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10여 년 전 혼자 미국을 여행한 적이 있다. 평생 소원이었던 메이저리그 직관을 위해서이기도 했고 그냥 미국이라는 나라를 한 번쯤 꼭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지만 뜻밖의 인상을 남긴 장면이 있었다.
어느 대형 마트와 음식점에서 양도 많지 않은 샐러드 한 그릇이 2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었다. 내 기준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선택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선 8000원이면 푸짐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비싼 풀을 먹는 걸까? 당시엔 고개를 갸웃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들은 단순히 샐러드를 먹고 있었던 게 아니다. 건강이라는 가치를 ‘삶의 우선순위’로 올려놓고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래서 선진국이었구나 싶었다. 건강이 선택이 아닌 일상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요즘 들어 건강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특히 혈당 스파이크는 건강 관심층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다. 단순히 당분 섭취를 줄이자는 차원이 아니다. 식후 혈당이 얼마나 급격히 오르느냐에 따라 피로감, 집중력, 심지어 감정의 기복까지 달라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혈당이 롤러코스터처럼 출렁이면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고 이는 체지방 축적과 염증 반응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식사의 순서, 식이섬유 섭취, 천천히 씹기, 공복 유지 같은 디테일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저속 노화라는 개념도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나이를 늦추는 게 아니라 노화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전략이다. 항산화, 항염,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 NAD+ 활성화 같은 개념이 더 이상 전문가들만의 용어가 아니다. 이제는 누구나 일상 대화에서 꺼낼 수 있는 공통어가 돼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건강 관리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보여준다. 건강은 이제 특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매일의 루틴’이 됐다. 병원을 찾아가기 전에 내 몸과 마음을 관리하는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빠르지 않음이다. 빠르게 살 빼기, 빠르게 회복하기, 빠르게 결과를 만들기. 언제나 유혹은 강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크다. 반면 느리고 자연스러운 개선은 지루해 보일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하다. 건강은 결국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우리는 지금 건강한 습관 하나하나를 통해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젊어지고 있다. 설탕을 줄이고 가볍게 산책하며 낮잠으로 피로를 다스리고 혈당을 조절하는 루틴을 만든다. 목표는 더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하게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하루 한 끼는 꼭 샐러드로 채우려는 실천, 자기 전 레몬물 한 잔으로 속을 정리하는 습관, 과자 대신 견과류와 요거트를 선택하는 작은 선택들. 이런 일상이 쌓여 지금의 건강 문화를 만든다. 더 이상 건강은 병원을 가야만 떠오르는 단어가 아니다. 우리의 하루 루틴, 인간관계, 업무 효율성, 그리고 인생의 방향성까지도 결정짓는 핵심 기준이 됐다.
‘건강은 일상이다’라는 말은 이제 단순한 구호가 아닌 현실이다. 가장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야말로 건강을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지금 ‘건강이 곧 일상인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때 미국에서 본 장면이 아직도 선명하다. 레깅스를 입고 할리우드 언덕을 조용히 달리던 사람들, 아침 일찍 유기농 샐러드를 사 들고 사무실로 향하던 직장인들. 당시엔 낯설고 과장돼 보였지만 돌이켜보면 그들은 이미 우리가 향하고 있는 삶을 먼저 살고 있었다. 이제 운동은 운동하는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운동이 일상인 사람들의 문화가 되고 있다. 러닝과 요가 같은 가벼운 움직임이 삶의 일부로 녹아든 사회. 그 길 위에서 우리도 한 걸음씩 나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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