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이 이기니깐, 확실히 좋네요. 이제는 1점만 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한화 품에 안긴 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구단은 암흑기를 온 몸으로 받았내며 긴 세월을 보냈다. 보살이라고 불리는 팬들 앞에서 미안한 마음에 마음 껏 웃지도 못했다. 햇볕이 든다.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수도 팬도 희망찬가를 부른다. 한화의 좌완 투수 김범수의 얘기다.
야구는 팀 스포츠다. 눈에 띄는 굵직한 조각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여러 개의 톱니바퀴가 딱 맞아 떨어졌을 때 비로소 달릴 수 있다. 원활한 이음새, 김범수가 올 시즌 맡은 임무다. 중요한 상황서 원 포인트 혹은 투 포인트로 짧게 피칭, 바통을 잇는다. 한화가 선두싸움을 하는 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김범수는 “눈앞의 타자를 무조건 잡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그래야 다음 투수가 부담 없이 던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범수는 2015년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일찌감치 150㎞대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시선을 모았다.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제구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차곡차곡 경험들이 쌓여 성숙해졌다. 이닝 당 출루율(WHIP) 1.22로, 프로데뷔 후 가장 낮다. 김범수는 “중요한 건 방향성인 것 같다. 아무리 빠른 공을 던져도 언젠가는 눈에 익기 마련이다. 어떻게 타자들과 승부할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김범수가 성장하는 사이, 팀도 조금씩 전진했다. 올 시즌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본다. 한화의 흥망성쇠를 직접 겪었던 자원인 만큼 감회가 남다를 듯하다. 김범수는 특히 고참들의 존재감에 집중했다. 김범수는 “야구를 이렇게 하는 게 처음”이라고 웃었다. 이어 “옛날엔 야구를 잘 모르고 했던 느낌”이라면서 “형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니 선수들이 야구를 좀 알고 하는 느낌이다. 또 확실히 선발진이 강하니 1~2점만 내도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범수는 한화의 가장 마지막 포스트시즌(PS) 경험한 자원이기도 하다. 2018년 준플레이오프(준PO) 4경기(3⅔이닝)에 나서 무실점을 마크했다. 당시 김범수의 나이 만 23세였다. 생애 첫 가을야구를 경험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김범수는 “그때는 뭣도 모르고 마운드에 올라갔던 것 같다. 막연히 ‘우리도 가을야구 가는구나’ 싶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정말 재밌었던 기억으로 가득하다. 그런 큰 경기를 치르면 시야도 넓어지고 배우는 것도 많다”고 끄덕였다.
그 딱 한 번의 강렬했던 경험, 이제야 다시 기회가 온 것 같다. 하지만 좋을 때일수록, 경계심을 더 강화한다. 김범수는 “이제 막 시즌의 절반 정도 치렀을 뿐”이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긴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관건이다. 올해는 유독 덥고 습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범수는 “프로 세계서 ‘당연한’ 것은 없다. 예년과 달리 흐름이 좋은 것은 맞다. 연패가 길지 않다. 가장 더운 두 달을 잘 버틴다면, 그때부터 힘을 낼 수 있을 거라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을야구를 맛보면, 우승이란 목표가 더 진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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