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플루미넨시에 2-4 패
엄원상·이진현, 나란히 1골 1도움 활약
최하위 평가 울산, 승리 없었지만
2골로 저력 보여줘

세계의 벽은 높았다. 하지만 저력을 보여준 한 판이었다.
K리그1 챔피언 울산 HD는 22일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퍼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플루미넨시(브라질)와의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2-4로 졌다. 마멜로디(남아프리카공화국)와의 1차전에서 0-1로 패한 울산은 2연패로 최하위에 그치면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반면 대회 첫 승을 거두며 승점 4(1승1무·골득실+2)가 된 플루미넨시는 도르트문트(승점 4·골득실+1)에 골득실에서 앞서 선두로 올라섰다.
강팀을 상대로 가능성을 보여준 승부였다. 울산은 이번 클럽월드컵에 출전한 32개 팀 중 최약체다.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울산의 시장 가치는 1505만유로(약 238억4200만원)로 이번 대회 참가팀 중 31위다. 1차전에서 상대한 마멜로디(3252만유로)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플루미넨시는 8256만유로(1307억9000만원)로 울산의 5배가 넘는다. 4억7790만유로(약 7570억8440만원)의 도르트문트(독일)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1차전에서 상대적 약체였던 마멜로디전에서 무득점에 그치면서 울산은 자칫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이번 대회를 마감할 수 있다는 위기에 놓였다.
플루미넨시전에서도 마멜로디전에 이어 파이브백을 내세워 수비에 치중하고 역습을 노리는 전략을 가동했지만 전반 중반까지 상대 빠른 스피드에 고전했다. 전반 25분에는 보야니치가 치명적인 드리블 실수를 범하며 상대에게 프리킥을 내줬다. 키커로 나선 존 아리아스가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문 오른쪽 상대에 꽂히는 선제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울산은 이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엄원상과 이진현의 콤비가 빛을 발했다. 전반 37분 역습 상황에서 엄원상이 페널티박스 왼쪽 지역에서 낮은 크로스를 날렸고 반대편에 이진현이 왼발로 차 넣었다. 울산의 이번 클럽월드컵 첫 골이다. 기세를 탄 둘은 2번째 골도 합작했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이진현이 오른쪽 측면에서 날린 크로스를 엄원상이 다이빙 헤더로 연결했다.
기대에 부응했다. K리그에서는 윙어로 주로 나서는 엄원상은 이번 대회에서 울산이 공격과 수비를 모두 맡는 윙백으로 변신했다. 파이브백을 내세워 역습을 주 전략으로 삼은 울산의 핵심 키플레이어였다. 왕성한 스피드를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마멜로디전 상대 진영에서 2번째로 많은 3번의 볼 터치를 하며 날카로운 움직임을 보여준 그는 플루미넨시전에서 제대로 진가를 보여줬다.

올 시즌을 앞두고 1년가량 뛰던 폴란드 푸슈차 니에포워미체에서 울산으로 이적한 이진현도 이번 대회를 통해 부활을 알렸다. 젊은 자원으로 기대를 받고 이적했음에도 K리그에서 득점이 없어 애를 태웠다. 결국 클럽월드컵에서 가장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풀타임을 소화한 이진현은 축구 통계사이트 풋몹으로부터 울산에서 가장 높은 평점 8.5를 받으면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울산은 이변의 주인공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패배 속에도 빛난 둘의 발 덕분에 소중하고 값진 경험을 쌓았다.
울산은 오는 26일 도르트문트와 조별리그 최종전에 나선다. 울산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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