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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그들은 왜 다이소를 찾았나

입력 : 2025-06-25 16:25:08 수정 : 2025-06-25 16: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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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매봉역점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계산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고물가 시대를 맞아 초저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북적인다. 전국에 1500개 이상 매장을 보유한 다이소는 지난해 매출 3조9689억원, 영업이익 3711억원으로 1997년 출범 후 역대 최대실적을 올렸다. 회사의 슬로건처럼 ‘국민가게’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24~25일 다이소의 운영사 아성다이소 본점(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다이소 매봉역점을 찾았다. 이곳을 방문한 고객들로부터 다이소를 택한 이유를 들었다.

 

1살 아들의 손을 잡은 30대 최소원-남현민 부부는 화장실 청소용 세정액과 양치용 컵 등을 구매했다. 매장에서 집이 멀지 않다는 부부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방문해서 1만원 안팎으로 물건을 산다”며 “인터넷에서 주문하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한데 품질도 적당하니 자주 오게 된다”고 말했다.

 

펫 용품 코너에서 마주친 20대 대학원생이자 반려견(토이푸들) 똘이의 보호자는 “강아지 옷과 장난감, 간식을 보고 있다”며 “평소에도 다이소에서 똘이 옷을 자주 산다. 제일 비싼 것도 5000원을 넘지 않고 직접 보고 고를 수 있어서 좋다”고 엄지를 세웠다.

 

40대 박병재 씨는 “특별히 살 게 있어서 온 건 아니고 초등학교 3학년 딸, 2살 아들과 구경을 왔다”며 “가격 부담이 없으니 아이들이 사달라는 장난감을 하나씩 사주곤 했다. 그랬더니 언젠가부터 아빠가 다이소에 간다고 하면 무조건 따라 나오려고 한다”며 웃었다.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명하다는 씨몽키(꼬마새우) 키우기 세트도 두 번이나 선물했다고 덧붙였다.

 

다이소 매봉역점에서 쇼핑 중인 고객. 박재림 기자

 

인근 국악고등학교 1학년 송민준 군과 박현서 양은 “단소 연습을 하다가 단소가 부러져서 본드를 사러 왔다”고 했다. 1000원짜리 순간접착제를 골랐으나 19세 미만 청소년은 구입할 수 없다는 점원의 설명에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그 뒤 매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두 학생은 “아예 새 단소를 사려고 했는데 없는 것 같다. 오늘은 친구 것을 빌려야 할 것 같다”며 발길을 되돌렸다.

 

외국인 손님도 눈에 띄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활동으로 최근 방한했다는 파라과이 조달청 공무원 마리아 오헤다 씨는 “숙소가 근처라 저녁식사 후 쇼핑을 나왔다. 강아지 옷과 화장품을 주로 보고 있다”며 “파라과이에도 저가 용품점이 있지만 이곳처럼 5000원 이하 균일가는 아니고 이 정도로 다양한 물건을 팔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파라과이에서 온 오헤다 씨가 다이소 매봉역점에서 반려동물 의류를 살피고 있다. 박재림 기자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을 본 게 아니라 품질이 뛰어난 제품이라 일부러 다이소를 찾았다는 고객도 있었다. 30대 회사원 김봉진 씨는 “취미가 프라모델인데 도색용 메탈릭마커를 사러 경기도 성남에서 왔다”며 “프라모델 마니아 사이에서는 핵꿀템이라고 불리는 마커로, 품절대란이 일어난 적도 있다. 요즘도 구할 수 있는 매장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이브로우 펜슬과 아이섀도를 구매한 30대 김도경 씨도 “화장품은 일부러 다이소에서 산다. 용량이 작아서 들고 다니기 편하고, 이것저것 써볼 수 있으니 쉽게 질릴 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압축봉, 전선정리 벨크로 테이프, 집게고리 같은 생활용품도 이곳에서 자주 산다. 사실 다이소 말고는 어디서 파는지 모르겠는 물건들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24일 저녁 갑작스럽게 빗방울이 굵어지며 3000~5000원 우산을 구매하는 고객도 자주 눈에 띄었다. 매장 인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우산은 가격이 7000~1만5000원이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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