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기존 고객 아닌 신규+재구매
공정위 지난 10일 합병 조건부 승인
합병 시 '1위' 넷플릭스 대항마로 우뚝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을 앞두고 출시한 더블 이용권으로 쏠쏠한 효과를 보고 있다. 독주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넷플릭스에 맞서 토종 OTT가 추격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29일 웨이브에 따르면 지난 16일 티빙과 함께 더블 이용권을 공개한 뒤 7일간 웨이브 신규 유료 가입자 수가 전주 대비 26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추이는 출시 초반 반짝 상승세에 그치지 않고 일정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더블 이용권은 하나의 구독으로 KBS·MBC·JTBC·tvN 등 티빙과 웨이브의 국내 주요 채널 인기 콘텐츠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업계 최초의 통합 요금제다. 개별 구독 합산 소비자가격 대비 최대 39% 할인했다. 오는 9월 말까지 진행되는 얼리버드 특별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더블 슬림(웨이브 베이식+티빙 광고형 스탠더드) 상품이 월 7900원의 특별가로 이례적인 가격 혜택을 제공해 신규 가입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신규 가입자 창출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웨이브에 따르면 기존 웨이브나 티빙을 이용하던 고객이 더블 상품으로 갈아타는 비중은 예상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며 대부분 신규 고객이거나 재구매 고객이다.
더블 이용권은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이 본격화하면서 나온 첫 번째 결합 상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일 티빙과 웨이브 간 기업결합 신고를 조건부 승인했다. 기합결합 신고 승인 결정에 따라 양사 임직원이 상호 이사로 등재가 가능해졌고 경영진 파견 등 실질적인 사업 협력을 추진할 수 있다. 다만 각사의 현행 요금제를 내년 말까지 유지하는 조건이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5월 OTT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넷플릭스 1450만명, 티빙 716만명, 쿠팡플레이 715만명, 웨이브 413만명 등이다. 티빙과 웨이브를 단순 합산하면 1129만명에 이른다.
시장 점유율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3.9%다. 이어 티빙 21.1%, 쿠팡플레이 20.1%, 웨이브 12.4% 등의 순이다. 티빙과 웨이브가 합쳐지면 단순 계산으로 시장 점유율이 33.5%가 된다. 두 플랫폼을 모두 구독하는 이용자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이보다는 점유율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1위인 넷플릭스에는 못 미치지만 이에 대항할 국내 최대 OTT 플랫폼이 탄생하게 된다.
티빙과 웨이브는 최근까지 적자가 누적되어 왔다. 업계에서는 토종 대형 OTT의 출범이 대규모 콘텐츠 투자와 K-콘텐츠 유통의 주도권을 되찾아올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K-콘텐츠의 국내외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합병의 긍정적 효과를 설명하며 “안정적인 국내 시청자를 기반으로 구독료 수익과 광고를 통해 콘텐츠 투자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진출 시에도 라이브러리 측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제작사의 경우 콘텐츠 해외 판매에 있어 넷플릭스 외에도 추가 판로를 확보하게 되며 판매 수익 확대가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합병이 최종 성사되려면 양사 주주 전원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KT의 입장이 관건이다. 티빙 지분 13.5%를 보유한 2대 주주 KT스튜디오지니가 합병 동의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은 지난 4월 “지상파 콘텐츠 독점력이 떨어진 웨이브와의 합병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성장의 방향성, 그리고 가능성에 있어 티빙 주주 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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