야구 KIA는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의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원정 맞대결에서 12-2 대승을 거뒀다. 2연승과 함께 6월의 마지막 3연전을 위닝시리즈를 물들인 KIA는 시즌 41승(3무35패)을 찍으면서 상위권 등반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6월 월간 성적표에도 아름다운 수치가 남는다. 15승2무7패를 찍으면서 10구단 중 가장 빼어난 승률 0.682를 남겼다. 5월 종료 기준 7위였던 KIA의 순위는 어느새 4위로 올라왔다. 같은 시점 기준 ‘-2’였던 승패마진은 ‘+6’으로 치솟아 제대로 흑자를 남기는 중이다.

사실 이날 예고된 선발 매치업에서는 KIA의 열세가 점쳐졌다. LG는 시즌 7승3패, 평균자책점 3.21에 빛나는 외인 1선발 요니 치리노스를 꺼냈고, KIA는 올 시즌 부침을 겪으며 1승6패, 평균자책점 5.86에 허덕이는 좌완 윤영철이 선발 중책을 안은 상황이었다. 많은 이들이 KIA의 고전을 예측했다. 하지만 호랑이 군단은 뜨거운 기세로 모든 예상을 뛰어넘었다.
5회초까지는 빈공에 시달렸다. 리드오프로 나선 고종욱만이 2안타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단 하나의 출루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윤영철이 5이닝 1실점 역투로 씩씩하게 버티면서 반전의 불씨를 남겼다. 그리고 결국 ‘아기 호랑이’의 씩씩한 호투가 잠자던 호랑이들을 깨웠다.
대역전극, 단 한 번의 이닝이면 충분했다. 순항하던 치리노스를 상대로 6회초 첫 타자였던 박민이 안타를 만든 게 시발점이었다. 남다른 타격감을 뽐내던 고종욱이 동점 2루타를 곧장 얹었다. 이어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3루에서는 패트릭 위즈덤이 3루수 문보경을 뚫는 날카로운 역전 적시타를 더했다.
달아오른 호랑이의 방망이는 적당한 선에서 상대를 봐주지 않았다. 최형우가 중전안타로 기회를 재차 1사 1·3루로 키우자 오선우가 달아나는 1타점 2루타로 화답했다. 화마를 마주한 LG가 불펜 김진성을 투입해 반전을 노렸지만, 아랑곳 않은 김석환이 2타점 3루타를 쏟아내 KIA 분위기에 방점을 찍었다. 대타 박찬호의 희생플라이까지 얹어진 끝에 KIA는 6득점 빅이닝으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1점 차로 팽팽하던 경기가 일순 KIA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변했다. 승기를 거머쥔 KIA는 7회말 마주한 2사 만루 위기서 단 1실점으로 고비를 넘겼다. 이어 8회초 3득점, 9회초 3득점 등 연신 쐐기점을 얹으면서 쾌재를 불렀다.
KIA의 6월을 관통하는 키워드 ‘잇몸 야구’가 이달 마지막 경기에서도 또렷히 빛난 셈이다. 김도영, 김선빈, 나성범 등 주축 자원들의 부상 속에서 평소 기회를 받지 못하던 멤버들이 빈 자리를 누구보다 훌륭하게 메우고 있다. 이날 3안타를 터뜨린 베테랑 고종욱을 비롯해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고 1군 활약을 더하는 오선우, 김석환, 박민이 고루 빛을 뿜었다. 이 모든 위기를 아우르고 있는 최형우도 변함없는 멀티히트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제 KIA는 6월에 보여준 가파른 반등과 일발역전이 시즌 전체로 확대되기를 꿈꾼다. 열흘 남짓 남겨둔 올스타브레이크를 발판 삼아 부상병들의 복귀까지 속속 이어진다면, 성장한 백업들과 발현할 강렬한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 지금보다 더 높은 순위를 바라보겠다는 KIA의 꿈, 결코 허황된 목표가 아니다.
잠실=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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