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는 잔잔한 파도지만 향후 폭풍이 될 수 있는 중국 자본의 유입에서 K-콘텐츠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지켜낼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우선 기업의 지배구조 방어에 대한 확실한 방법이 있어야한다.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이후 콘텐츠 기획이나 유통 방향에 외부 개입이 이뤄진다면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 의결권 제한형 계약 구조 마련, 콘텐츠 제작·기획에 대한 독립성 보장 조항 삽입,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지할 수 있는 정관 정비 등 구체적인 서류상의 제도가 완성돼야 한다.
산업 전체로 본다면 K-유통망도 필요하다. 현재 K-콘텐츠는 유튜브, 틱톡 등 외부 플랫폼의 의존도가 높다. 글로벌 OTT 역시 콘텐츠 노출과 수익 배분 구조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K-콘텐츠 중심의 자체 유통망 구축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가 공약집에서 강조한 토종 OTT의 육성은 K-콘텐츠의 미래를 위한 과제다.
대중의 인식 제고도 필수다. K-콘텐츠는 단순한 재미가 아닌 우리 사회의 정체성과 정신을 담은 문화 자산으로 발전하고 있다. ‘두유노 BTS?’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실제로 인정받는 문구가 됐다. 누가 만들고, 어떤 방향으로 기획되며, 그 수익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를 감시하는 문화적 시민의식도 필요하다. K-콘텐츠가 한 기업이 아닌 우리나라의 자산이며 문화라는 인식이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K-콘텐츠 중 해외 자본 유입에 가장 취약한 분야는 게임산업이다. K-팝과 드라마, 영화 등과 비교해 게임산업은 개발을 위한 투자 규모가 성공과 직결된다. 좀 더 적극적인 대처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중국 자본이 국내 게임 생태계에 영향을 크게 미칠 경우, 정부가 특정 산업에 외국인의 지분 투자 비율을 제한하는 법률을 검토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 게임사들을 위해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전략적 투자를 유도하고, 펀드를 조성해 자본 유입 통로를 마련한다면 해외 자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문화 콘텐츠 주권 보호법 논의를 시작해야할 때가 왔다. 지금 필요한 건 무조건적인 자본 개방도, 감정적인 배척도 아니다. 현실적인 전략과 견고한 방어선, 그리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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